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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공양 한끼 !?… ‘Blance’ 같은 돌인데 개를 닮은 돌에는 아픔이 느껴졌다 같은 돌인데 사슴을 닮은 돌에는 들판이 느껴졌다 같은 돌인데 천년 왕릉을 지킨 석상에는 영원이 느껴졌다 그래도 영원한 건 없다 금색의 부처가 앉아 있다 계신다 생각하면 부처는 계신다 그러나 없음까지도 생각에서 지워야 한다 수많은 여념이 쌓였고 돌도 털어보면 먼지가 났다 이곳에 맞지 않은 생각을 해버렸다 그 틈에 떨어뜨리자 맑은 종소리가 났다 - 유 수연 시 ‘공양’모두 * [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창비, 2023. - 새벽시간 투석에서 오후 6시로 투석시간을 바꾼지 2주차,, 간만에 일을 한다고 오전에 출근하여 오후 4:30 퇴근, 부천과 영등포 공용오피스에 08시에 출근하여 출근체크 하고 컴퓨터를 켜고 14:30 에 퇴근 체크를 한다. 간만에 사무실에 .. 더보기
다시 읽는,, 강은교 시인.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 강 은교 시 ‘우리가 물이 되여’모두 그땐 몰랐다. 빈 의자는 누굴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의자의 이마가 저렇게 반들반들해진 것을 보게 의자의 다리가 저렇게 흠집 많아진 .. 더보기
추억의 기기 /휴대용 소니 CD 플레이어 디지털 튜너 AM/FM 라디오 메가베이스 어느 날 낡은 책상 서랍을 뒤지다가 귤이 아닌 귤 하나를 발견했다 언제부터 그 속에 잊혀져 있었는지 시퍼렇게 가슴이 말라버린 귤처럼 고운 색깔 가진 그대가 나로 인해 오랫동안 파리해져가는 건 아닌지 껍질을 까면 더 아름다운 그대가 무심한 세상 한 구석에서 타고난 빛깔마저 잃어가는 건 아닌지 - 이 선영 시 ‘내 서랍속의 귤 하나’ 모두 [오, 가엾은 비눗갑들],문학동네, 2021. * 스마트폰이 너무 편리해짐에 따라서 많은 기기들이 사라지고, 사람들도 더블어 소중한 경험들을 잃어 버리고 사라져 가고 있다. 기기와 문명의 발전은 선택에 따라 지극히 개인적일 수 있지만,, 시간과 귀찮이즘에 빠져든 현대인 이라면 누구나 ‘간편함’을 쉽게 선택하고 누릴 수 밖에,,, 요즘 내 서재에 중요하게 자리잡은 SONY .. 더보기
4월의 시 - 김 동환 시인 북청(北靑) 물장수 김동환 새벽마다 고요히 꿈길을 밟고 와서 머리맡에 찬물을 쏴 퍼붓고는 그만 가슴을 디디면서 멀리 사라지는 북청 물장수. 물에 젖은 꿈이 북청 물장수를 부르면 그는 삐걱삐걱 소리를 치며 온 자취도 없이 다시 사라져 버린다. 날마다 아침마다 기다려지는 북청 물장수. 산 너머 남촌에는 김동환 1 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 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南風) 불 제 나는 좋대나. 2 산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저리 고울까. 금잔디 너른 벌엔 호랑나비 떼 버들밭 실개천엔 종달새 노래, 어느것 한 가진들 들려 안 오리 남촌서 남풍불 제 나는 좋데나. 3 산너머 남촌.. 더보기
시 한편 - *섬망/육근상 난닝구 바람으로 쉬고 계시는 김수영 선생님 찾아뵙고 닭모이라도 한 주먹 집어주고 와야 하고, 막걸리 한 사발로 연명하시는 천상병 선생님 업고 동학사 벚꽃 놀이도 다녀와야 하고, 새벽부터 울고 계시는 박용래 선생님 달래어 강경장 젓맛도 보러가야 하고, 대흥동 두루치기 골목 건축 설계사무소 내신 이상 선생님 개업식도 가봐야 하고, 빽바지에 마도로스파이프 물고 항구 서성이는 박인환 선생님이랑 홍도에도 가봐야 하고, 울음 터뜨린 어린애 삼킨 용당포 수심 재러 들어갔다 아직 나오지 않는 김종삼 선생님 신발도 갔다 드려야 하고, 내 사랑 자야 손 잡고 마가리로 들어가 응앙응앙 소식 없는 백석 선생님께 영어사전도 사다드려야 하고, 선운사 앞 선술집 주모가 부르는 육자배기 가락에 침 흘리고 계시는 서정주 선생님 모시고.. 더보기
봄에,, 목련이 피면.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 나희덕 우리 집에 놀러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와. 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이봐. 어서 나와. 목련이 피려면 아직 멀었잖아. 짐짓 큰소리까지 치면서 문을 두드리면 조등弔燈 하나 꽃이 질 듯 꽃이 질 듯 흔들리고, 그 불빛 아래서 너무 늦게 놀러온 이들끼리 술잔을 기울이겠지 밤새 목련 지는 소리 듣고 있겠지.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간다. 그가 너무 일찍 피워올린 목련 그늘 아래로. [어두워 진다는 것],창작과비평사, 2001 목련, 정병근 빤스만 주렁주렁 널어놓고 흔적도 없네 담 너머 다 보인다 지나가는 사람.. 더보기
그대 가까이 (1~5)/ 이 성복 시 1 바람에 시달리는 갈대 등속은 저희끼리 정강이를 부딪칩니다 분질러진 다리로 서 있는 갈대들도 있엇습니다 그대 가까이 하루 종일 햇빛 놀고 정강이가 부러진 것들이 자꾸 일어서려 합니다 눈 녹은 진흙창 위로 꺾인 뿌리들이 꿈틀거립니다 그대 가까이 하루 종일 햇빛 놀고 2 자꾸만 발꿈치를 들어 보아도 당신은 보이지 않습니다 때로 기다림이 길어지면 원망하는 생각이 들어요 까마득한 하늘에 새털구름이 떠가고 무슨 노래를 불러 당신의 귓가에 닿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만나지 않았으니 헤어질 리 없고 헤어지지 않았어도 손 잡을 수 없으니 이렇게 기다림이 깊어지면 원망하는 생각이 늘어납니다 3 나무 줄기 거죽이 자꾸 갈라지고 읽을 수 없는 글자가 새겨집니다 저희는 알 수 없습니다 밥 먹고 옷 입는 일 외에는 부러진 나뭇.. 더보기
봄에 읽는 ‘윤동주 시‘ 몇 편.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가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 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