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자유’와 평화 - 신동엽 시. * 네잎클로버는 ‘행운’이고, 세잎 클로버는 ‘행복’이라는 데 많은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행운을 찾느라 지천에 널린 행복을 잊어버리고 산데.., 아담한 산들 드믓 드믓 맥을 끊지 않고 오간 서해안 들녘에 봄이 온다는 것 것은 생각만 해도, 그대로 가슴 울렁여 오는 일이다. 봄이 가면 여름이 오고 여름이 오면 또 가을 가을이 가면 겨울을 맞아 오고 겨울이 풀리면 다시 또 봄, 농삿군의 아들로 태어나 말썽 없는 꾀벽동이로 고웁게 자라서 씨 뿌릴 때 씨 뿌리고 걷워딀 때 걷워딀 듯 어여쁜 아가씨와 짤랑 짤랑 꽃가마나 타 보고 환갑 잔치엔 아들딸 큰절이나 받으면서 한평생 살다가 조용히 묻혀가도록 내버려나 주었던들 또, 가욋말일찌나, 그러한 세월 복 많은 가인(歌人)이 있어 봉접풍월(蜂蝶風月)을 노래하고 장미에 .. 더보기 장마, 그리고 ‘폭염 속’에서,, 낙타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별과 달과 해와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것도 못 본 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별과 달과 해와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올 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 신경림 시 '낙타'모두 * 때로, 인생은 사막이거나 높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한다. 유럽의 알피스트 가운데 '라인홀트 메스너' 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늘 혼자서 산에 오르는데, 낭가 파르바트 8000m 연봉들을 대원 하나없이 혼자서 넘어 왔다. 그런 그도.. 더보기 ‘시’를 노래하라 - 신경림 시.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이발소 앞에 서서 참외를 깎고 목로에 앉아 막걸리를 들이키면 모두들 한 결 같이 친구 같은 얼굴들 호남의 가뭄 얘기 조합 빚 얘기 약장사 기타 소리에 발장단을 치다보면 왜 이렇게 자꾸만 서울이 그리워지나 어디를 들어가 섰다라도 별일까 주머니를 털어 색시 집에라도 갈까 학교 마당에들 모여 소주에 오징어를 찢다 어느새 긴 여름 해도 저물어 고무신 한 결레 또는 조기 한 마리 들고 달이 환한 마찻길을 절뚝이는 파장 - 신경림 시 ‘파장(罷場)’모두 그의 가난과 추위가 어디 그만의 것이랴. 그는 좁은 어깨와 야윈 가슴으로 나의 고통까지 떠안고 역 대합실에 신문지를 덮고 누워 있다. 아무도 그를 눈여겨보지 않는다. 간혹 스치는 것은 모멸과 미혹의 눈길뿐. 마침내 그는 대합실에.. 더보기 서글픈 ‘뒷 모습‘ - 서정주 시.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옷날, 처음 만나던 날 우리 둘이서, 그늘 밑에 서 있던 그 무성하고 푸르던 나무같이 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마 아닐 것입니다. 천 길 땅 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더라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어요? 더구나 그 구름이 소나기 되어 퍼부을 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 거여요. - 서정주 시 ‘춘향유문-춘향의 말3‘모두 신령님... 처음 내 마음은 수천만마리 노고지리 우는 날의 아지랑이 같었읍니다 번쩍이는 비눌을 단 고기들이 헤염치는 초록의 강 물결 어우러저 날르는 애기 구름 같었읍니다 신령님... 그러나 그의 모습으로 어느날 당신이 내게 오셨을때 나는 미친 회오.. 더보기 ‘자유로운 영혼’ - 백석 시. 나는 北關(북관)에 혼자 앓아누워서 어느 아침 의원을 뵈이었다 의원은 如來(여래) 같은 상을 하고 關公(관공)의 수염을 드리워서 먼 옛적 어느 나라 신선 같은데 새끼손톱 길게 돋은 손을 내어 묵묵하니 한참 맥을 짚더니 문득 물어 고향이 어데냐 한다 평안도 정주라는 곳이라 한즉 그러면 아무개씨 고향이란다 그러면 아무개씰 아느냐 한즉 의원은 빙긋이 웃음을 띠고 莫逆之間(막역지간)이라며 수염을 쓴다 나는 아버지로 섬기는 이라 한즉 의원은 또다시 넌즈시 웃고 말없이 팔을 잡아 맥을 보는데 손길은 따스하고 부드러워 고향도 아버지도 아버지의 친구도 다 있었다 - 백석 시‘고향‘모두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같이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 더보기 ’천(天)·지(地)·인(人)‘/박 재삼 시 우리 마음을 비추는 한낮은 뒷숲에서 매미가 우네. 그 소리도 가지가지의 매미 울음. 머언 어린 날은 구름을 보아 마음대로 꽃이 되기도 하고 잎이 되기도 하고 친한 이웃아이 얼굴이 되기도 하던 것을. 오늘은 귀를 뜨고 마음을 뜨고, 아, 임의 말소리, 미더운 발소리, 또는 대님 푸는 소리로까지 어여삐 기뻐 그려낼 수 있는 명명(明明)한 명명(明明)한 매미가 우네. - 박재삼 시 ‘매미 울음에’모두 * 1962년 시집 (신구문화사)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 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 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 더보기 바다로 간 ‘목마’ - 박인환 시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날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취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혀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 박인환 시 '세월이 가면' 모두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木馬를 타고 떠난 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木馬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떠어진다 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小女는 정원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더보기 에스프레소 한잔. 집 밖에서 집을 보네 밤이 새벽으로 건너가는 시간 금성이 춥게 빛날 때 울다 잠든 아내 두고 집 밖에서 뀅한 눈으로 내 사는 아파트를 바라보네 저 칸칸이 토굴 같은 시커먼 아파트 덩어리 모래와 시멘트로 뭉쳐진 커다란 산 저 속에서 그만 살 것처럼 사랑하고 또 다 산 것처럼 싸우고 옷 벗고 뒹굴고 또 옷 입고 종주먹을 들이대고 나날을 최후처럼 살았네 불현듯 타클라마칸 사막의 한가운데 돈황의 막고굴이 떠올랐다네 커다란 산에 층층이 동굴을 뚫고 수도승들은 화엄세계를 새겨 넣으려 굴 밖에 거울을 세워두고 빛을 반사시켜 들여서 몇 십 년 몇 백 년 작업을 했다지 얼마나 죽고 싶었을까 그들에게 차라리 내가 버리고 싶은 이 사바가 극락쯤은 아닐 될까 그래, 나의 이 고해가 극락이라니 목말라 물을 찾다 밤새 술만 들이.. 더보기 이전 1 ··· 21 22 23 24 25 26 27 ··· 17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