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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숲에 들다

다시 읽은 이성복 시인의 시... 두편.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 이성복 시 ‘남해금산’모두






1

하늘 한 곳에서 어머니는 늘 아팠다
밤 이슥하도록 전화하고 깨자마자
누이는 또 전화했다 혼인(婚姻)날이 멀지 않은 거다
눈 감으면 노란 꽃들이 머리 끝까지 흔들리고
시간(時間)은 모래 언덕처럼 흘러내렸다
아, 잤다 잠 속에서 다시 잤다
보았다, 달려드는, 눈 속으로, 트럭, 거대한

무서워요 어머니
―얘야, 나는 아프단다

2

이제는 먼지 앉은 기왓장에
하늘색을 칠하고
오늘 저녁 누이의 결혼 얘기를 듣는다
꿈 속인 듯 멀리 화곡동 불빛이
흔들린다 꿈 속인 듯 아득히 기적(汽笛)이 울고
웃음 소리에 놀란 그림자 벽에 춤춘다

노새야, 노새야 빨리 오렴
어린 날의 내가 스물 여덟 살의 나를 끌고 간다
산 넘고 물 건너 간다 노새야, 멀리 가야 해

3

거기서 너는 살았다 선량한 아버지와
볏짚단 같은 어머니, 티밥같이 웃는 누이와 함께
거기서 너는 살았다 기차 소리 목에 걸고
흔들리는 무우꽃 꺾어 깡통에 꽂고 오래 너는 살았다
더 살 수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우연히 스치는 질문―새는 어떻게 집을 짓는가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풀잎도 잠을 자는가,
대답하지 못했지만 너는 거기서 살았다 붉게 물들어
담벽을 타고 오르며 동네 아이들 노래 속에 가라앉으며
그리고 어느날 너는 집을 비워 줘야 했다 트럭이
오고 세간을 싣고 여러번 너는 뒤돌아 보아야 했다


- 이성복 시 ‘모래내 1978’모두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문학과지성사, 1980>



* 오늘,,,, 문득 아프게 다시 읽은 이성복 시인의 시 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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