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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큰딸 아이를 시험장에 들여 보내고,,,



- 이상도 하지~ 시험장의 교문을 나서며 노오란 '후라지아꽃'이 보고 싶었다, 이 사진으로 대신하며,,,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 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 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데서 지금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을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 황지우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모두







이틀간에 걸쳐 딸아이의 학교에 10시에 찾아가 차로 책을 같이 실어 날랐다. '우리때'에 비해서 보는 참고서가 얼마나 많은지....!? 그 방대한 양에 놀랍고 그 참고서나 문제집등을 사보지 못한 아이들의 마음은 어떨까? 하는 마음에 조금 우울했다. 고등학교시절 어려웠던 가정형편으로 참고서 하나 마음놓고 사보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내 자식들은 그런 기억이 없겠지만,, 참고서나 문제집을 필요한데로 아낌없이 사주었는데도 다 풀지않고 방치하는 듯한 것을 보면 내심 마음이 아팠었다. 자신의 방과 책장에 있는 참고서나 문제집 외에도 두번에 나를만큼 방대한 양에 다시 놀랐고, 시대에 따라 아이들이 풀고 보아야 하는 문제집이나 책들이 많음에 안타까웠다. 이제는 부모의 능력에 따라 대학 간다는 말이 사실이 됐다.

3년을 하루같이 딸아이를 학교에 보내주고 퇴교 시간에 맞춰서 같이오고... 때로는 귀찮고 피곤했지만,, 오고 가던 가로수길의 나무들이 색이 바뀌는 것을 세번을 보았다. 가로수길 나무들의 단풍이 아름다워 매년 가을이면 탄성을 뱉고는 했는데,, 이길도 얼마 후에는 안녕이다. 딸 아이에게 이길이 참 예쁘지 않냐고 하니 별 감흥이 없다. 요 며칠 지인들의 전화와 찹쌀떡, 엿, 쵸콜릿 공세에 아이는 웃으면서도 살큼~ 부담이 되는 눈치다. 아이의 시험날, 내가 잠이 오지않아 4시도 않되서 깨어 책을보니 마눌님이 5시에 깨어 아이의 도시락을 준비한다. 평소에 먹는데로 싸는것이 좋다고 하여 간단하게 싼다고 하니,, 먼저 씻고 아이를 6시에 깨운다. 시험장이 다행히 가까운 곳이라 평소의 리듬대로 깨어서 준비하고 갈수 있어 행운이다.

어제 미리 시험장에 가 보았기에 20분 만에 시험장인 산곡고에 도착하였다. 역시 밀리기는 하는데 이른 시간이라 크게 막히지 않고 도착했다. 교문 앞에서 큰딸아이를 한번 안아주니 " 아빠 왜이래~!" 하는 표정이다. 엄마와 같이 배치표 확인하고 고사장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잠깐 지켜 보았다. 아이의 엄마는 교문을 잡고 잠시 기도하고... 차를 돌려 집에오니 아이의 방을 정리하고 정한수를 뜨고 촛불을 켜고 절을 하며 기도를 한다. 아이들에 대한 사랑은 역시 엄마가 대단하다! 말도 많고 탓도 많은 대학시험, 그간 준비하고 노력한대로 운이 더하여 바라는 만큼 점수를 받을 수 있기를... 매번 학교의 시험 때마다 점수에 울고, 웃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나도 가만히 두손을 모으게 된다. 이제 아이의 앞으로 성인이 되어 다가올 수많은 시험이 있겠지만,, 그 첫번째 시험일 수 있는 이 시험을 잘 넘기기를 모든 수험생 부모의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원한다. 모두들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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