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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숲에 들다

내마음의 시5/자끄 프로베르 나는 이런 사람 나는 이렇게 태어났지 웃고 싶으면 그래 큰 소리로 웃고 날 사랑하는 이를 사랑하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매번 다르다 해도 그게 어디 내 잘못인가요 나는 이런 사람 나는 이렇게 태어났는데 당신은 더 이상 무엇을 바라나요 이런 내게서 나는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태어났지 그리고 바꿀 것도 하나도 없지 내 발꿈치가 너무 높이 솟았고 내 몸이 너무 휘었고 내 가슴이 너무나 거칠고 내 눈이 너무 퀭하여도 아무리 그래도 당신이 그걸 어쩌겠어요 나는 이런 사람 나는 내 마음에 드는 사람이 좋아 당신이 그걸 어쩌겠어요 결국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래 누군가를 사랑했었지 누군가 날 사랑했었지 어린아이들이 서로 사랑하듯이 오직 사랑밖에 할 줄 모르듯이 서로 사랑하고 사랑하듯이... 어째서 내게 묻는 거.. 더보기
마음의 시4/보들레르-독자에게 우둔함과 과오, 죄악과 인색에 마음이 얽매이고, 육신은 시달려 우리는 기른다. 친근한 뉘우침을 거지들이 몸속에 벌레들을 살찌우듯이 우리악은 완강하고, 회한은 비열한 것 참회의 값을 듬뿍 짊어지고 우리는 즐겁게 진창길로 되돌아 온다. 값싼 눈물에 우리의 온갖 때가 씻긴다 믿으며, 악의 머리맡엔 마귀 트리스메지스트가 홀린 우리네 정신을 토닥거리고 오래 흔들어 재우니 우리의 의지라는 값비싼 금속마저 이 묘한 화학자 손에 모조리 증발 된다. 우리를 조정하는 줄을 잡고 있는 악마여! 메쓰꺼운 사물에도 매혹되는 우리는 날마다 지옥을 향해 한걸음씩 내려 간다. 두려움도 모르고 악취 풍기는 암흑을 가로질러 한물 간 창녀의 몹시 찍힌 젓퉁이를 핥고 물고 빠는 가난한 탕아처럼 우리도 가는 길에 은밀한 쾌락을 훔쳐내어 말라.. 더보기
마음의 시3/서정윤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딘가에 있을 나의 한쪽을 위해 헤메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 다시 쓰러져 있었다.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 더보기
마음의 시2/황지우-나의 누드 공중 목욕탕에 앉아서 제 손으로 제 몸을 구석 구석 훑어 나가는 것은 한두 주일 동안의 때를 밀어내는 일만이 아니다, 一生이여. 이 부피만큼 살아왔구나. 질그릇처럼 아슬아슬하다. 대저 나는 무엇을 담고 있는가. 내가 있었던가. 나의 容積이 탕 밖으로 밀어내는 물? 거짓이 나를 만들어 놨을 뿐, 두뇌의 격한 질투심. 열등감. 뭐 드러내기 좋아하는 허영으로 적재된 서른 몇 해. 헐떡거리며 나는 하프라인을 넘어왔다. 살아 있다면 내 나이쯤 되는. 가령 전태일 같은 이는 聖者다.그의 짧은 삶이 치고 간 번개에 들킨 나의 삶. 추악과 수치. 치욕이다. 그의 우뢰소리가 이 나이 되어 뒤늦게 나에게 당도했구나. 벼락맞은 靑春의 날들이여. 나는 피뢰침 아래에 있었다. 나. 거기에 있었다. 그것은 선택이라기보다는 요행이.. 더보기
마음의 시 / 황지우 비 그친 새벽 산에서 나는 아직도 그리운 사람이 있고 산은 또 저만치서 등성이를 웅크린 채 槍 꽃힌 짐승처럼 더운 김을 뿜는다 이제는 그대를 잊으려 하지도 않으리 산을 내려오면 산은 하늘에 두고 온 섬이었다 날기 위해 절벽으로 달려가는 새처럼 내 希望의 한 가운데에는 텅 비어 있었다 - 황지우 시 '비 그친 새벽 산에서' 모두 * 제주도에서 부터 지인들이 전해오는 봄꽃 소식은 그렇지 않아도 설레이는 마음을 '환장'하게 한다. 섬진강쪽에도 매화꽃에 이어 목련꽃소식, 조금 더 있으면 벚꽃소식도 들려오겠지, 구레 산수유 마을에도 산수유가 피기 시작하여 이번 주말에 만개 하리란 지인들의 전통이다. 사람은,, 세상의 일들에도 결국에는 '내세상'을 누리며 산다. 현재의 어떤 처지에도 '새로움'은 눈에 들어오고 또 .. 더보기
다시 읽은 이성복 시인의 시... 두편.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 이성복 시 ‘남해금산’모두 1 하늘 한 곳에서 어머니는 늘 아팠다 밤 이슥하도록 전화하고 깨자마자 누이는 또 전화했다 혼인(婚姻)날이 멀지 않은 거다 눈 감으면 노란 꽃들이 머리 끝까지 흔들리고 시간(時間)은 모래 언덕처럼 흘러내렸다 아, 잤다 잠 속에서 다시 잤다 보았다, 달려드는, 눈 속으로, 트럭, 거대한 무서워요 어머니 ―얘야, 나는 아프단다 2 이제는 먼지 앉은 기왓장에 하늘색을 칠하고 오늘 저녁 누이의 결혼 얘기를 듣는다 꿈 속인 듯 멀리 화곡동.. 더보기
뭐라카노, 뭐라카노..., 아, 어머니. 뭐라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라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면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라카노 뭐라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라카노 뭐라카노 뭐라카노 니 흰 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이승 아니면 저승에서라도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라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음성은 바람에 불러서 오냐, 오냐, 오냐.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 박목월 시 ‘이별가’ 모두 * 나이를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 하지만 나이를 먹어서 많이 아프고 정신을 놓는 것은 너무나 슬픈 일이다. 내가 잘못했을 때 “뭐라카노! 뭐라카노? 이 놈의 자식이!” 하고 꾸짖던.. 더보기
수선화에게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 정호승 시 ‘수선화에게’ 모두 * 나이를 더 한다는게 외로움에 익숙해지는 과정이란 생각을 해 본다. ‘이순’도 되지않은 나이에 웃는사람도 있을 수 있으나,, 요즘 세상에 나이에 맞춰서 무엇을 느낀다 하는게 덧없다 느껴지는 요즘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최선의 삶을 살아야 한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