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수염 썸네일형 리스트형 21 - 31. 나아가고, 물러 서는 것. 나무 하나가 흔들린다 나무 하나가 흔들린다 나무 둘도 흔들린다 나무 둘이 흔들린다 나무 셋도 흔들린다 이렇게 이렇게 나무 하나의 꿈은 나무 둘의 꿈 나무 둘의 꿈은 나무 셋의 꿈 나무 하나가 고개를 젓는다 옆에서 나무 둘도 고개를 젓는다 옆에서 나무 셋도 고개를 젓는다 아무도 없다 아무도 없이 나무들이 흔들리고 고개를 젓는다 이렇게 이렇게 함께 -강은교시 '숲'전문 ----------------------------------------------------------------------------------------- *물러나서 형통한다 군자는 소인을 멀리하되, 악이 아니라 위엄으로 그들을 대한다. 물러남이 형통하다는 것은 물러설 때 물러서야 형통한다는 뜻이다. -둔(遯) 사물은 한자리에 오래 머물.. 더보기 20 -31, 공동체. 그런 꽃도 있었나 모르고 지나치는 사람이 더 많지만 혹 고요한 눈길 가진 사람은 야트막한 뒷산 양지바른 풀밭을 천천히 걷다가 가만히 흔들리는 작은 꽃들을 만나게 되지 비바람 땡볕 속에서도 오히려 산들산들 무심한 발길에 밟히고 쓰러져도 홀홀 날아가는 씨앗을 품고 어디서고 피어나는 노란 민들레 저 풀밭의 초롱한 눈으로 빛나는 하얀 별꽃 허리 굽혀 바라보면 눈물겨운 작은 세계 참, 그런 눈길 고요한 사람의 마을에는 들꽃처럼 숨결 낮은 시들도 철마다 알게 모르게 지고 핀다네. -조향미시 '들꽃 같은 시'전문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결코 물들지 않는다. 남들과 협력하면 필연코 커다란 수확이 돌아온다. -서괘전(序卦傳) -역경, 계사하전(繫辭下傳)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당신을 배반하려는 사람은 말에 부끄.. 더보기 19 - 31, 현재. 내 노동으로 오늘도 살자고 결심을 한것이 언제인가 머슴살이 하듯이 바친 청춘은 다 무엇인가. 돌이킬 수 없는 젊은 날의 실수들은 다 무엇인가. 그 여자의 입술을 꾀던 내 거짓말들은 다 무엇인가. 그 눈물을 달래던 내 어릿광대의 표정은 다 무엇인가. 이 야위고 흰 손가락은 다 무엇인가. 제 맛도 모르면서 밤새워 마시는 이 술버릇은 다 무엇인가. 그리고 친구여 모두가 모두 창백한 얼굴로 명동에 모이는 친구여 당신들을 만나는 씁쓸한 이 습성은 다 무엇인가. 절반을 더 살고도 절반을 다 못 깨친 이 답답한 목숨의 미련 미련을 되씹는 이 어리석음은 다 무엇인가.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 내 노동으로 오늘을 살자고 결심했던 것이 어제인데. -신동문시 '내 勞動으로'전문 *오늘을 산다는 것으로,, 하늘의 운행이 굳건.. 더보기 18 - 31, 만남. 당신이 드문드문 기억나는 건 서투른 몸짓으로 무대에 서서 마저 부르지 못한 노래로 가슴에 남아 있기 때문 입니다 고개 들면 마저 하지 못한 내 노래가 응달진 기슭마다 듬성듬성 잔설로 남아 옷을 껴입어도 가슴이 시린 계절, 햇살이 비치는 골목엔 어설픈 연인들이 오늘도, 서투른 모습으로 팔짱을 끼고 더러는, 끝내지도 못할 노래를 유행가처럼 부르고 있읍니다 -남상진시 '첫사랑'전문 * 물이 스미는 것처럼 나아가라 산 위에 나무가 있으니 이것이 점진을 뜻하는 점괘의 형상이다. 군자는 이것을 본받아 어진 덕을 길러 풍속을 선하게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어떤 넘치는 기백이나 앞선정신보다 평온한 마음자세가 더 필요하다.따라서 낡은 관념을 없애고 자신의 이념과 주장으로 타인을 설득하려면, 어떤 굳건한 추진력보다.. 더보기 17 - 31, 맑다' 하는 것.... 지프라기에 목을 매단 간고등어 한손이 그네를 타고 있었다 저녘 무렵 한 켤레의 곤궁스런 고무신 허공에 허기진 마음을 눕혀보려는 듯 산길을 흔들흔들 넘어 오는 것이다 장날이면 아버지의 지게에 매달려 돌아오던 한손의 간고등어 오장육부에 꾸역꾸역 천일염을 채워놓고 삶이란 이렇게 염장으로 저려지는 것이란 듯 처마 끝에 매달려 찬찬히 한 생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김환식시 '그네타기'전문 * 너무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 천지는 순조로움으로써 움직인다. 그래서 해와 달이 지나치지 않으며 사계절이 어긋나지 않는다. -예(豫) 큰 것을 지닌자는 자만에 빠지면 안 된다. 그래서 커다란 수확을 뜻하는 대유괘 다음에 겸손을 뜻하는 겸괘를 두었다. -겸(謙) -행복이란 무엇일까? 아침에 한 벗의 블러그 글에서 ".. 더보기 Feeling.., 삶의 온기. 바람 몹시 찬 밤에 포장마차 국숫집에 허름한 차림의 남자가 예닐곱쯤 되는 딸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 늙수그레한 주인이 한 그릇 국수를 내왔는데 넘칠 듯 수북하다. 아이가 배불리 먹고 젓가락을 놓자 남자는 허겁지겁 남은 면발과 주인이 덤으로 얹어준 국수까지 국물도 남김없이 시원하게 먹는다. 기왕 선심 쓸 일이면 두 그릇을 내놓지 왜 한 그릇이냐 묻자 주인은, 그게 그거라 할 수 있지만 그러면 그 사람이 한 그릇 값 내고 한 그릇은 얻어먹는 것이 되니 그럴 수야 없지 않느냐 한다. 집으로 돌아오며 그 포장마차 주인의 셈법이 좋아 나는 한참이나 푸른 달을 보며 웃는다. 바람은 몹시 차지만 하나도 춥지 않다. - 배 한봉 시 ‘포장마차 국수집 주인이 셈법’ 모두 *육탁, 여우난골, 2022 “ 사람은 좋지만 무.. 더보기 16 - 31, 回 (삶의 순환) 겨울 새들에게 주려고 호주머니에 늘 생보리를 넣고 다니시던 새싹들이 밟혀 죽는다고 제발 좀 살살 걸어다니라고 야단을 치시던 돈은 나무가 아니므로 더이상 물을 주지 말라고 하시던 인간은 사랑하지 않을 때 외롭다고 술만 취하시면 나무를 보고 꾸벅 절을 하시던 내 얼굴에 침을 뱉은 나를 그래도 용서해 주시던 아버지를 찾아서 나는 오늘도 지하철을 탄다 승강장 입구 쪽으로 한 사내가 바삐 걸어간다 아버지인가 싶어 얼른 다가가 본다 아버지가 아니다 술집을 나와 한 사나이가 비틀걸음으로 골목 모퉁이를 돌아선다 아버지인가 싶어 얼른 따라가 본다 아버지가 아니다 -정호승시 '아버지를 찾아서'전문 *가득 찬 쪽을 바꾸어 낮은 곳으로 흘러들게 하며 땅의 형세가 곤이니, 군자는 이것을 보고 두터운 덕으로 만물을 포용한다. -.. 더보기 15 - 31, 중용 쌉쌀하다 허허 웃고 살아도 곱씹을수록 왠지 혀끝에 배어나는 쓴맛 구불구불 뒤틀리며 오그라붙는 곱창 한 점이 어금니에서 오래오래 질기다 단맛만 좋았던가, 윤기도 바래고 여린 올마다 현처럼 떨려 듬성듬성 지푸라기 쓸어 올리며 마주한 맑은 잔은 거품도 없이, 고즈넉이 저녘 불빛을 담는다 들마처럼 달렸나 늑대처럼 울부짓었나 고비마다 쓴물로 생목 아릴 때 질겨 뗄 수 없는 인연들이 추억처럼 그립고 끊어질 듯 움켜진 창자 어느덧 달디 달게 느껴지는가 꼬이고 뒤틀려 욕지거리와 질겅질겅 씹히던 시간들 오늘 누구의 상처던가 애꿎게 고소한 기름 톡톡 낡아 낯익은 창자 한 토막 소여물 씹듯 오래오래 되씹어진다. -김광선시 '곱창, 그 낡아서 익숙한'전문 * 해도 중천에 오면 기울고, 달도 가득 차면 이지러진다. 천지만물이 .. 더보기 이전 1 2 3 4 5 6 7 8 ··· 3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