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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바람이 분다, 살아야 겠다.

바람이,, 나무를 흔든다.






언제부턴가 나는
따뜻한 세상 하나 만들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추운 거리에서 돌아와도, 거기
내 마음과 그대 마음 맞물려 넣으면
아름다운 모닥불로 타오르는 세상,
불그림자 멀리멀리
얼음짱을 녹이고 노여움을 녹이고
가시철망 담벼락을 와르르 녹여
부드러운 강물로 깊어지는 세상.
그런 세상에 살고 싶었습니다
그대 따뜻함에 내 쓸쓸함 기대거나
내 따뜻함에 그대 쓸쓸함 기대어
우리 삶의 둥지 따로 틀 필요 없다면
곤륜산 가는 길이 멀지 않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내 피가 너무 따뜻하여
그대 쓸쓸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쓸쓸함과 내 따뜻함이
물과 기름으로 외롭습니다
내가 너무 쓸쓸하여
그대 따뜻함 보이지 않는 날은
그대 따뜻함과 내 쓸쓸함이
화산과 빙산으로 좌초합니다

오 진실로 원하고 원하옵기는
그대 가슴속에 든 화산과
내 가슴속에 든 빙산이 제 풀에 만나
곤륜산 가는 길 트는 일입니다
한쪽으로 만장봉 계곡물 풀어
우거진 사랑 발담그게 하고
한쪽으로 선연한 능선 좌우에
마가목 구엽초 오가피 다래눈
저어기 떡취 얼레지나물 함께
따뜻한 세상 한번 어우르는 일입니다
그게 뜻만으로 되질 않습니다
따뜻한 세상에 지금 사시는 분은
그 길을 가르쳐 주시기 바랍니다



- 고 정희 시 ‘ 쓸쓸함이 따뜻함에게 ‘
* (아름다운 사람 하나) 들꽃세상. 1990.




- 투석을 하는 일이 심히 ‘개인적’인 일이라 웬만하면 내성이 생겨 내상을 잘 입지 않으나, 의사들의 무관심, 자기 전공 외에는 관심도 없는 듯한 태도와 상처 주는 말에는 알 수 없는 분노가 생긴다. 신장병으로 27년째, 팔에 수술을 하고는 아무리 더워도 반팔을 입지 않는다. 어느 의사의 “그게 뭐예요?” 하는 무심하고 어처구니없는 질문 때문인데,, 그래 ‘전공’을 하다 보면 기본적으로 배웠던 지식은 잊기 마련이지,, 하면서도 씁쓸하다.

투석환자들은 농담같이 말한다. 왼쪽팔에 ‘구렁이 한 마리’ 키우고 있지요. 의사들도 투석혈관을 모르는 사람이 있는데,, 일반인이라면 말해 무엇할까?,, 대법 하게 반팔 입고 내놓는 사람도 있지만,, 직장을 다니거나 소심한 사람은 사람들의 시선과 소근거림, 왠지 존재하는 직장 내 차별의 거리감을 싫어해 아예 와이셔츠를 접어 입거나 남방의 소매를 접는다. 그리고 웬만해서는 한, 두 명(회사 관리인, 상사)을  빼고 장애인이라는 이야기를 안 하게 된다.

중증장애임에도 새벽같이 일을 나가거나, 생업에 쫓겨 회사에서 퇴근이 늦어 일주일에 3번 필수적인 4시간의 혈액투석을 채우지 못하는 투석인들이 많다. 또 힘겨운 일을 하다 보면 체력이 필수라 잘 먹어야 하는데, 투석인 들은 식이를 해야 해서 아무거나 먹을 수도 없다. 그러하나 일을 하는 많은 투석인인들이 건체 중을 맞추지 못하고 과체중으로 2 시간, 3 시간만 투석하고 견디는 투석인도 있다.

개개인의 삶의 경중과 어려움을 나열해서 무엇할까…!? 모두 자심의 운명을,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닥치는 삶에서 외면 할 수 없다면, 정면으로 부대끼며 살아가는 게 정답이 아닐는지…,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개인적이고 남에 일에 관심이 없다. 자신에게 ‘닥치기’ 전 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