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사는 이야기 썸네일형 리스트형 낯설어진 세상에서, 참 이상도 하지 사랑하는 이를 저 세상으로 눈물 속에 떠나 보내고 다시 돌아와 마주하는 이 세상의 시간들 이미 알았던 사람들 이리도 서먹하게 여겨지다니 태연하기 그지없는 일상적인 대화와 웃음소리 당연한 일인데도 자꾸 낯설고 야속하네 한 사람의 죽음으로 이토록 낯설어진 세상에서 누구를 의지할까 어차피 우리는 서로를 잊으면서 산다지만 다른 이들의 슬픔에 깊이 귀기울일 줄 모르는 오늘의 무심함을 조금은 원망하면서 서운하게 쓸쓸하게 달을 바라보다가 달빛 속에 잠이 드네 - 이 해인 시 ‘ 낯설어진 세상에서‘ * “ 삶은 한바탕의 꿈 ”이라 흔히들 말하지만, 그 삶이 자신에게 닥치기 전 까지,, 누구도 인생을, 삶을 쉽게 이야기 할 수 없습니다. 아프고 슬픈 눈물을 모두 쏳고 나서야, 내게 살아 나가야 할 이유를.. 더보기 뜨거운 원두커피 한잔. JJJ에겐 관리된 정원 부인과 자식 사랑 닮은 불꽃도 없다 커피포트에 물을 끓인다 여과지에 고온의 물을 두 차례 나누어 붓는다 종이 냄새가 올라온다 여과지를 충분히 적신 뒤 개수대에 물을 버린다 증기는 견고하다 원두를 분쇄한다 아침부터 내린 비가 창을 통과했고 규칙적인 저음이 계단을 두드리고 방문 아래로 기어 다닌다 몸을 웅쿠린 채 쓰러져 잠든 저음을 빗자루로 쓸어낸다 바닥에서 밀려나며 팔을 뻗어보지만 늘어진 손아귀에 붙잡히는 것은 없다 얇은 물줄기를 붓는다 중심에서 바깥으로 원을 그리며 벗어나도록 손목은 고정하고 팔을 돌린다 기다린다 주전자를 쥐고 참아본다 물이 빠져나간 여과지 굵은 물줄기를 쏟는다 앞선 기다림보다 적게 물도 적게 주전자를 기울여 한 지점을 적시고 마른 입술에 침 바른다 실내화 뒤축을 .. 더보기 가을 하늘. 하늘이 더 깊어진 것이 아니다 눈앞을 많이 치운 탓이다 밥그릇처럼 뒤집어도 다 쏟아지지 않는 저 짙푸른 늪같이 떨어지는 곳이 모두 바닥은 아니다 열린 바닥이 끝없이 새떼들을 솟아오르게 한다 티 없다는 말, 해맑다는 말! 가을엔 어쩔 수 없다는 말, 끝 모를 바닥이라는 말! 바닥을 친다는 것, 고통을 저렇게 높이 올려놓고 바닥을 친다는 것 그래서, 살찌고 자란다는 것! 당신이 내게 올 수도 있다는 것 변명은 더 이상 깊어지지 않다는 것! - 유 종인 시 ‘가을 하늘’ _《아껴 먹는 슬픔》(문지, 2001) ** 가을 입니다. 이 푸르른 날에 비가내려 계절이 깊어진 날, 지인의 남편이 몸을 달리 했습니다. 병으로 그간의 어려움이야 미루어 짐작 하였지만, 부고의 소식은, 결국에는 하면서도 마음이 저려 옵니다... 더보기 시론, 내 걸어온 길 되돌아보며 나로 하여 슬퍼진 사람에게 사죄합니다 내 밟고 온 길, 발에 밟힌 풀벌레에게 사죄합니다 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상처받은 이 내 길 건너며 무표정했던 이웃들에 사죄합니다 내 작은 앎 크게 전하지 못한 교실에 내 짧은 지식, 신념 없는 말로 강요한 학생들에 사죄합니다 또 내일을 맞기 위해선 초원의 소와 순한 닭을 먹어야 하고 들판의 배추와 상추를 먹어야 합니다 내 한 포기 꽃나무도 심지 않고 풀꽃의 향기로움만 탐한 일 사죄합니다 저 많은 햇빛 공으로 쏘이면서도 그 햇빛에 고마워하지 않은 일 사죄합니다 살면서, 사죄하면서, 사랑하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 이기철 시 '그렇게 하겠습니다' 모두 풀통 / 김광선 풀통이 넘어져 모자란 만큼 물을 채웠다 넘어져 흐른 자리는 굳어.. 더보기 비오는 날의 인사. ―너는 자라 무엇이 되려니 ―사람이 되지 모르는 사이에 당신의 나이를 넘어 있었습니다 그것을 잊은 채로 당신의 나라에 와버렸고 잊은 채로 당신의 학교에까지 와버렸습니다 팔짱을 끼고 독수리상을 지나서 좀 왼쪽으로 올라가면 당신의 비석이 서 있습니다 당신의 나이를 넘은 제 삶을 여기에 옮긴 것은 옳았던 것인지 "여기는 윤동주 선배님의 조용한 안식처입니다. 담배 꽁초를 버리지 맙시다." 오늘은 비가 지독하고 팻말은 풀숲 속에 쓰러진 채 비에 젖어 있었지만 후배들은 여기서 담배 따위는 피우고 있지 않아요 여기 올 때마다 조그마한 꽃다발이 놓여 있습니다 "시인이 시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학살당했다. 그런 시대가 있었다." 라고 일본의 한 뛰어난 여성시인이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신에 대해서입니다. 그것은 저희 어머니의 .. 더보기 ‘익숙한’ 사람들.., 아직도 토요일에 일하는 곳이 있어요? 라는 질문에 대답해야만 했어요 계절을 앞서가며 미싱을 밟지만 생활은 계절을 앞서가지 못했지요 어느 계절에나 계절 앞에 선 그 사람이 있어요 숙녀복 만들 때에도, 신사복 만들 때에도, 어린이복 만들 때에도 익숙한 손가락은 미싱 바늘을 타고 부드럽게 움직였어요 단 한번도 자기 옷이라 생각하지 않았다고 해요 여름엔 에어컨을 틀기 위해, 겨울엔 난방기를 틀기 위해 창문을 닫았어요 떠다니는 실밥과 먼지와 통증들은 온전히 열려 있는 창문 같은 입으로 들어갔어요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그의 몸 여기저기서 튀어나왔고 가끔은 미싱 바늘이 검지를 뚫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해요 일요일이 즐겁기 위해 토요일에 일해요,라고 대답했어요 끝에는 끝이 없었다고 답하고 싶었지만 공장은.. 더보기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가 제일 예뻤을 때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거리들은 와르르 무너져내리고 街々はがらがらと崩れていって 난데없는 곳에서 とんでもないところから 푸른 하늘 같은 게 보이곤 했다. 靑空なんかが見えたりした 내가 제일 예뻤을 때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주위 사람들이 숱하게 죽었다. まわりの人達が沢山死んだ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工場で 海で 名もない島で 나는 멋을 부릴 기회를 잃어버렸다. わたしはおしゃれのきっかけを落としてしまった 내가 제일 예뻤을 때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누구도 정다운 선물을 바쳐주지는 않았다. 誰もやさしい贈り物を捧げてはくれなかった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엔 알지 못했고 男たちは挙手の礼しか知らなくて 서늘한 눈길만을 남기고 죄다 떠나버렸다. きれいな眼差だけを残し皆(みな)発っていった .. 더보기 七夕(칠석). 이슥한 밤 저 멀리 상수리 숲 언저리에 작은 등불이 가물거리는 것이 마치 아다치가하라*의 오두막처럼 매혹적이다 무사시노(武蔵野)라는 이름이 살아 숨 쉬는 수풀 무성한 길 이곳에 오면 아직도 수많은 별들을 만날 수 있다 은하수에는 잔물결이 일고 강기슭엔 견우성과 직녀성이 오늘 밤에도 어쩐 일인지 깊이 숨죽이고 있다 “당신들! 내 뒤를 따라온 거야?” 갑자기 풀숲에서 붉은 구릿빛 알몸뚱이가 튀어나와 위협한다 훅 하고 풍기는 소주 냄새 나는 흠칫 방어 태세를 취한다 방어 태세를 취하는 건 얼마나 나쁜 버릇인가 “오늘 밤은 칠석이잖소 별을 보러 왔지요.” 남편의 목소리가 너무도 태평하게 어둠 속을 흐른다 “치일석? 칠석…… 아아 그랬군 난 또, 내 뒤를 쫓아왔나 싶어서…… 이거…… 실례했습니다.” 칠석이라는 말.. 더보기 이전 1 ··· 4 5 6 7 8 9 10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