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수염 썸네일형 리스트형 때로,, 말 하지 않아도 알수 있는것은... 시장 바구니에 커피 봉다리를 집어넣은 여자 빈 병에 커피를 채우고 커피물을 끓이는 여자 커피물이 끓을 동안 손톱을 깎는 여자 쇼팽을 들으면서 발톱을 마저 깎는 여자 커피물을 바닥내고 다시 물을 올리는 여자 커피를 마시기 위해 커피물을 두 번 끓이는 여자 커피를 마시지 않는 저 여자 손톱을 깎으며 눈물을 보였던 여자 커피 한 봉다리로 장을 본 여자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던 여자 횡단보도 앞에 서서 오래 울었던 그 여자 빨리 건너지 않으면 더 오래 울게 될 거야 아직 건너지는 마 좀 더 울어야 되지 않겠어? 커피 봉다리를 들고 오래 울고 있었던 여자 이제 커피는 그만 마셔야겠다고 생각하는 여자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여자 오래 서서 울게 될 여자 신호등이 될 저 여자 손톱 발톱이 마구 자랄 여자 - 이근화 .. 더보기 아직은 싸늘한.... 봄 날에, 저만치, 나비가 난다 生의 귓바퀴에 봄을 환기시키는 운율로 저 흰 날개에 왜 기생나비란 이름이 주어졌을까 色氣없는 기생은 살아서 죽은 기생 모든 色을 날려 보낸 날개가 푸른빛으로 희다 잡힐 듯 잡힐 듯, 읽히지 않는 나비의 문장 뒤로 먼 곳의 네 전언이 거기 그렇게 일렁인다 앵초꽃이 앵초앵초 배후로 환하다 바람이 수놓은 습기에 흰 피가 흐르는 나비날개가 젖는다 젖은 날개의 수면으로 햇살처럼 비치는 네 얼굴 살아서 죽은 날들이 잠시 잊힌다 이 봄날 나비를 쫒는 일이란, 내 기다림의 일처럼 네게 닿는 순간 꿈이다 꿈보다 좋은 생시가 기억으로 남는 순간 그 生은 살아서 죽은 나날들 바람이 앵초 꽃잎에 앉아 찰랑, 허공을 깨뜨린다 기록이 없을 나비의 문장에 오래 귀 기울인다 꼭 한 뼘씩 손을 벗어나는 나비처럼 .. 더보기 행복하게 웃기.....?!? 목련화 그늘 아래서 아니면, 인적이 끊긴 광화문쯤의 오피스 환기구였는지도 몰라 그대와 나라고, 하면 금방 아닌 것 같은 그대들 술잔에 붉은 입술을 찍어 어린애 손바닥만한 꽃의 육질을 열어 좋은 안주로 삼았었지 그대는‘깜찍이 소다‘를 마시고 짐짓 취한 척 성냥을 건네주던 그대의 손을 혹은, 라이터 스치며 지는 꽃잎처럼, 흐르던 穀雨곡우 淸明청명도 지나고 雨水우수는 이미 오래전 일 그날 잊지 않으려 마음속으로만 무수히 되뇌던 시를 취한 듯, 꿈인 듯, 끝내 적어두지 못해 다시는 꽃이 진 나무 아래를 찾지 못하는 冬至동지 小雪소설과 大雪대설 동안은 놀고 가장 긴 밤에 나는 하염없이 잠든 나무의 이름을 찾아 헤매었지 잠든 나무? (우리는 누구나 서로의 슬픈 미래를 본 적이 있다) 어떤 향기로 그대의 머리를 감겨.. 더보기 세월은 참 유수와 같구나!?.... 새의 대가리보다 조금 나은 알량한 지식으로 또박또박 논리를 말하는 당신의 얄미운 조둥이를 발로 걷어차 주고 싶었다. 믿기지 않겠지만 나는 한 번도 당신의 논리를 존중한 적 없다. 조소, 무관심, 냉정, 비판, 낙담, 따위가 숨을 은폐물이 아니다. 돌아서는 나의 등 뒤에 비수처럼 겨눈 비아냥에 쓰일 말이 아니다. 하루에 세 갑의 담배를 피워 없애도 일 분에 수십 번씩 혼란스럽다. 사실 리얼을 얘기하면서 나는 다다dada를 숭배한다. 늘 인간적인 것에 비애를 느끼면서 인간적인 걸 숭배하듯 당신의 논리는 참 인간적이면서 너무 비인간적이다. 경계 없는 척하는 당신의 경계는 고급스런 당신 말쑥한 양복 윗주머니에 잘 접어 넣어둔 행거치프 같다. 어떤 날 불쑥 꺼내어 놓을 준비된 궤변 그래서 나는 조금도 놀라지 않을.. 더보기 내 마음에 비가 내리는 날. 비가 찾아온다. 기억을 더듬듯 윗잎에서 아랫잎으로 잎에서 잎으로 튀어 오른다. 돌을 디뎌 스며들다가 한 겹 돌의 피부가 될 때까지 비는 구석구석 찾아든다. 빗방울 주렴에 굴절되는 산 가슴 안으로 울새 한 마리 재빨리 숨어들고 도로 아스팔트 위에 텅 빈 소로 흙 위에 비의 발자국. 옥수수 잎, 감자 잎, 상추 잎, 완두콩 잎 위에도 빠짐없이 비의 발자국 농가 뒤꼍 주인 없는 수돗가 비어 있는 고무 다라이 안에 모여들고, 막혀서 고인 한적한 수로 죽어 있는 검은 물 표면을 소란스럽게 하고, 죽어 있는 검은 날들을 들쑤시며 깨운다. 죽은 기억을 소생시키듯 비가 찾아온다. - 채호기 시 '비가 찾아온다' 모두 - 13 kg 이 빠졌다. 감량을 마치고 체중계에 올라선 복서처럼 체중계의 눈금을 보면서 그냥 ... .. 더보기 눈이오고, 바람불고 비가 내려도.., 오늘. 일주문 지나 천은사* 가는 길 늙은 느티나무들이 몸을 뒤틀고 있다 수령 이백오십년이라 적힌 입간판을 지나며 한 자리 그렇게 오래 서있으면 무슨 재주 있어 안 뒤틀릴까 싶다 그 앞에서 일행과 사진 한 장 찍고 돌아서는데 속내 다 드러나도록 뚫린 밑동이 안으로 해쓱한 늦가을 볕들이 졸음처럼 스르르 몰려든다 저것의 생은 얼마나 지루할까 싶어 구멍 안에 머릴 들이밀고 긴 소리 한 번 내질러 보는데 까딱없이 서서 소통의 기미 없다 침묵, 그것은 내 가벼움에 대한 단단한 대답이지 싶어 산문 밖에 쌓아두고 온 부질없는 것들 다 비워낼 구멍 하나 내 가슴에도 뚫렸으면 싶다 미련한 건 인간이지 그가 산 세월이 몇 갑잔데 한 갑자도 못 산 인간 하나 객쩍은 짓에 꿈쩍이나 할까 쳐다보니 아득하다 - 김명기 시 '수령이 이백.. 더보기 소리없이 내리는 비는..... 새벽은 밤을 꼬박 지샌 자에게만 온다. 낙타야, 모래박힌 눈으로 동트는 地平線을 보아라. 바람에 떠밀려 새 날이 온다. 일어나 또 가자. 사막은 뱃속에서 또 꾸르륵거리는구나. 지금 나에게는 칼도 經도 없다. 經이 길을 가르쳐 주진 않는다. 길은, 가면 뒤에 있다. 단 한 걸음도 생략할 수 없는 걸음으로 그러나 너와 나는 九萬里 靑天으로 걸어가고 있다. 나는 너니까. 우리는 自己야. 우리 마음의 地圖 속의 별자리가 여기까지 오게 한 거야. - 황지우 시 '나는 너다 503' 모두 사는게... 이렇게 사는게 아닌데,, 시간을 저당잡힌 사람처럼, 회색신사와 남몰래 악수한 어른처럼,,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았다. 어느새 2월 하고도 중순을 향하고,, 어제는 밤늦게 내리는 비를 멍하니.. 바라보다가 늦은 밤길을 돌.. 더보기 Quo Vadis... ?! 1 오늘 외로워하면 내일 씹을 괴로움 안 남고 내일 마실 그리움이 안 남는다 오늘은 집에 돌아가자 세 편의 映畵영화를 보고 두 명의 주인공이 살해되는 꼴을 보았으니 운좋게 살아남은 그 녀석을 너라 생각하고 집에 돌아가자, 살아있으니 수줍어 말고 되돌아 취하지 말고 돌아가자 돌아가 싱싱한 떡잎으로 자라나서 훨훨 날아올라 충격도, 마약도 없이 꿈속에서 한 편 映畵영화가 되어 펼쳐지자 2 내가 떠나기 전에 길은 제 길을 밟고 사라져버리고, 길은 마른 오징어처럼 퍼져 있고 돌이켜 술을 마시면 먼저 취해 길바닥에 드러눕는 愛人애인, 나는 퀭한 地下道지하도에서 뜬눈을 세우다가 헛소리하며 찾아오는 東方博士동방박사들은 죽일까봐 겁이 난다 이제 집이 없는 사람은 天國천국에 셋방을 얻어야 하고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은 아직.. 더보기 이전 1 ··· 19 20 21 22 23 24 25 ··· 3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