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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술 한잔 하십시다! 걸음걸이부터가 시인다운 기철이형하고 백파 홍성유의 별미 기행 광고가 걸려 있는 서문시장 영미식당에서 가오리회 한 접시 가운데 놓고 한라산 소주를 술술 비우다가 기철이형 하는 말 나언제부턴가술먹엉집이가민 달력에동그라미표시허맨게 도대체얼마나먹어졈신고혼번보젠 지금까지보난대강일주일에혼사나흘은먹엄대 그정도민괜찮은거아니라 술이 사람을 먹지 않고 사람이 술을 먹는 기철이형은 먼저 가고 어머니 말씀을 빌면 복쟁이 똥물 먹듯 먹어대는 배설 길고 위장 큰 복쟁이들 몇 명만 남아 항상 사람 가득한 노찿사 그 언강 좋은 주인 마담에게 괜한 신경질에 투정도 부려보다가 사람들은 이미 잠이 든 시간 비틀거리는 복쟁이들만 휘청대는 거리로 나오고 손님 다 왔수다 하는 택시 기사 목소리에 잠에서 깨 어리둥절 둘러보면 언제나 그랬듯이 나.. 더보기
바람처럼 자유롭게... 오른쪽 검지 손톱 밑 살점이 조금 뜯겼다. 손톱깍이가 살점을 물어뜯은 자리 분홍 피가 스며들었다. 처음엔 찔끔하고 조금 있으니 뜨끔거렸다. 한참 동안, 욱신거렸다. 누군가 뒤늦게 떠난 모양이었다. 벌써 떠난 줄 알았던 누군가 뜯긴 살점을 통해 빠져나간 모양이었다. 아주 작은 위성 안테나가 생긴 모양이었다.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었다. - 이윤학 시 '너는 어디에도 없고 언제나 있다' 모두 아침 식전에 14알,, 식후에 6알. 하루에 꼬박꼬박 20여 알의 약을 삼킨다. 이제는 습관처럼 약을 복용 할 때도 되었는데,, 이는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2009년 6/9일부터 2010년 6/9일 까지,, 이제 조금만 더 참고 꾸준히 복용하면 결핵약 14 알을 끊을 수 있다. 이 약은 양도 많고 부작용도 많아서.. 더보기
불 붙듯 피어나던 동백이 지고 있더라,, 사실 나쁜 놈이다 세상의 모든 것들을 나라고 우기고 그것들을 사진으로 찍어서 그것들을 또 다른 나라고 우겨댔었다 그런데 그건 내 탓이 아니다 태양 탓이다 달과 별들 탓이다 이슬 탓이다 호수 탓이다 아니 네 눈물 탓이다 무언가 반짝 하고 빛을 발하는 것들은 위험하다 사진을 찍는 일이 영혼을 찍는 일이었던 그 옛날의 고정관념 때문만이 아니다 가령 태양이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행성들을 어디로도 도망가지 못하게 하고 수시로 사진을 찍어대는 것이 어디 직업의식 때문일까 태양은 스스로를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을 자신의 얼굴로 착각하고 수시로 셀카를 찍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나는 나쁜 놈이 아니다 단지 너를 나라고 잠시 착각하고 사진을 찍은 것일 뿐, 그래서 너와 사랑에 빠진 것일 뿐, 스스로 사진을 찍는 일이 사.. 더보기
왼쪽과 혹은,, 오른쪽을 위한 찬가. 맨 처음 그대가 왼손으로 서툴게 다가와 시작했으므로 나도 별안간 왼손잡이가 되었다. 왼손이 이렇게 오른손처럼 되긴 처음이다. 그대가 왼손으로 마우스를 잡고 클릭할 때 장난처럼 마구 움직이던 헛짚은 세상 헛짚은 사랑처럼 서로가 서로를 집으려다 배운 헛손질 다 끝나고 나니, 오른손은 왼손의 잔량처럼 작아 보였다. 아무리 마음을 먹어도 왼손으로 잘 안 짚히던 그대 놓치고 금방 날아가 죽을 것처럼 푸드득거렸다. 왼손은. 그러다가 갑자기 고요해졌다. 기죽은 왼손은, 땅 속의 뿌리처럼. 그대와 나, 잘못된 왼손끼리의 어설픈 사랑의 화법은 밤처럼 더더욱 깊어만 간다. 무수히 서로 헛짚고 나서도. 금이 간 오른손의 깁스 붕대를 풀기 전에 나는 그대의 왼손을 잡고 싶다. 다시는 오른손으로 돌아갈 수 없도록 - 최문자 시.. 더보기
훠어이~ 훠어워어~~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인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에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 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가서 금방 딴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서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새가 되었.. 더보기
피어나는 산수유, 동백꽃 따라 내 마음도 피어나기를,,,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 김 소월시 '산유화' 모두 며칠,, 황사로 뿌옇던 하늘이 맑게 개였습니다. 다소 막혀 있던 일들을 개운하게 정리하고 몸은 다소피곤 했는지 조금은,, 긴 잠을 잤습니다. 21;15을 넘기고 곤한 잠에 빠졌다가 잠시 눈을 뜨니 02;35분... 화장실에서 나오며 큰아이의 방을 보니 불이 켜져 있습니다. 가만히 창문을 여니 피곤한 몸을 침대에 잠시 누운다고 누웠겠지만,,, 편히 눕지도 못하고 단어장을 쥐고 잠이 들었습니다. 안경을 벗고 편히 자라고 방의 불을 꺼주고 나오면서 이제 시작된 고 3의.. 더보기
봄 햇살이 나의 눈을 부시게 할 때,,, 버스가 모퉁이를 도는 순간 햇빛이 유리창처럼 떨어졌다. 아찔! 나무가 새겨진다. 햇빛이 미세하게 벚꽃을 깎아낸다. 벚꽃들, 뭉게뭉게 벚꽃들. 청남빛 그늘 위의 희디흰 눈꺼풀들, 부셔하는 눈꺼풀들. 네게도 벚꽃의 계절이 있었다. 물론 내게도. - 황인숙 시 '아직도 햇빛이 눈을 부시게 한다' 모두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문학과지성사 - 3월도 중순을 향하는데,, 아직은 바람이 불고 곳곳에는 눈이 내린다. 창가에 앉아 거리를 바라보다가 비치는 햇살에 마음이 동하여 거리로 나섰다. 요즘의 며칠은 식사다운 식사를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거리는 제법 춥고 바람도 거세다. 황사가 온다고 했던가?!,,,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이 마스크에, 머플러에 제대로 추위와 바람에 대비 해 있다. 바람이 다소 쌀쌀한 거리를 걸.. 더보기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天命)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려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沈澱)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六疊房)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 윤동주 시 '쉽게 씌여진 시' 모두 "보통 우리는 냄새를 묘사할때 좋다, 나쁘다, 향기롭다, 역겹다등..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