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썸네일형 리스트형 새벽에 내리는 비. 새벽에 내리는 비 - "tears" 조회(402) 이미지..,love. | 2006/05/06 (토) 13:05 추천(0) | 스크랩(0) 이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개울물이 밤새 닦아놓은 하늘로 일찍 깬 새들이 어둠을 물고 날아간다 산꼭대기까지 물길어 올리느라 나무들은 몸이 흠뻑 젓었지만 햇빛은 그 정수리에서 깨어난다 이기고 지는 사람의 일로 이 산 밖에 삼겹살 같은 세상을 두고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 나는 벌레처럼 잠들었던 모양이다 이파리에서 떨어지는 이슬이었을까 또다른 벌레였을까 이 작두날처럼 푸른 새벽에 누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이상국시 '미천골 물푸레나무 숲에서'전문 --------------------------------------------------------.. 더보기 생명. '生命' - 사람으로 산다는 것은. 조회(198) 이미지..,love. | 2006/05/04 (목) 12:49 추천(0) | 스크랩(0) 누가 흘렸을까 막내딸을 찾아가는 다 쭈그러진 시골 할머니의 구멍 난 보따리에서 빠져 떨어졌을까 역전 광장 아스팔트 위에 밟히며 뒹구는 파아란 콩알 하나 나는 그 엄청난 생명을 집어들어 도회지 밖으로 나가 강 건너 밭 이랑에 깊숙히 깊숙히 심어 주었다 그때 사방 팔방에서 저녘노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김준태시 '콩알 하나'전문 ----------------------------------------------------------------------------------------- -인면수심(人面獸心)이란 단어가 있다. 모양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마음은 .. 더보기 정희성의 시 몇 편. '몽타즈' - 정희성의 詩 몇편 더. 조회(201) 이미지..,love. | 2006/05/03 (수) 17:09 추천(0) | 스크랩(0) 오늘처럼 눈보라가 치는 날이면 겨울바다가 보고 싶다는 아내의 말을 떠올리며 나는 원고를 들고 마포길을 걸어 제 이름도 빼앗긴 출판사로 간다 낯익은 이길이 왠지 낯설어지고 싸우듯 빰을 부비듯 휘몰아치는 눈보라 속에서 나는 눈시울이 뜨겁구나 시는 아무래도 내 아내가 써야 할는지도 모른다 나의 눈에는 아름다움이 온전히 아름다움으로 보이지 않는다 박 종철군의 죽음이 보도된 신문을 펼쳐들며 이 참담한 시대에 시를 쓴다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살아남기 위하여 죽어있는 나의 영혼 싸움도 사랑도 아닌 나의 일생이 지금 마포 강변에 떨어져 누구의 발길에 채이고 있을까 단 한번,.. 더보기 발란스. 평안 - 마음의 '발란스' 조절. 조회(207) 이미지..,love. | 2006/05/03 (수) 12:17 추천(1) | 스크랩(0) 월리엄 블레이크와 그의 시대와 시를 생각하며, 나는 걷는다. 법망이 뒤얽힌 거리를 빠져 나가며 마주치는 모든 눈동자 속에서 공포에 질린 피의자를 만난다. 신경을 감춘 모든 건물과 담 밑에서 만난 사람들이 웬일로 말없이 눈시울을 붉히고 등뒤에서 번득이는 보안등, 불빛이 이룬 가장 깊은 그늘을 본다. 사람들이 황망히 어둠 속으로 사라지면 문마다 빗장을 거는 소리, 집집마다 문틈에서 새어나오는 어둡고 비탄에 잠긴 한숨과 모든 침묵 속에서 나는 한시대가 이룩한 가장 두렵고 아픈 소리를 듣는다 월리엄 블레이크와 그의 시대와 세계의 다른 도시들을 생각하며 보고 듣고 그리고 나는 .. 더보기 마음을 씻고,, 손을 씻고, 마음을 씻고. 조회(236) 이미지..,love. | 2006/05/02 (화) 12:56 추천(2) | 스크랩(0)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믈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정희성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전문 ---------------------------------------------------------------------------------------- -기온의 차이가 .. 더보기 이곳에 살기 위하여. 얼음보다 차게, 그러나 뜨거운 가슴으로. 조회(253) 이미지..,love. | 2006/05/01 (월) 13:05 추천(0) | 스크랩(1) 한밤에 일어나 얼음을 끈다 누구는 소용이 없는 일이라지만 보라, 얼음 밑에서 어떻게 물고기가 숨쉬고 있는가 나는 물고기가 눈을 감을 줄 모르는 것이 무섭다 증오에 대해서 나도 알 만큼은 안다 이곳에 살기 위해 온갖 굴욕과 어둠과 압제 속에서 싸우다 죽은 나의 친구는 왜 눈을 감지 못하는가 누구는 소용없는 일이라지만 봄이 오기 전에 나는 얼음을 꺼야 한다 누구는 소용없는 일이라지만 나는 자유를 위해 증오 할 것을 증오한다 -정희성시 '이곳에 살기 위하여'전문 -----------------------------------------------------------.. 더보기 잠에서 깨어,,,, 깊은 잠 에서 깨어나...... 조회(223) 이미지..,love. | 2006/04/30 (일) 09:53 추천(0) | 스크랩(1) 살얼음 끄트머리에 가벼이 앉아 있던 가창오리떼는 어찌하여 한강을 떠나는가 하루에 세 번씩 내 청춘을 때리던 노량진 성당의 종소리는 어찌하여 저녘놀이 사라지기도 전에 붉게 사라지는가 보름달은 또 어찌하여 초승달이 되어 한강철교 위로 홀연히 떠올라 내 그토록 우러러보던 초월의 가장 가난한자세를 보여주는가 강물은 한순간에 한강을 놓아버리고 유유히 바다로 흘러가는데 파도는 섬기슭 끝까지 달려갔다가 한순간에 수평선 끝까지 물러나는데 나는 아직 돈도 사랑도 버리지 못하고 꾸역꾸역 밥과 국만 먹는다 처마 끝에 맺힌 고드름도 한순간에 마당에 툭 떨어지는데 나는 아직 이별의 순간을 떨치.. 더보기 조향미 시 몇편. 들꽃 같은 조향미의 詩 몇편. 조회(259) 이미지..,love. | 2006/04/29 (토) 17:37 추천(0) | 스크랩(1) 그대 가는구나 지친 울음 마침내 가라앉고 고요한 봇물 비친 산그림자 은은히 깊다 못둑 들꽃에 잠시 앉았다 떠나는 잠자리 하르르 저 결고운 햇살 속으로 그대 아주 가는구나 -'가을 해후'전문 ----------------------------------------------------------------------------------------- 새 한마리 날지 않는 차가운 하늘 길은 모두 눈 속에 묻혔고 마을의 마지막 등불도 꺼져 다시 깊고 깊은 겨울이다 바람에 덜컹대는 사립문을 닫아 걸고 한밤내 물결치는 대숲 소리 들으며 가슴 속 무딘 칼 한 자루 푸른 댓잎처럼 벼려.. 더보기 이전 1 ··· 144 145 146 147 148 149 150 ··· 17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