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둔함과 과오, 죄악과 인색에
마음이 얽매이고, 육신은 시달려
우리는 기른다. 친근한 뉘우침을
거지들이 몸속에 벌레들을 살찌우듯이
우리악은 완강하고, 회한은 비열한 것
참회의 값을 듬뿍 짊어지고
우리는 즐겁게 진창길로 되돌아 온다.
값싼 눈물에 우리의 온갖 때가 씻긴다 믿으며,
악의 머리맡엔 마귀 트리스메지스트가
홀린 우리네 정신을 토닥거리고 오래 흔들어 재우니
우리의 의지라는 값비싼 금속마저
이 묘한 화학자 손에 모조리 증발 된다.
우리를 조정하는 줄을 잡고 있는 악마여!
메쓰꺼운 사물에도 매혹되는 우리는
날마다 지옥을 향해 한걸음씩 내려 간다.
두려움도 모르고 악취 풍기는 암흑을 가로질러
한물 간 창녀의 몹시 찍힌 젓퉁이를
핥고 물고 빠는 가난한 탕아처럼
우리도 가는 길에 은밀한 쾌락을 훔쳐내어
말라빠진 오렌지를 비틀 듯 억세게 눌러 댄다.
수백만 거위 벌레처럼 촘촘히 우글대며
한 떼거리 마귀가 우리의 골속에서 흥청거리고
숨을 쉬면 죽음이 허파 속으로
보이지 않는 강물되어 말없이 투정 부리듯 흘러 내린다.
강간과 독약, 그리고 단도와 방화가
가련한 우리네 운명의 볼품없는 화폭을
익살맞은 대상으로 아직 수놓지 않았다면
아! 그것은 우리 영혼이 그만큼 대담하지 못한 탓이다!
그러나 승냥이, 표범, 암 사냥개들
그리고 원숭이, 전갈, 독수리, 뱀들
우리네 악덕의 치사한 동물원에서
짖고, 악을 쓰고, 으르렁거리며 기는 동물 중에서도
제일 더럽고 심술궂고 흉칙한 녀석이 도사리고 있으니!
야단스레 쏘다니지도 아우성치지 않아도
기꺼이 대지를 산산조각 갈라 놓고
한번의 하품으로 지구라도 삼키리.
그 괴물이 바로 권태! 눈에는 막연히 눈물이 괜 채
수연동 피워가며 단두대를 꿈꾼다.
독자여, 그대도 알겠지, 다루기 힘든 이 괴물을
.....위선자 독자여, .....나의 동류, .....내 형제여!
보들레르시 '독자에게'모두
********************************************************************************************
-'살인자의 술'에 이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내 글을 읽는 이에게'라는 보들레르의 시이다. 이 시를 읽던 때의 현란함을 어디에 비길까? 생각을 하다가 한여름 땡빛에 내리쪼는 바닷물에 비치는 현란한 번쩍임과 어지러움이 생각 났다. 그렇다. 권태가 우리를 삼키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삶은 때로는 사건의 연속이지만 대체로 쉽게 피곤해지고 권태롭다. 하여 사람은 여행을 떠나고 새 사람을 만나며 '그 무엇'을 찾기 위해 수많은 시간과 금전을 낭비한다. 그리하여 서라도 우리가 그 일생의 권태에서 벗어 날수 있다면 행운을 잡았다 하리라.....
'시 숲에 들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마음의 시6/바르바리아 오르간 (0) | 2020.05.03 |
---|---|
내마음의 시5/자끄 프로베르 (0) | 2020.05.03 |
마음의 시3/서정윤 (0) | 2020.05.03 |
마음의 시2/황지우-나의 누드 (0) | 2020.05.03 |
마음의 시 / 황지우 (0) | 2020.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