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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긴 전화...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다 말이 없었다 잠시 그렇게 있다 전화가 끊어 졌다 누구 였을까 깊은 밤 어둠 속에서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두근 거리는 집게 손가락으로 내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다가와 여보세요 여보세요 두드리다 한발짝을 더 나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그냥 돌아선 그는 누구 였을까 나도 그러 했었다 나도 이세상 그 어떤 곳을 향해 가까이 가려다 그만 돌아선 날이 있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항아리 깊은 곳에 버린 것을 눌러 담듯 가슴 캄캄한 곳에 저 혼자 삭아 가도록 담아둔 수많은 밤이 있었다 그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나혼자만 서성거리다 귀뚜라미 소리같은 것을 허공에 던지다 단 한마디 던지지 못하고 돌아선 날들이 많았다 이세상 많은 이들도 그럴 것이다 평생 저혼자 기억의 수첩에 썼.. 더보기
여인의 슬픈 ‘목’ / 노천명 시인.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冠이 향그러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 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쳐다 본다. - 노천명 시 ‘사슴' 모두 대자 한치 오푼 키에 두치가 모자라는 불만이 있다. 부얼부얼한 맛은 전혀 잊어버린 얼굴이다 몹시 차 보여서 좀체로 가까이 하기를 어려워 한다. 그린 듯 숱한 눈썹도 큼직한 눈에는 어울리는 듯도 싶다마는… 전시대 같으면 환영을 받았을 삼단 같은 머리는 클럼지한 손에 예술품 답지 않게 얹혀져 가냘픈 몸에 무게를 준다. 조그마한 거리낌에도 밤잠을 못자고 괴로와하는 성미는 살이 머물지 못하게 학대를 했다 꼭 다문 입은 괴로움을 내뿜기보다 흔히는 혼.. 더보기
‘배 고픈’ 식당/슬픈 ‘허기’ 밥은 왜 따스해야 맛나는가 그건 밥을 위해 애쓴 이의 마음이 뜸 들어 있어서이다 찬밥은 왜 싫은가 밥을 애타게 그리다가 식어버린 아픔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늘상 먹어야 하는 밥은 울렁이는 허기를 좇아주기도 하지만 자주 목이 메이게도 하는 영물이다. - 박 이현 시 ‘밥3’모두 * 성의: 진실되고 정성스러운 뜻. - 하루에 한끼는 ‘매식’을 하게 되는데 ‘내돈내산’이라는 말도 있는데 내돈 내고 밥을 먹는데도 50%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비싼 돈’이 너무 본전생각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주에 두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코스내에 가끔 들르는 식당 두곳이 ‘다시 가고싶지 않은 식당’으로 리스트 업이 되었다. 한곳은 ‘우리동네 국수집’이라는 국수집. 비빔국수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입맛이 떨어지면 비빔국수, .. 더보기
‘애착’ 시선/ 김 혜순 시. 드문드문 세상을 끊어내어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걸어 놓고 바라본다. 흰 하늘과 쭈그린 아낙네 둘이 벽 위에 납작하게 뻗어 있다 가끔 심심하면 여편네와 아이들도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붙여 놓고 하나님 보시기 어떻습니까? 조심스럽게 물어 본다 발바닥도 없이 서성서성. 입술도 없이 수근수근. 표정도 없이 슬그머니. 그렇게 웃고 나서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 그리고 드디어 납작해진 천지만물을 한 줄에 꿰어 놓고 가이없이 한없이 펄렁펄렁. 하나님 보시니 마땅합니까 - 김 혜순 시 ‘납작납작-박수근 화법을 위하여’모두 * 박 수근 화백의 그림을 좋아 한다. 최근에 화랑에 갈 일이 생겨서 들렀다가 그의 그림을 볼 수 있어서 즐거웠다. 그는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모습을 많이 그렸는데,, 그림를 직관.. 더보기
기원과 절대고독 / 김 현승 시인.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혼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아름다운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그 체온으로 내게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 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준다. 나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 끝에서 나의 언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꿈으로 고인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이제는 티끌처럼 날려보낸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도 없는 그 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 - 나의 시는. - 김 현승 시 ‘절대고독’모두 * 시집 [가을의 기도] 중.. 더보기
액션장인1/키아노 리브스-존 웍4. * 본명 키아누 찰스 리브스 Keanu Charles Reeves 출생 1964년 9월 2일 (58세) 레바논 국기 레바논 베이루트 국적 캐나다 국기 캐나다 신체 186cm 가족 아버지 새뮤얼 나우린 리브스 어머니 패트리시아 리브스 직업 배우, 성우, 음악가, 만화가, 프로듀서 데뷔 1984년 TV 시리즈 더보기
높고 푸르른 날의 시 - 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천 상병 시 ‘귀촌’모두 _《귀천 Back to Heaven》/도서출판 답게, 2001 * Back to Heaven I'll go back to heaven again. Hand in hand with the dew that melts at a touch of the dawning day, I'll go back to heaven again. With the dusk, together, just we two, at a sign from a c.. 더보기
일상의 투명한 시선 / 이 자켓 시인. 얼음이 필요했다 우유갑을 내려놓고 옵을 불렀다 차에 탔다 마을을 벗어났다 진입로에 들어섰다 마을을 지나쳤다 교차로에 있던 거대한 나무가 잘렸다 밑동은 남았다 자르고 나면 다시 자라긴 하나 거, 틈만 나면 베려고 안달이야 미용실도 말이야 짧게 잘라달라고 하면 다 밀 어버린다니까 없는 거랑 같나 원, 머리 자르고 온 건 알 고 있어? 한마디도 없길래 아예 밀어버려서 안 보였나 투명 커트라고 할까 봐 마트에 도착했다 얼음 틀을 들었다 내려 놓았다 각 얼음을 샀다 주택 앞에 주차했다 스케이트보드 위에 주저앉은 사람들이 홀짝하고 있었다 시동을 끄고 구경했다 두 손을 흔들어 동전이 짤랑거릴 때 깔고 앉은 보드가 좌우로 움직였다 바퀴가 굴렀다 각자 등 뒤에 둔 잼 병에 우표가 담겼다 옵은 목을 빼고 차창 가까이 갔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