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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2024년에 덧붙여, 백야 [최재원] 새해가 밝, 발, 밖, 박, 았습니다 눈보다 손이 먼저 부셔요 손보다 찌르르 젖은 마음이 부셔요 너를 입(에 넣)고 굴릴 때 혀가 먼저 부셔요 부셔요 부셔요 시고 부신 너(들) 구름이 해를 찢어 놓습니다 갈래의 해도 하나의 해이니 하얗게 얼어 영원히 젖은 파도만이 꾸역꾸역 다가옵니다 해도 구름도 파도도 쉬지를 않네요 어떻게 된 일인지 참 우리는 집이 없어요 갈래에 무리에 보라에 잠깐 머물까요 우리? 해 해 해는 너무 밝, 밖, 발, 박나요? 나는 그들 그들 그들이라고요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잘 모르니까 우리 서로 아는 체는 말아요 아니 우리 누일 데 없는 몸을 해 위로 겹쳐요 차가울수록 두께 없는 높은 탑을 쌓을 수 있어요 사위어 가는 사이의 모든 것들의 트랜스 오늘도 오지 않는 오늘.. 더보기
자작나무. 눈 속을 여행하는 오랑캐의 말 [박정대] 미스터 션샤인의 말투로 말하겠소 햇살 좋은 아침이면 앞마당으로 나가 빨래를 너오 그곳에 돌배나무, 목련, 배롱나무, 자두나무, 살구나무, 사과나무, 생강나무, 이팝나무, 자작나무들을 심었소 자작나무에는 따로 이름을 붙여주었소 가난하고 아름다운 사냥꾼의 딸, 꽃 피는 봄이 오면, 자작나무 우체국, 레아 세이두, 장만옥, 톰 웨이츠, 김광석, 빅토르 최, 칼 마르크스, 체 게바라, 아무르, 아르디 백작, 상처 입은 용, 짐 자무시, 짐 모리슨, 닉 케이브, 탕웨이, 아르튀르 눈 속을 여행하는 오랑캐의 말들, 이들은 가난하고 아름다운 나의 열혈동지들이오 돌배나무는 대낮에도 주먹만 한 별들을 허공에 띄우오 그 여름 폭풍은 내 마음속에 있었소 폭풍우 치는 낮과 밤을 동무들.. 더보기
미루나무 미루나무 [최갑수] 나를 키운 건 다름 아닌 기다림이었습니다 나의 안부를 궁금해하지 마세요 당신이 떠나가던 길 나는 당신의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 흔들려주었으니 당신이 떠나간 후 일말의 바람만으로도 나는 온몸을 당신쪽으로 기울여주었으니 그러면 된 것이지요, 그러니 부디 나의 안부를 궁금해하지 마세요 내 기다림은 그렇게 언제나 위태롭기만 한 것이었습니다 - 단 한 번의 사랑, 문학동네, 2021 욜랑거리다 [최서림] 말에 붙잡혀 사는 자, 꽃들에게 나무들에게 새 이름을 붙여주고 있다 그에게도 미루나무 담록색 이파리 같은 시절이 있었다 내일은 언제나 새로운 기차처럼 다가왔다 라스콜리니코프처럼 말에 붙들려 들떠 있는 자, 언제나 낡은 정거장에 홀로 중얼거리며 서 있는 기분이다 이 기차를 놓치면 다음 기차가 오겠.. 더보기
‘강렬한, 직관적인 자기응시’ - 김승희 시. 누가 이렇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가지를 효수해 걸었을까? 목을 매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는 이렇게 목을 매는구나 울먹이는 마음 나 돌아가는 길에 어느 어둠의 모서리에 부딪쳐 쓰러지지 말라고.... 그런데 어두운 골목 옆 환한 담벼락 안에선 동화 같은 이런 말이 소근소근 들려오는 것도 같다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 전원에 줄만 꽂으면 꾸벅꾸벅 절하는 각시와 신랑 인형의 전기줄을 꽂아놓고 어여쁜 한국인형의 절을 받으며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거울 앞에서 웃는 사람들의 담소의 목소리 요즘에는 묻는 사람들에게마다 네가 제일 예쁘다고 말해주는 요술거울이 나왔나 보다 백설공주의 기억을 잊어버린 그런 거울 하나씩 갖고 동그라미 -.. 더보기
‘부처와 보살’ 사이에서 - 공광규 시. 멀리 순항하던 비행기가 갑자기 비상착륙을 하려면 항공유를 모두 버리고 무게를 줄여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와야 한다 안전한 착륙을 위하여 정상항로를 벗어나서 비싼 항공유를 모두 바다에 버리고 돌아와야 하는 것이다 사람도 그럴 때가 있다 갑자기 자신을 비우고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와야 할 때가 있다. - 공광규 시 '아름다운 회항' 모두 바위와 바위가 기댄 암문을 거쳐야 암자에 오를 수 있다 암문은 좁고 좁아서 몸집이 크거나 짐이 많은 사람은 통과 할 수가 없다 꼿꼿한 허리도 굽혀야 하고 머리를 푹 수그려야 할 때도 있다 가끔은 무릎걸음도 해야 한다 이렇게 겸손하게 올라가도 바위가 막아서고 사철나무가 막아서서 갑자기 방향을 틀어야 한다 대웅전에서 해우소 가는 길도 그렇고 상관음전과 하관음전 가는 길도 그렇고 산.. 더보기
Who am I ?! 아버지는 누구인가? 아버지란 기분이 좋을 때 헛기침을 하고, 겁이 날 때 너털웃음을 웃는 사람이다. 아버지란 자기가 기대한 만큼 아들, 딸의 학교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겉으로는, '괜찮아, 괜찮아' 하지만 속으로는 몹시 화가 나는 사람이다. 아버지의 마음은 먹칠을 한 유리로 되어 있다. 그래서 잘 깨지기도 하지만, 속은 잘 보이지 않는다. 아버지란 울 장소가 없기에 슬픈 사람이다. 아버지가 아침 식탁에서 성급하게 일어나서 나가는 장소(그곳을 직장이라고 한다)는, 즐거운 일만 기다리고 있는 곳은 아니다. 아버지는 머리가 셋 달린 龍과 싸우러 나간다. 그것은 피로와, 끝없는 일과, 직장 상사에게서 받는 스트레스다. 아버지란 '내가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있나? 내가 정말 아버지다운가?' 하는 자책을 날마.. 더보기
2023년 말미에 덧붙여,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零下 十三度 零下 二十度 地上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裸木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起立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魂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零下에서 零上으로 零上 五度 零上 十三度 地上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 황지우 시 '겨울.. 더보기
12월 24일, Beethoven Symphony 9, 합창 - 올해의 Christmas! - 인천 아트센타 Pm:17:00-19:00, 나이를 먹으니 연말에 ‘마눌님’과 무엇을 해야하나 고민이 생긴다. 모처럼 Kbs 오케스트라가 인천을 찾았다. 메인 레파토리도 ‘베토번 교향곡 9번 ’합장‘ 전악장.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서 1 시간을 달려 ’인천 아트센타 콘서트 홀‘을 찾았다. 2023 년의 마무리를 휼륭한 ’앙상블‘로 마무리 할 수 있어서 유쾌 했다. 2024년. 새해를 ’여유있는 마름‘으로 맞을 수 있다는 마음이 드니,, 고마운 일이다. 마눌님도 대 만족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