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붉은수염

'느글'거리는 속에 개운한 '그 놈'








늦은 밤 투덜대는, 집요한 허기를 달래기 위해
신경 가파른 아내의 눈치를 피해
주방에 간다 입다문 사기그릇들
그러나 놈들의 침묵을 믿어서는 안 된다
자극보다 반응이 훨씬 더 큰 놈들이다
물을 끓인다 비정규직 노동자처럼 실업을
사는 날이 더 많은 헌 냄비는 자부가 가득한
표정이다 물 끓는 소리 요란하다
한 여름 밤의 개구리 소리 같다
모든 고요 속에는 저렇듯 호들갑스런 소음이
숨어 있다 어제 들린 숲 속 직립의 시간을 사는
침묵 수행의 나무들도 기실은 제 안에
저도 모르는 소리를 감추고 있을 것이다
찬장에서 라면 한 봉지를 꺼낸다
라면의 표정은 딱딱하고 각이 져 있다
그들이 짠 스크럼의 대오는 아주 견고하고
단단해 보인다 그러나 끓는 물 속에서
그들은 금새 표정을 바꿔
각자 따로 놀며 흐물흐물 녹아 내릴 것이다
저 급격한 표정 변화는 우리 시대의 슬픈 기표다
얼마 후 나는 저 비굴 한 사발로 허겁지겁 배를 채울 것이다
도마 위 양파, 호박, 파 등속을 가지런히 놓아두고
칼을 집는다
그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는 자다 그의 눈빛은 매섭고
날카롭다 그는 세상을 나누기 위해 나타난 자인 것이다
놓여진 것들을 다 자르고도 성이 안찬 노여운 그는
늦은 밤을 이기지 못한 내 불결한 식욕을, 지난한
허기의 관성을 푹 찔러올는지 모른다
냄비 속 부글부글 끓는 것은 그러므로 라면만은 아닌 것이다
 


    이재무 시 '라면을 끓이다' 모두




- 한끼의 식사를 한다는 것이 때로 귀찮게도 여겨질 때가 있지만,, 맛있는 식사를 한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요즈음 한끼 한끼 식사 때 마다 힘겨운 전투아닌 전투를 벌이면서 식욕이 곧 체력이며 체력이 '모든 일'의 밑바탕임을 다시금 깨닿는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모든음식,, 심지어는 한잔의 물도,, 필요함을 느끼고 '그 때'에 마실 수 있음은 축복이다. 매 끼니때가 되면 식사를 위해 길을 나서지만,, 크게 입맛을 당기는 것이 없고,, 주 메뉴가 김치, 된장찌개. 설렁탕, 순두부, 비빔밥.... 고만 고만하게 모두 한식이다. 총각시절에는 외국에 다니며 양식도 많이 먹었는데,, 언제부턴가 양식은 피하게 되었다. 

- 오늘은 사실 우울한 날이다. 아침의 흐릿함에 기분이 다운되여 병원에 새벽같이 검사를 하고나와 흐린날 임에도 불구하고 '냉커피'를 한잔 가득히 마셨다. 공복에 검사를 마치고 아침도 먹기가 싫고 빵도 싫고,, 왜 갑자기 여름의 더위도 '주춤'하는 흐린날에 냉커피가 먹고 싶었을까? 밀크를 듬뿍넣은 '까페오레'를 얼음을 잔뜩 띄어 大 컵으로 한잔 가득히 마셔도,, 왠지 가슴속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으니,, 요즈음 일이 꼬이고 막히는 것들을 하나, 둘씩 풀어가면서 나름대로 스트레스가 많이도 쌓인 모양이다. 이럴때는 신나는 액션이나, 로맨틱 코메디 영화를 보며 시원한 '스타우트'를 마셔주어야 하는데.... 


- 친구의 오전에 목소리가 이상하여 오후에 다시 전화를 하니,, 역시나 힘든 삶의 일들.... 가까이 있으면 잘먹는 곱창볶음에 소주라도 나눌텐데(물론, 나는 한잔만,,,) 흔한 위로의 말을 남기며 전화를 끊을 수 밖에 없었다. 삶은,, 인생은 때로 깝깝하다. 개운치 못한 이속을 '辛라면' 하나에 고추를 썰어넣고 개운하게 풀어 볼까나?!  친구야, 힘내라, 힘 !!!







  

'붉은수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기에... 좋아라 ?!  (0) 2009.09.08
조금씩.. 차 오르는 슬픔.  (2) 2009.09.06
푸르러, 서글픈 가을 하늘에,,,  (2) 2009.09.01
다시,, 산을 오르며....  (2) 2009.08.31
삶의 푸르른 기운,,,  (4) 2009.0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