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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오늘도 나는 당신을,, 사랑 하였습니다! 어쩌다 곰장어 포실하게 익어 가는 포장마차에서 몇 자 끼적거리다가 들키는 바람에 시 이야기가 나왔는데 친구 왈 가슴을 때리면 때리는 것이지 때릴까 말까 그렇게 재는 것도 시냐고 저 푸른 풀밭 거시기 하면서 끝나면 되는 것을 뭐 좋은 말 있을까 없을까 겁나게 재쌓는다고 그런 것도 시냐고 친구는 심심한 입으로 깐죽거리며 얘기했는데 유행가 가사처럼 자기 깐에 흥얼흥얼 불러제낄 수 있으면 되는 거지 업어치고 뒤집어 쳐서 깐 콩깍지인지 안 깐 콩깍지인지 도대체 분간이 안 가게 써 놓은 것도 시냐고 툭 터진 입으로 잘도 나불대다가는 거울에 달라붙은 묵은 때를 걸레로 박박 문대 닦아내드끼 우리같이 못 배운 사람들 머리에도 훤하게 쏙쏙 들어오게 고렇게만 쓰면 될 것이지 기깔나게 멋만 부려쌓는다고 그런 것도 시냐라고 친.. 더보기
가을,, 그리고 女人.... - 언제 부턴가, 길가에 후드러지게 핀 들꽃들이 너무 좋다. 달포 만에 郡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반납하러 갔어요 코스모스 아록아록, 가을이 꽃을 굽고 있었어요 길섶에서 봇물 터지는 꽃, 꽃, 꽃들 괜히 미워서 눈 질끈 감고 1톤 트럭 몰았지요 감시 카메라는 또 얼마나 많은지 찍힐 듯 말 듯한 속도로 달렸지요 서둘러 책 반납하고 단양 읍내 꽃집에서 장미 한 다발 샀어요 (가을 꽃은 팔지 않고요, 장미는 계절이 없지요) 꽃손이 아름다워 백장미 한 단 흑장미 또 한 단 곱은 그대 손에 쥐어 주려고요 꽃 피는데 무슨 이유 있나요 덧없이 피는 마음들을 꽃이라 부르지요 볼긋볼긋 가을마져 구워지는 오늘. 오늘은 보름 내내 읽었던 책 속의 봄꽃들도 꽃뱀의 혓바닥처럼 사륵사륵 고개 내밀 것 같은 그런, 가을날이네요 -홍.. 더보기
보기에... 좋아라 ?!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 가난한 아희에게 온 서양 나라에서 온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 어린양(羊)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 김종삼 시 '북 치는 소년' 모두 - 어느 한 부류에 들면서 '어울림'을 가져야 할 때에,, 나 자신의 '개인사정'을 매번 설명하면서 '양해'를 구함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일에 있어서 내가 우위에 있거나 서로에 대해 잘 아는 상대를 만나면 괜찮은 일이나 '전체적인 분위기'에 휩쓸려야 하거나 빠지기에 힘든 접대가 있을 때,, '지혜로운 처신'이 어렵다. 크로아틴 치수가 2.2 까지 상승했다. 조심한다고, 무리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결론적으로 수치가 너무 상승했다. 없는 시간속에 한달에 두번 내던 시간을 보름만에 다시내어 재 검사를 받아야 한다. 치수나 약을 더.. 더보기
조금씩.. 차 오르는 슬픔. 아래층에서 물 틀면 단수가 되는 좁은 계단을 올라야 하는 전세방에서 만학을 하는 나의 등록금을 위해 사글셋방으로 이사를 떠나는 형님네 달그락 거리던 밥그릇들 베니어 판으로 된 농짝을 리어카로 나르고 집안 형편을 적나라하게 까 보이던 이삿짐 가슴이 한참 덜컹거리고 이사가 끝났다 형은 시장에서 자장면을 시켜주고 쉽게 정리될 살림살이를 정리하러 갔다 나는 전날 친구들과 깡소주를 마신 대가로 냉수 한 대접으로 조갈증을 풀면서 자장면을 앞에 놓고 이상한 중국집 젊은 부부를 보았다 바쁜 점심시간 맟춰 잠 자주는 아기를 고마워하며 젊은 부부는 밀가루,그 연약한 반죽으로 튼튼한 미래를 꿈꾸듯 명랑하게 전화를 받고 서둘러 배달을 나아갔다 나는 그 모습이 눈물처럼 아름다워 물배가 부른데도 자장면을 남기기 미안하여 마지막 .. 더보기
'느글'거리는 속에 개운한 '그 놈' 늦은 밤 투덜대는, 집요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신경 가파른 아내의 눈치를 피해 주방에 간다 입다문 사기그릇들 그러나 놈들의 침묵을 믿어서는 안 된다 자극보다 반응이 훨씬 더 큰 놈들이다 물을 끓인다 비정규직 노동자처럼 실업을 사는 날이 더 많은 헌 냄비는 자부가 가득한 표정이다 물 끓는 소리 요란하다 한 여름 밤의 개구리 소리 같다 모든 고요 속에는 저렇듯 호들갑스런 소음이 숨어 있다 어제 들린 숲 속 직립의 시간을 사는 침묵 수행의 나무들도 기실은 제 안에 저도 모르는 소리를 감추고 있을 것이다 찬장에서 라면 한 봉지를 꺼낸다 라면의 표정은 딱딱하고 각이 져 있다 그들이 짠 스크럼의 대오는 아주 견고하고 단단해 보인다 그러나 끓는 물 속에서 그들은 금새 표정을 바꿔 각자 따로 놀며 흐물흐물 녹아 내릴 .. 더보기
푸르러, 서글픈 가을 하늘에,,, 하느님 감사합니다, 나에게 이토록 많은 근심을 주셔서 하늘은 넓고 갈 길은 막막한데 이토록 자잘한 근심들이 없다면 나는 무엇으로 아침을 시작하여 무엇으로 밤을 마감할 수 있을까요 근심이야말로 분명한 행선지 삶의 공허 앞에 비석처럼 세워진 확실하고도 고마운 하나씩의 이정표 세상은 광막하고 시대는 혼란스러온데 나에겐 자잘한 근심들이 있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요, 취직걱정 건강걱정 자식걱정에 반찬걱정 주택부금 상호부금 월부책값에 세금걱정 연탄가스 주의보와 동파된 하수구 걱정, 시어머님 생활비와 친정아버지의 병원비와 이 조그만 근심들이 있어서 난 우주가 막막하게 텅빈 낯선 것이 아니고 쌀독처럼 친숙한 것이며, 밑도 끝도 없는 적막강산이 아니라 한없이 체온으로 정든 내 헌옷 샅은 생각이 들어요, 근심이야말로.. 더보기
다시,, 산을 오르며.... 자일을 타고 오른다 흔들리는 생애의 중량 확고한 가장 철저한 마음도 한 때는 흔들린다 암벽을 더듬는다 빛을 찾아서 조금씩 움직인다 결코 쉬지 않는 무명의 벌레처럼 무명을 더듬는다 함부로 올려다보지 않는다 함부로 내려다보지 않는다 벼랑에 뜨는 별이나, 피는 꽃이나, 이슬이나 세상의 모든 것은 내 것이 아니다 다만 가까이 할 수 있을 뿐이다 조심스레 암벽을 더듬으며 가까이 접근한다 행복이나 불행 같은 것은 생각지 않는다 발 붙일 곳을 찾아 풀포기에 매달리면서 다만, 가까이, 가까이에 갈 뿐이다. - 오세영 시 '등산' 모두 - 그나마 비축되어있던 체력을 여름을 기하여 소진하고,, 하루 하루 절실하게 체력의 고갈을 느끼며 빨간불이 켜진 듯 하여 여러모로 생각 하다가 9월과 10월 두달, 가장 좋아하는 계절을 .. 더보기
삶의 푸르른 기운,,, 푸른 색 석란희의 보라가 섞인 듯한 푸른 색 푸른 색 김환기의 회색이 섞인 듯한 푸른 색 푸른 색 반 고흐의 미친 주황이 소용돌이치는 푸른 색 푸른 색 모네의 아침 햇빛 일렁거리는 잠이 덜 깬 푸른 색 푸른 색 모딜리아니의 누드에서 설핏 끼쳐 있는 서러운 푸른 색 푸른 색 천경자의 푸른 독사에 나온 광나는 푸른 색 푸른 색 색상은 건반이고 영혼은 피아노 그러면 빨강은 `도' 파랑은 `레' 초록은 `미'라고 했던 그 어디에도 없는 칸딘스키의 푸른 색 이 모든 푸른 색 그 모든 푸른 색 내가 죽어도 남아 있을 저 이유 없는 행복. - 김승희 시 '푸른색'모두 - 언젠가 어느 친구가 자신이 좋아하는 색은 푸른색인데,, 이로인해 고등학교, 대학교의 선택도, 후에 자신의 집이나 사무실도 푸른색으로 인테리어를 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