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붉은수염

아파도... 웃는다 ! 오래 너에게 가지 못했어, 네가 춥겠다, 생각하니 나도 추워 문풍지를 뜯지 말 걸 그랬어 나의 여름은 너의 겨울을 헤아리지 못해 속수무책 너는 바람을 맞고 있겠지 자아, 받아! 싸늘하게 식었을 아궁이에 땔감을 던져 넣을 테니 지금이라도 불을 지필 테니 아궁이에서 잠자던 나방이 놀라 날아오르고 눅눅한 땔감에선 연기가 피어올라 그런데 왜 자꾸 불이 꺼지지? 아궁이 속처럼 네가 어둡겠다, 생각하니 나도 어두워져 전기불이라도 켜놓고 올 걸 그랬어 그래도 이것만은 기억해 불을 지펴도 녹지 않은 얼음조각처럼 나는 오늘 너를 품고 있어 봄꿩이 밝은 곳으로 날아갈 때까지. - 나희덕 시 '두고 온 집'모두 모든것이 잘 들어맞지 않고 어그러질 때에,, 잠시 '모든 것'에 손을 놓는 시기가 있다. 사람의 일이 물흐르듯이 .. 더보기
어둠짙은 밤하늘에 오지않는 첫눈을 기다리며..... 다짐으로 채웠던 밀물 바다가 어느새 썰물 되어 협애에서 쓸린다, 그 울돌목에 걸리는 나를 아주 놓아버리기 전 누군가에게서 용서 받아야 한다는 생각 물살 따라 영영 돌아서지 못할 지점까지 밀려가면 떠돌 더 넓은 바다가 있을 거라고 그 바닷가에서 나, 물고기 낚는 어부일까? 한마리 물고기일까? 형형색색의 물고기 때에 섞여 거스르는 길고 비좁은 어도(漁道) 등지러미가 지고 나르는 물살인 듯 물빛인 듯...... - 김명인 시 '전신마취'모두 날씨가 차다. 언제부턴가,,, 외로움이 체취처럼 내 몸을 따라다니는 나이가 되었다. 열심히 산다고 하루 하루를 살면서도 때로 가슴을 차올라 목까지 메이게 하는 이 '울컥'하는 감정은 무엇일까?!?.... '시스템'에 따라서 움직이던 옛날이 그립기도 하다. 모든것을 스스로 .. 더보기
도려내야 할 마음의 굳은살들.... 마음이 궁벽한 곳으로 나를 내몰아 산속에서 자주 길을 잃었다 달리다보면 손은 수시로 뿔로 변하고 발에는 단단한 발굽이 돋았다 발굽 아래 무엇이 깨어나가는지도 모른 채 밤길을 달리다 문득 멈추어선 것은 그 눈동자 앞이었다 겁에 질린 초식동물의 눈빛, 길을 잃어버리기는 나와 다르지 않았다 헤드라이트에 놀라 주춤거리다가 도로위에 쓰러진 노루는 쉽게 일어서지 못했다 저 어리디어린 노루는 산속에 두고 온 스무살의 나인지도, 언젠가 낳아 함부로 버린 사랑인지도 모른다 나는 헤트라이트를 끄고 어둠의 일부가 되어 외쳤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두 개의 뿔과 네 개의 발굽으로 불행의 속도를 추월할 수는 없다 해도 어서 일어나 남은 길을 건너라 저 울창한 달래와 머루 덩굴 속으로 사라져라 누구도 너를 찾아낼 수 없도록. - .. 더보기
저 얼굴과 얼굴들.... 이것이 누구의 숲인지 나는 알겠다. 물론 그의 집은 마을에 있지만 그는 내가 여기 서서 눈이 가득 쌓이는 자기 숲을 보고 있음을 모를 것이다. 내 작은 말은, 근처에 농가도 없고 숲과 얼어붙은 호수 사이에 한 해의 가장 어두운 저녁에 서 있음을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 내 작은 말은 방울을 흔들어 무슨 잘못이라도 있는가 하고 묻는다. 다른 소리라곤 다만 스쳐가는 조용한 바람과 솜털 같은 눈송이뿐. 아름답고 어둡고 아늑한 숲속. 그러나 내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 프로스트시 '눈내리는 날 숲가에 서서' 모두 - 대입수능일, 대부분 AM 10시가 출근시간인듯 다소 한가하리란 버스를 07;30분에 타니 고3 수험생들로 만원이다. 지난 .. 더보기
내게 꼭 필요한 것이라면,,, 사랑스런 프랑다스의 소년과 함께 벨지움의 들판에서 나는 藝術의 말을 타고 알 수 없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림은 손을 들어 내가 그린 그림의 얼굴을 찢고 또 찢고 울고 있었고, 나는 당황한 現代의 이마를 바로잡으며 캔버스에 물빛 물감을 칠하고, 칠하고 나의 의학 상식으로서는 그림은 아름답기만 하면 되었다. 그림은 거칠어서도 안되고 또 주제넘게 말을 해서도 안되었다. 소년은 앞머리를 날리며 귀엽게, 귀엽게 나무피리를 깍고 그의 귀는 바람에 날리는 銀잎삭. 그는 내가 그리는 그림을 쳐다보며 하늘의 물감이 부족하다고, 화폭 아래에는 반드시 江이 흘러야 하고 또 꽃을 길러야 한다고 노래했다. 그는 나를 탓하지는 않았다. 現代의 고장난 수신기와 목마름. 그것이 어찌 내 罪일 것인가. 그러나 그것은 내 罪라고 .. 더보기
가을,, '공무도하가'나 불러 볼까나?! 公無渡河 (공무도하) 님 물 건너 마오 公竟渡河 (공경도하) 님 그예 물 건너시네 墮河而死 (타하이사) 물 쓸려 돌아가시니 當奈公何 (당내공하) 가신임 어이할꼬. - 公無渡河歌, 조선, 麗玉 "공후인은 조선(朝鮮)의 진졸(津卒) 곽리자고(涇里子高)의 아내 여옥(麗玉)이 지은 것이다. 자고(子高)가 새벽에 일어나 배를 저어 가는데 머리가 흰 미친 사람이 머리를 풀어헤치고 호리병을 들고 어지러이 물을 건너고 있었다. 그의 아내가 뒤쫓아 외치며 막았으나 다다르기도 전에 그 사람은 결국 물에 빠져 죽었다. 이에 그의 아내는 공후(謙隸)를 타며 ‘공무도하(公無渡河)’의 노래를 지으니 그 소리는 심히 구슬펐다 그의 아내는 노래가 끝나자 스스로 몸을 물에 던져 죽었다. 자고가 돌아와 아내 여옥(麗玉)에게 그 광경을 .. 더보기
Somewhere over the Rainbow ?!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그냥 갈까 그래도 다시 더 한 번 저 산에도 까마귀,들에 까마귀 서산에는 해 진다고 지저귑니다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어서 따라오라고 따라가자고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 김소월 시 '가는 길' 모두 - 가을색이 짙어질 수록 '素月'을 읽는다. 언제나 깊은 끄덕임을 주는 소월의 시는 인생의 나이 40을 넘기면서 부터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반복되는 아이들의 시험으로 조용하게 가라앉은 우리집,, 아이들의 방은 닫힌 채 열심히 공부중이다. 어떻게 보면 시험때 마다 목을 매어야 하는 아이들의 현실이 측은 하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자체가 끊임없는 배움과 경쟁의 연속인 것을.... 무엇을 배우던, 무엇을 바라보던,, 겉가지를 보지말고 사물과 지식의 핵심을 바로보고.. 더보기
그리운 깊은 하늘,, 별 헤는 밤. - 불빛이 따스한 이유는 그곳에 사람이 살기 때문이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가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 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