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수염 썸네일형 리스트형 18 - 31, 만남. 당신이 드문드문 기억나는 건 서투른 몸짓으로 무대에 서서 마저 부르지 못한 노래로 가슴에 남아 있기 때문 입니다 고개 들면 마저 하지 못한 내 노래가 응달진 기슭마다 듬성듬성 잔설로 남아 옷을 껴입어도 가슴이 시린 계절, 햇살이 비치는 골목엔 어설픈 연인들이 오늘도, 서투른 모습으로 팔짱을 끼고 더러는, 끝내지도 못할 노래를 유행가처럼 부르고 있읍니다 -남상진시 '첫사랑'전문 * 물이 스미는 것처럼 나아가라 산 위에 나무가 있으니 이것이 점진을 뜻하는 점괘의 형상이다.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어진 덕을 길러 풍속을 선하게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어떤 넘치는 기백이나 앞선정신보다 평온한 마음자세가 더 필요하다.따라서 낡은 관념을 없애고 자신의 이념과 주장으로 타인을 설득하려면, 어떤 굳건한 추진력보다.. 더보기 17 - 31, 맑다' 하는 것.... 지프라기에 목을 매단 간고등어 한손이 그네를 타고 있었다 저녘 무렵 한 켤레의 곤궁스런 고무신 허공에 허기진 마음을 눕혀보려는 듯 산길을 흔들흔들 넘어 오는 것이다 장날이면 아버지의 지게에 매달려 돌아오던 한손의 간고등어 오장육부에 꾸역꾸역 천일염을 채워놓고 삶이란 이렇게 염장으로 저려지는 것이란 듯 처마 끝에 매달려 찬찬히 한 생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김환식시 '그네타기'전문 * 너무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 천지는 순조로움으로써 움직인다. 그래서 해와 달이 지나치지 않으며 사계절이 어긋나지 않는다. -예(豫) 큰 것을 지닌자는 자만에 빠지면 안 된다. 그래서 커다란 수확을 뜻하는 대유괘 다음에 겸손을 뜻하는 겸괘를 두었다. -겸(謙) -행복이란 무엇일까? 아침에 한 벗의 블러그 글에서 ".. 더보기 Feeling.., 삶의 온기. 바람 몹시 찬 밤에 포장마차 국숫집에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예닐곱쯤 되는 딸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 늙수그레한 주인이 한 그릇 국수를 내왔는데 넘칠 듯 수북하다. 아이가 배불리 먹고 젓가락을 놓자 남자는 허겁지겁 남은 면발과 주인이 덤으로 얹어준 국수까지 국물도 남김없이 시원하게 먹는다. 기왕 선심 쓸 일이면 두 그릇을 내놓지 왜 한 그릇이냐 묻자 주인은, 그게 그거라 할 수 있지만 그러면 그 사람이 한 그릇 값 내고 한 그릇은 얻어먹는 것이 되니 그럴 수야 없지 않느냐 한다. 집으로 돌아오며 그 포장마차 주인의 셈법이 좋아 나는 한참이나 푸른 달을 보며 웃는다. 바람은 몹시 차지만 하나도 춥지 않다. - 배 한봉 시 ‘포장마차 국수집 주인이 셈법’ 모두 *육탁, 여우난골, 2022 “ 사람은 좋지만 무.. 더보기 16 - 31, 回 (삶의 순환) 겨울 새들에게 주려고 호주머니에 늘 생보리를 넣고 다니시던 새싹들이 밟혀 죽는다고 제발 좀 살살 걸어다니라고 야단을 치시던 돈은 나무가 아니므로 더이상 물을 주지 말라고 하시던 인간은 사랑하지 않을 때 외롭다고 술만 취하시면 나무를 보고 꾸벅 절을 하시던 내 얼굴에 침을 뱉은 나를 그래도 용서해 주시던 아버지를 찾아서 나는 오늘도 지하철을 탄다 승강장 입구 쪽으로 한 사내가 바삐 걸어간다 아버지인가 싶어 얼른 다가가 본다 아버지가 아니다 술집을 나와 한 사나이가 비틀걸음으로 골목 모퉁이를 돌아선다 아버지인가 싶어 얼른 따라가 본다 아버지가 아니다 -정호승시 '아버지를 찾아서'전문 *가득 찬 쪽을 바꾸어 낮은 곳으로 흘러들게 하며 땅의 형세가 곤이니, 군자는 이것을 보고 두터운 덕으로 만물을 포용한다. -.. 더보기 15 - 31, 중용 쌉쌀하다 허허 웃고 살아도 곱씹을수록 왠지 혀끝에 배어나는 쓴맛 구불구불 뒤틀리며 오그라붙는 곱창 한 점이 어금니에서 오래오래 질기다 단맛만 좋았던가, 윤기도 바래고 여린 올마다 현처럼 떨려 듬성듬성 지푸라기 쓸어 올리며 마주한 맑은 잔은 거품도 없이, 고즈넉이 저녘 불빛을 담는다 들마처럼 달렸나 늑대처럼 울부짓었나 고비마다 쓴물로 생목 아릴 때 질겨 뗄 수 없는 인연들이 추억처럼 그립고 끊어질 듯 움켜진 창자 어느덧 달디 달게 느껴지는가 꼬이고 뒤틀려 욕지거리와 질겅질겅 씹히던 시간들 오늘 누구의 상처던가 애꿎게 고소한 기름 톡톡 낡아 낯익은 창자 한 토막 소여물 씹듯 오래오래 되씹어진다. -김광선시 '곱창, 그 낡아서 익숙한'전문 * 해도 중천에 오면 기울고, 달도 가득 차면 이지러진다. 천지만물이 .. 더보기 14 - 31, 空 이길에서 떠나리란 생각도 고통뿐인 이 길 이길에서 끝 보리란 욕심도 조금은 갈채도 들리는 이 길 모두 다 시커먼 마음 밑바닥 서툰 걸음에 샛길로만 가다가 멈추어 생각한다. 어디로든 길은 다 열렸으니 한 길로만 가리라 욕심 없음. 샛길 없음. -김지하시 '샛길 없음'전문 * 군자는 복록을 내려 아랫사람에게 베푸니, 위에서 덕을 쌓기만 하고 아래로 내려주지 않으면 원망을 받으리라. -쾌(快) -눈앞의 것을 잡는것이 성공의 비결이다. 그러나 눈앞의 '무엇'을 잡아야 할까? 이것이 제일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겉으로 보기에 그럴듯한, 실체가 명확치 않은 눈앞의 것을 잡으려 애쓴다.불가에서 두사람이 만나 허공을 잡아 보라 했다.한사람이 허공을 주먹으로 꽉쥐고 손가락에 힘을 꽉쥐며 주먹을 보이자, 아무 것도 잡지.. 더보기 13 - 31, 禍 와 福. 목련은 피어 흰빛만 하늘로 외롭게 오르고 바람에 찟겨 한 잎씩 꽃은 돌아 흙으로 가데 가데 젊은 날 빛을 뿜던 친구들 모두 짧은 눈부심 뒤에 남기고 이리로 혹은 저리로 아메리카 혹은 유럽으로 하나 둘씩 혹은 감옥으로 혹은 저승으로 가데 검은 등걸 속 애틋했던 그리움 움트던 겨울날 그리움만 남기고 무성한 잎새 시절 기인 긴 기다림만 남기고 봄날은 가데 목련은 피어 흰빛만 하늘로 외롭게 오르고 바람에 찟겨 한 잎씩 꽃은 돌아 흙으로 가데 가데 젊은 날 빛을 뿜던 아 저 모든 꽃들이 가데 - 김 지하 시 '회귀'전문 *굴러온 복인 줄 어찌 알고 잡을 것인가? 물이 불 위에 있어 언제라도 불을 끌 듯한 모습이 성공을 뜻하는 기제괘의 형상이다. 이미 성공을 이룬 자는, 이것을 거울삼아 다시 올 환난을 생각하고 미.. 더보기 12 - 31, 覺. 꽃이 피는 건 힘 들어도 지는 건 잠깐 이더군 골고루 쳐다 볼 틈 없이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 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때 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 이더군 영영 한참 이더군 -최영미시 '선운사에서'전문 * ‘ 갈(喝)' - '어디'로 갈까나? “ 눈 앞에 길이 있다. 하늘을 우러러 천문을 보고 땅을 굽어 보고 지리를 살핀다. 이로써 어둠과 밝음의 연고를 안다. “ - 계사상전(繫辭上傳) -인생의 길을 모호하고 실속없는 세상에서 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삶의 세세한 부분에 주의를 기울이면 그 삶속에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삶의 길은 사람들의 부주위속에 묻히기 쉽다.삶에서 가장 중요한것은 막..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8 ··· 3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