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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년의 입맛 / 고들빼기’ 김치. 잡초 [이향지] 내가 심어 내가 먹는 손바닥농사 뽑아도, 뽑아도, 쳐들어오는 잡초들과의 전쟁이다 나는 도라지 심었는데 쑥 민들레 어깨동무로 자란다 나는 무 배추 상추 시금치 아욱 심었는데 쇠비름 고들빼기 씀바귀 더 팔팔하다 내가 내 감자 고구마 서리태 옥수수에게 타이른다 쟤들 좀 봐라, 꾸짖을수록 내 잎과 열매 한층 모자라다 토박이 경운기 빌려서 깊이 갈아엎고 닭똥 푸집 섞어 주고 싶어도 하늘 높은 줄만 아는 다락밭이다 똑같은 흙, 똑같은 안개, 똑같은 햇볕 잡초도 사는데 내 희망 먹고 자란 푸성귀보다 구박덩어리들이 더 반들거리니 내가 게으른 탓이다, 내가 경계를 느슨하게 잡초도 식구로 보아주기로 한 날부터 잡초가 잡초 쪽으로 나를 엎어 버린 것이다 내가 계속 그늘 속에 앉았거나 누워 있으면 쑥 민들레 .. 더보기
‘천재’ 그 절실한, ’고독‘ - 이 상 시인. 문(門)을암만잡아다녀도안열리는것은안에생활(生活)이모자라는까닭이다. 밤이사나운꾸지람으로나를졸른다. 나는우리집내문패(門牌)앞에서여간성가신게아니다. 나는밤속에들어서서제웅처럼자꾸만감(减)해간다. 식구(食口)야봉(封)한창호(窓戶)어데라도한구석터놓아다고내가수입(收入)되어들어가야되지않나. 지붕에서리가내리고뾰족한데는침(鍼)처럼월광이묻었다. 우리집이앓나보다그리고누가힘에겨운도장을찍나보다. 수명(壽命)을헐어서전당(典當)잡히나보다. 나는그냥문(門)고리에쇠사슬늘어지듯매어달렸다. 문(門)을열려고안열리는문(門)을열려고 - 이상 시 ‘ 가정(家庭)’ (『카톨릭청년』 34호, 1936.2) *제웅 : 짚으로 만든 모조 인형, 식구 : 여기서는 아내의 호칭 13인의아해(兒孩)가도로로질주(疾走)하오. (길은막다른골목이적당하오.) 제1의아.. 더보기
‘LOVE’ ,, “Elizabeth Barrett Browning” - 2 Sonnet 23 - Is it indeed so? If I lay here dead -참으로 그러하리까, 이 자리에 누워 내가 죽는다면 ** Is it indeed so? If I lay here dead, Wouldst thou miss any life in losing mine? And would the sun for thee more coldly shine Because of grave-damps falling round my head? 참으로 그러하리까? 이 자리에 누워 내가 죽는다면, 내가 없음으로 당신이 삶의 기쁨을 잃으리까? 무덤의 습기가 내 머리를 적시운다고 햇빛이 당신에게 차라우리까? I marvelled, my Beloved, when I read Thy thought so in th.. 더보기
불멸의 사랑; Elizabeth Barrett Browning , 영시(소네트) 두편. * 소네트 14번(만약, 그대가 나를 사랑한다면) If thou must love me, Let it be for nought Except for love's sake only. - 그대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면, 다른 아무것도 아닌 오직 사랑을 위해서만 사랑해 주세요. Do not say "I love her for her smile -her look -her way of speaking gently, For a trick of thought that falls in well with mine, And certens brought A sence of ease on such a day" - “난 그녀의 미소 때문에, 외모 때문에, 상냥스러운 말투 때문에, 내 생각과 잘 어울리는 재치 있는 생각 때문에, 어.. 더보기
비오는 날의 인사.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모르는 사이에 당신의 나이를 넘어 있었습니다 그것을 잊은 채로 당신의 나라에 와버렸고 잊은 채로 당신의 학교에까지 와버렸습니다 팔짱을 끼고 독수리상을 지나서 좀 왼쪽으로 올라가면 당신의 비석이 서 있습니다 당신의 나이를 넘은 제 삶을 여기에 옮긴 것은 옳았던 것인지 "여기는 윤동주 선배님의 조용한 안식처입니다. 담배 꽁초를 버리지 맙시다." 오늘은 비가 지독하고 팻말은 풀숲 속에 쓰러진 채 비에 젖어 있었지만 후배들은 여기서 담배 따위는 피우고 있지 않아요 여기 올 때마다 조그마한 꽃다발이 놓여 있습니다 "시인이 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학살당했다. 그런 시대가 있었다." 라고 일본의 한 뛰어난 여성시인이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신에 대해서입니다. 그것은 저희 어머니의 .. 더보기
‘순이(順伊)’와 ‘어머니’ / 윤동주 시.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서스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 윤동주 시 ‘ 간(肝)‘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 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더보기
솔직한 ‘마음’으로 ,, 우리는 가끔 '더럽다'를 '드럽다'라고 한다 우리는 가금 '쌀'을 '살'이라고 한다 우리는 가끔 '팔'을 '폴'이라 한다 우리는 가끔 '무''를 '무시'라 한다 저 드러븐 새끼에게 먹이겠다고 무거운 살을 들고 여기까지 마 폴이 빠질 것 같다 인사도 모르는 저 무시같이 밍밍한 놈을 그래도 사람이라고 그래도 우리는 다 알아듣는다 참 히한하다. - 성 선경 시 ‘해음(諧音) 3‘ [네가 청둥오리였을 때 나는 무엇이었을까],파란 2020. * 풋풋한 시절에 “ 척, 보면 압미당~” 하는 개그가 유행 했었다. 사회생활의 ’챠트 키‘처럼 한때 유행 하던 말 이었는데, 나이가 먹고 몸이 ‘정상’이 못하게 되니까? ‘먹고 배설’하는 가장 기본의 행위가 사람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밑바닥 깊숙히 ‘깔린 기본’ 임을 새삼.. 더보기
‘그리움’의 빛깔/유 하 시. 천장(天葬)이 끝나고 일제히 날아오른 독수리 떼 허공에 무덤들이 떠간다 쓰러진 육신의 집을 버리고 휘발하는 영혼아 또 어디로 깃들 것인가 삶은 마약과 같아서 끊을 길이 없구나 하늘의 구멍인 별들이 하나 둘 문을 닫을 때 새들은 또 둥근 무덤을 닮은 알을 낳으리. - 유하 시 '생(生)' 모두 1 사내는 결혼식에 간다 친구의 들러리를 서기 위해, (결혼에 관한 한 그는 늘 들러리 의식을 갖고 있었다) 거기서 그는 우연히 신부 친구와 눈이 맞는다 (앤디맥도웰 같은 여자를 상상하면 좋겠다) 처음 본 그날, 사내와 여자는 돌발적으로 관계를 맺는다. 다음날 아침, 그녀는 사내에게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묻는다 우리 결혼하지 않을래요? 사내는 당황한다 우린 겨우 한 번 만났을 뿐인데...(사내는 결혼이란 두 개의 영..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