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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All" or "Nothing" 건너지 못할 것은 다 강이라는 생각, 그러므로 지천으로 널린 것이 강이다 하품하다 흘린 눈물처럼, 슬픔이란 미천한 내가 미천한 그대의 눈동자를 마주할 때 보이지 않게 흐르는 강 울컥 물비린내가 나는 강 한 사람을 오래 사랑하면서도 어쩐지 실패했다는 느낌 나는 헤어질 준비를 다 끝낸 사람처럼 자꾸 허탈하다 그러므로 최대한 밀착된 거리에서 만나고 있다는 거 그건 어쩜 그대를 볼 수 없는 것이었으므로 하여 기꺼이 나는 방종했다는 걸 거리에서 만나는 저 사내 거주지불명의 저 사내와 눈이 마주친 순간 알았다 앞을 보면서 그러나 아무 것도 보지 않는 그 눈빛 앞에서 나는 변방의 곽리자고처럼 또 백수광부의 처처럼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누가 보거나 말거나 대로변에 앉아 소주를 마시는 사내여 소주를 마시며 행려도 벗.. 더보기
제법 춥게 느껴지는 밤에... 못 보던 얼룩이다 한 사람의 생은 이렇게 쏟아져 얼룩을 만드는 거다 빙판 언덕길에 연탄을 배달하는 노인 팽이를 치며 코를 훔쳐대는 아이의 소매에 거룩을 느낄 때 수줍고 수줍은 저녁 빛 한 자락씩 끌고 집으로 갈 때 千手千眼의 노을 든 구름장들 장엄하다 내 생을 쏟아서 몇 푼의 돈을 모으고 몇 다발의 사랑을 하고 새끼와 사랑과 꿈과 죄를 두고 적막에 스밀 때 -장석남시 '얼룩에 대하여' 중에서 * 날로 더욱 추워지는 날씨에,, 불경기에, 감원, 퇴직.... 저 그림을 보는 가운데 '얼룩'을 보듯이, 인생에서 박박 지우고 싶은 순간들이 어쩔수 없이 다가온다 하는 생각을 했다. 누군들 아름답고 편안한 노후를 생각하지 않겠는가? 현실에서 사회에서 그것을 바쳐줄 여건을 만들지 못하니,, '복지국가'니 "요람에서 .. 더보기
나는,, 나일 뿐인데.... Je suis comme je suiis 나는 이런 사람 나는 이렇게 태어났지 웃고 싶으면 그래 큰 소리로 웃고 날 사랑하는 이를 사랑하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매번 다르다 해도 그게 어디 내 잘못인가요 나는 이런 사람 나는 이렇게 태어났는데 당신은 더 이상 무엇을 바라나요 이런 내게서 나는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태어났지 그리고 바꿀 것도 하나도 없지 내 발꿈치가 너무 높이 솟았고 내 몸이 너무 휘었고 내 가슴이 너무나 거칠고 내 눈이 너무 퀭하여도 아무리 그래도 당신이 그걸 어쩌겠어요 나는 이런 사람 나는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좋아 당신이 그걸 어쩌겠어요 결국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래 누군가를 사랑했었지 누군가 날 사랑했었지 어린아이들이 서로 사랑하듯이 오직 사랑밖에 할 줄 모르듯이 서로 사랑.. 더보기
지나가다, 한번 만.... 어느 날 인사동 일방통행 길에 나, 체증처럼 얹혀 있었네 오랫동안 만났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그와 책갈피처럼 마주 앉았네 그는 그대로 서른을 살았고 나는 나대로 또 서른을 살았네 우리들의 페이지는 오래동안 만났고, 오래동안 만나지 못했던 그곳에서 한 장도 넘겨지지 않았는데. - 유문호 시 '벽' 모두 2009년의 12월, 하고도 22일. 이제는 '다사다난' 했던,, 2009년도 몇일이 남지 않았나 봅니다. 누구에게나 많은 이야기 거리를 남겨준 한해 였겠지만,, 2009년 한해는 말그대로 말도 많고, 개인적인 사건, 사고도 많았던 그래서 더욱더 건강한 몸과 정신의 소중함이 느껴졌던 한해 였습니다. 6월 9일날 진단을 받고 입원 치료를 받았던 '폐결핵(음성)'은 6개월의 꾸준한 치료로 많이 나아진듯 싶.. 더보기
그 입술, 그 눈동자,, 내 가슴에... 있네.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날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혀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 박인환 시 '세월이 가면' 모두 *사진을 정리 하다가 낙엽 사진을 하나 보면서,, 박인환의 시가 하루종일 입속을 맴돌았다. 젊은시절 정감있는 박인희의 목소리도, 쓸쓸한 최백호의 목소리도 모두 좋았는데,, 지금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네, 박인희씨는 목소리도 따스했지만 '러브스토리'의 여주인공 '얼린 맥그로우'를 .. 더보기
지난 2009년, 일년을 돌아보니,,,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뜨고 떨며 한없이 떠 다니는 몇 송이 눈. - 황동규 시 '조그만 사랑노래' 모두 일주일에 한번이지만, 온가족이 먼지를 털어내고 청소기를 돌리고 걸레를 빨아 곳곳의 먼지를 딱아내고 창문과 창문, 대문과 대문을 열고 집안을 순환하는 신선한 공기로 바꾸어 놓으면 상쾌하다. 집안의 다소 쿰쿰했던 공기를 바꾸고 포트를 끓여 차를 마신다. 포트의 누적된 묶은 물도 버리고 신선한 물을 반쯤 채우니,, 물도 힘차게 끓는다. 거름망에 녹차를 셋 .. 더보기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몸이라고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암록색 해조류인 몸말이예요 남쪽 어 느 섬에서는 그것으로 국을 끓어 내는데요 모자반이라는 멀쩡한 이름 을 놔두고 왜 몸이라 하는지 사람 먹는 음식에 하필이면 몸국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먹어보면 절로 알아진다는데요 단, 뒤엉켜 배지근해진 몸의 몸 설설 끓는 몸들이 당신을 빤히 올려다 보거든 시선을 얼른 피하셔야한다는데요 십중팔구 속내 도둑맞을 테고 늑골 마구 결릴 테니까요 몸이 몸을 먹는 일 한 외로움이 한 외로움을 먹어치우는 일 그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사실은 울컥하기도 경건하기도 한 의식이잖아요 것 봐요 내 뭐랬어요 주의하랬잖아요 생각이 예까지 이른 걸 보니 그새 몹쓸 몸에 제압당한 게 분명해요 몸이 화두가 된 게 확실해요 사랑을 폐한 게 틀림없어요 식어 뻣뻣해진 .. 더보기
사랑한다, 사랑한다. 조금 더 사랑한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눈 오는 밤에 불행한 사람들은 언제나 불행하다 사랑을 잃고 서울에 살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끝없이 흔들리면 말없이 사람들은 불빛 따라 흔들린다 흔들리며 떠도는 서울밤의 사람들아 밤이 깊어갈수록 새벽은 가까웁고 기다림은 언제나 꿈속에서 오는데 어둠의 꿈을 안고 제각기 돌아가는 서울밤에 눈 내리는 사람들아 흔들리며 서울은 어디로 가는가 내 사랑 어두운 나의 사랑 흔들리며 흔들리며 어디로 가는가 지하철을 타고 가는 눈 오는 이 밤 서서 잠이 든 채로 당신 그리워 - 정호승 시 '밤 지하철을 타고' 모두 밤 늦은 시간에,,, 군데군데 빈자리도 남아 몸을 돌리고 차창을 바라보면,, 창으로 바라보는 풍경은 어둠에 물들어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수시로 오고가며 피곤에 지친 사람들을 깨워대던 잡상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