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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 & **’시니컬’ - 신 미균 시. *wit(위트): 명사, 말이나 글을 즐겁고 재치 있고 능란하게 구사하는 능력. **cynical(시니칼): 1. 형용사 냉소적인 2. 형용사 부정적인(중요하거나 좋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보는) 3. 형용사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심지에 불이 붙은 엄마를 큰오빠에게 넘겼습니다 심지는 사방으로 불꽃을 튀기며 맹렬하게 타고 있습니다 큰오빠는 바로 작은오빠에게 넘깁니다 작은오빠는 바로 언니에게 넘깁니다 심지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언니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나에게 넘깁니다 내가 다시 큰오빠에게 넘기려고 하자 손사래를 치며 받지 않겠다는 시늉을 합니다 작은오빠를 쳐다보자 곤란하다는 눈빛을 보냅니다 언니는 쳐다보지도 않고 딴청을 부립니다 그사이 심지를 다 태운 불이 내 손으로 옮겨붙었습니다 엉겁결에 폭탄을 공.. 더보기
봄 처럼 피워 내시길~ 신환우카페에 들렀다가 “대한독립 만세 나는 투석기하고 독립하고 싶어용ㅠㅠ” 라고 써놓은 글을 읽고 가슴이 무거웠네요. 시민 여러분 국기는 다셨는지요. 근래에 ‘기적의 시작’이란 이승만 영화가 상영되여 말들이 있더니, ‘파묘’로 인하여 보수와 진보의 영화상영 대결구도로 발전 했다는 ‘썰’을 들었습니다. 파묘를 본 사람으로서 현 지도자의 친일적인 형태가 이러한 논란에 불을 붙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여러가지로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듯 하여 가슴이 답답합니다. 모든 ‘선’을 넘나드는 행위들이 눈쌀을 찌푸리게 합니다. 그저 국민들은 자신의 일을 하며 평범하게 살고 싶을 뿐인데.., 가슴 터지게 “대한독립 만세”라도 힘껏 외치면 이 체기가 내려 앉을까요? 3월 입니다. 모두 봄 처럼 피워 내시.. 더보기
종이감옥 / 나 희덕 시. 그러니까 여기, 누구나 불을 끄고 켤 수 있는 이 방에서, 언제든 문을 잠그고 나갈 수 있는 이 방에서, 그토록 오래 웅크리고 있었다니 묽어가는 피를 잉크로 충전하면서 책으로 가득찬 벽들과 아슬아슬하게 쌓아놓은 서류 더미들 속에서 이 책에서 저 책으로 이 의자에서 저 의자로 옮겨 다니며 종이 부스러기나 삼키며 살아왔다니 이 감옥은 안전하고 자유로워 방문객들은 감옥이라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지 간수조차 사라져버렸지 나를 유폐한 사실도 잊은 채 여기서 시는 점점 상형문자에 가까워져 간다 입안에는 말 대신 흙이 버석거리고 종이에 박힌 활자들처럼 아무래도 제 발로 걸어 나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썩어문드러지든지 말라비틀어지든지 벽돌집이 순식간에 벽돌무덤이 되는 것처럼 종이벽이 무너져내리고 잔해 속에서 발굴될 얼굴 .. 더보기
‘소녀에서 그녀에게,,‘ - 문 정희 시인. 요즘 내가 즐겨 입는 옷은 쓸쓸이네 아침에 일어나 이 옷을 입으면 소름처럼 전신을 에워싸는삭풍의 감촉 더 깊어질 수 없을 만큼 처연한 겨울 빗소리 사방을 크게 둘러보아도 내 허리를 감싸주는 것은 오직 이것뿐이네 우적우적 혼자 밥을 먹을 때에도 식어버린 커피를 괜히 홀짝거릴 때에도 목구멍으로 오롯이 넘어가는 쓸쓸! 손글씨로 써 보네 산이 두 개나 위로 겹쳐 있고 그 아래 구불구불 강물이 흐르는 단아한 적막강산의 구도! 길을 걸으면 마른 가지 흔들리듯 다가드는 수많은 쓸쓸을 만나네 사람들의 옷깃에 검불처럼 얹혀 있는 쓸쓸을 손으로 살며시 떼어 주기도 하네 지상에 밤이 오면 그에게 술 한 잔을 권할 때도 있네 그리고 옷을 벗고 무념無念의 이불 속에 알몸을 넣으면 거기 기다렸다는 듯이 와락 나를 끌어안는 뜨거운.. 더보기
홍매화가 피었네! 그해 겨울 유배 가던 당신이 잠시 바라본 홍매화 흙 있다고 물 있다고 아무데나 막 피는 게 아니라 전라도 구례 땅 화엄사 마당에만 핀다고 하는데 대웅전 비로자나불 봐야 뿌리를 내린다는데 나는 정말 아무데나 막 몸을 부린 것 같애 그때 당신이 한겨울 홍매화 가지 어루만지며 뭐라고 하셨는지 따뜻한 햇살 내린다고 단비 적신다고 아무데나 제 속내 보이지 않는다는데 꽃만 피었다 갈 뿐 열매 같은 것은 맺을 생각도 않는다는데 나는 정말 아무데나 내 알몸 다 보여주고 온 것 같애 매화 한 떨기가 알아 버린 육체의 경지를 나 이렇게 오래 더러워졌는데도 도무지 알 수 없는 것 같애 수많은 잎 매달고 언제까지 무성해지려는 나, 열매 맺지 않으려고 잎 나기도 전에 꽃부터 피워 올리는 홍매화 겨울나기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 .. 더보기
PARIS AT NIGHT, 파리의 밤/ 자끄 프로베르. Trois allumettes une à une allumées dans la nuit 어둠 속에서 하나씩 세개의 성냥에 불을 붙인다. La premiére pour voir ton visage tout entier 첫번째는 너의 얼굴 전부를 보기 위해서 La seconde pour voir tes yeux 두번째는 너의 두 눈을 보기 위해서 La dernière pour voir ta bouche 마지막 성냥은 너의 입술을 보기 위해서 Et l'obscuritè tout entière pour me rappeler tout cela 그런 후의 완전한 어둠은 En te serrant dans mes bras. 너를 내 품에 안고 그 모든 것을 기억하기 위해서. - Jacques Prevert,‘Paris.. 더보기
일상속의 ‘무지개‘를 쫒아,, - 최 정례 시. 꽝꽝나무야 꽝꽝나무 어린 가지야 나를 엄마라고 불러줄 수 있겠니? 날 여보라고 불러줄 수 있겠니? 어린 가지야 꽝꽝나무야 나에게 물어줄 수 있겠니? 여보, 밥 먹었어? 엄마, 밥 먹었어? 라고 그럼 나 대답할 수 있겠다 꽝꽝나무야 나 밥 먹었다 국에 밥 말아서 김치하고 잘 먹었다 - 최 정례 시 ‘밥 먹었냐고‘ [햇빛 속의 호랑이],세계사, 1998. 신발을 나란히 벗어놓으면 한 짝은 엎어져 딴생각을 한다 별들의 뒤에서 어둠을 지키다 번쩍 스쳐 지나는 번개처럼 축제의 유리잔 부딪치다 가느다란 실금 엉뚱한 곳으로 방향을 트는 것처럼 여행 계획을 세우고 예약을 하고 짐을 싸고 나면 병이 나거나 여권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가기 싫은 마음이 가고 싶은 마음을 끌어안고서 태풍이 온다 태풍이 오고야 만다. 고요하게 .. 더보기
유명하나 전혀 유명하지 않은, 이중적인 삶과 시 - 고은 시. 기원전 이천 년쯤의 수메르 서사시'길가메시'에는 주인공께서 불사의 비결을 찾아 나서서 사자를 맨손으로 때려잡고 하늘에서 내려온 터무니없는 황소도 때려잡고 땅끝까지 가고 갔는데 그 땽끝에 하필이면 선술집 하나 있다니! 그 선술집 주모 씨두리 가라사대 손님 술이나 한잔 드셔라오 비결은 무슨 비결 술이나 하잔 더 드시굴랑 돌아가셔라오 정작 그땅끝에서 바다는 아령칙하게 시작하고 있었다 어쩌나 - 고은 시 ‘선술집’ 모두 * [허공], 창비, 2008. 칼집에서 칼을 뽑았다 칼날이 포릉포릉 울었다 흐르는 물이 마침 있어주었다 천행인바 네가 풀다발이 아니라 네가 가여운 암노루 모가지가 아니라 물인 것 아비의 적이 아니라 흐르는 물인 것 너! 물을 잘랐다 잘린 물에 칼자국 없이 피 한방울 없이 아무도 없이 그냥 흘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