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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숲에 들다

오늘, 걸어가는 이 하루... 굴뚝새들은 조그맣게 산다. 강아지풀 속이나 탱자나무숲 속에 살면서도 그들은 즐겁고 물여뀌 잎새 위에서도 그들은 깃을 묻고 잠들 줄 안다. 작은 빗방울 일부러 피하지 않고 숯더미 같은 것도 부리로 쪼으며 발톱으로 어루만진다. 인가에서 울려오는 차임벨 소리에 놀란 눈을 뜨고 질주하는 자동차 소리에 가슴은 떨리지만 밤과 느릅나무 잎새와 어둠 속의 별빛을 바라보며 그들은 조용한 화해와 순응의 하룻밤을 새우고 짧은 꿈속에 저들의 생애의 몇 토막 이야기를 묻는다. 아카시아꽃을 떨어뜨리고 불어온 바람이 깃털 속에 박히고 박하꽃 피운 바람이 부리 끝에 와 머무는 밤에도 그들의 하루는 어둠 속에서 깨어나 또 다른 날빛을 맞으며 가을로 간다 여름이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들녘 끝에 개비름꽃 한 점 피웠다 지우듯이 가을은 아.. 더보기
Not going anywhere / Keren ann * Not going anywhere - Keren ann This is why I always wonder 이게 내가 항상 궁금해 하는 이유에요 I'm a pond full of regrets 난 후회로 가득찬 연못이에요 I always try to not remember rather than forget 난 잊으려 하기보다 기억하지 않기 위해 항상 노력해요 ​ This is why I always whisper 이게 내가 항상 속삭이는 이유에요 When vagabonds are passing by 방랑자들이 스쳐갈 때는 I tend to keep myself away from their goodbyes 나는 그들과 작별인사로부터 멀어지려고 해요 ​ Tide will rise and fall along.. 더보기
이별이 나에게 만나자고 한다. 얼굴 [이병률] 하루 한 번 삶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당신 얼굴 때문입니다 당신 얼굴에는 당신의 아버지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지나갑니다 어머니도 유전적으로 앉아 있지만 얼굴을 자세히 보면 누구나 그렇듯 얼굴만으로는 고아입니다 당신이 본 풍경과 당신이 지나온 일들이 얼굴 위에서 아래로 차곡차곡 빛납니다 눈 밑으로 유년의 빗금들이 차분하게 지나가고 빗금을 타고 표정은 파도처럼 매번 다르게 흐릅니다 얼굴은 거북한 역할은 할 수 없습니다 안간힘 정도는 괜찮지만 계산된 얼굴은 안 됩니다 바다의 얼굴을 보여주세요 당신 얼굴에 나의 얼굴을 닿게 한 적 있습니다 무표정한 포기도 있는데다 누군가와 축축하게 헤어진 얼굴이어서 그럴 수 있었습니다 당신 앞에서 이유 없이 웃는 사이 나는 당신 얼굴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얼굴에 .. 더보기
사라지자 / 이 병률 시 마취 시킨 다음 통 말을 듣지 않게 될 나를 데리고 가서 사흘동안 눈 속에 갇힌 사람처럼 그렇게 있다가 가지 않았던 길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그리고 사라지자 이번 생의 등판번호가 45라 하더라도 이번 생의 번호가 11b라 하더라도 영원히 지휘자를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원래 손상되거나 훼손되기로 약속되어 있었으니 반드시 사라지자 아무리 이 삶이 틀렸다 하더라도 우리는 사라질 때 열쇠 하나를 숨기고 그 또한 의미가 될 거라는 순리를 기억할 것 그리고 내 열쇠는 누가 줍게 되는지 염두에 둘 것 압축되어 당당히 사라지자 당신도 원래 바다였다 당신이 어떤 세월에 휩쓸리다 살 곳을 정했다고 흐르지 않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마라 모든 산은 바다였다 산의 정상에서 조개껍데기가 발견된다고 누군가 가져와 흘렸다고.. 더보기
Someone like you. 내가 사랑하는 그녀는 기타를 들고 왔다 남자들은 그녀의 노래에 맞춰 흔들거리고 웅얼거린다 밝은 갈색 머리카락이 햇살에 빛난다 남자들은 그녀의 목소리에 박수를 치고 그녀는 평온한 얼굴로 노래를 한다 앵콜은 언제나 그녀를 뒤따른다 축제의 시간이 남자들을 데리고 다닌다 웃고 있는 그녀는 너무나 사랑스러워 누구도 그녀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사랑스런 그녀는 옛 애인과 나눈 대화를 노래로 만들었다 노래의 힘은 그녀를 단단하게 했다 마른 단풍잎들이 황량한 거리를 활보한다 남자들은 예정된 여자들에게 돌아가고 그녀는 내게로 와서 온몸을 접착한다 나는 그녀의 일곱 번째 또는 열 번째 애인 그녀가 모르는 그의 노래 그녀가 부르는 그의 풍경이다 - 권 지영 시 ‘Someone like you’ 모두 * ‘아름다워서 .. 더보기
안 주철 시 / 불행에 대한 예의 경주 계림 앞에서 아내를 안고 있었을 때 나, 세상에서 잠깐 지워졌던 것 같다 아내는 계림을 등지고 나는 들판을 등지고 서로 안고 있었지만 어쩌면 그때 우리가 등지고 있었던 것은 세상이었을지 모른다 만만하게 생각한 세상이 결코 만만하지 않아서 헉헉거릴 때 나는 아내를 사랑하면서 아내는 나를 사랑하면서 이 세상을 간신히 견뎌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와 아내가 안았던 것은 어쩌면 나도 아니고 아내도 아니었는지 모른다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 아내는 혀를 내밀며 아줌마가 되지만 오래전 나는 내가 아니었을 때가 있었고 아내도 아내가 아니었을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억에 남을 시련도 없는 생을 살았다 끝까지 차례를 지켜가며 누구나 만나게 되는 불행을 겪으며 살았을 뿐이다 순서를 기다리며 불행을 겪어야 하는.. 더보기
마음의 시7/살인자의 술(번역) 아내가 죽었어, 난, 자유야! 그러니 실컷 마실 수 있지. 전에 한푼 없이 돌아 올 때면 그년 고함에 신경이 갈기갈기 찟겼지. 이제 난 왕처럼 행복하이, 공기는 맑고, 하늘도 희한 한지고 내가 년에게 반하게 된 것도 그래 이런 여름철 이였지. 가슴을 찟는 이 지독한 갈증 그걸 풀려면 아마도 그년 무덤을 채울 만큼의 술이 필요 할걸. 실은 년을 우물속에 던졌거든 그리고 그위에다 우물 변두리 돌들을 모조리 밀어넣기까지 했것다, -잊을 수 있다면 잊고 싶으이 ! 무엇으로도 우릴 떼어놓을 수 없는 우리 애정의 맹세를 위해서, 우리 사랑의 도취의 멋진 시절처럼 다시 화해하기 위해서. 난, 그날 밤, 년에게 컴컴한 길가에서 만나자고 애원 했겄다. 년이 왔어! -미친 것이 ! 다소간에 우리 모두가 미쳤거든 ! 무척 .. 더보기
내마음의 시6/바르바리아 오르간 나는 피아노를 쳐 한 사람이 말했다 나는 바이올린을 켜 다른 사람이 말했다 나는 하프를 나는 벤조우를 나는 첼로를 나는 피리를... 나는 플릇을 나는 또 따르라기를. 이 사람 저 사람 서로 끝없이 말했다 말했다 제가 연주하는 악기에 대해서. 아무도 음악을 듣지는 않았다 이 세상 모든 사람이 끝없이 말하고 말하고 말하기만 했다 아무도 연주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쪽 구석에 있던 한 사람이만 잠자코 있었다: "입 을 다물고 아무 말 도 하지 않는 선생님은 무슨 악기를 연주 하시나요?" 음악가 들이 그에게 물었다. "나는 바르바리아 오르간을 연주 하지요 또 칼도" 지금껏 전혀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그 사람이 말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칼을 들고 나와 모든 음악가들을 죽여 버렸다 그리고 그는 바르바리아 오르간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