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뒤쪽에서 불쑥 주황색 구두끈이 나타났다.
나타 났다는 말이
갑자기 마음에 들어서
주황끈에 어울리는 구두와 정장을 사서
찻집에 나타나고 싶었다
최대한 길게 대화의 선을 잇는 사람들
서랍같이 열렸다가
서랍같이 닫히며
서로를 보관하려는 사람들
나도 양말에 어울리는 스카프를 사고
스카프 같은 초승달을 보며
갑자기 나타날 사람과 걷고 싶다
잘 어울리고 싶다
* 곱씹게 되는 시가 있다. 소소하게 와닿는 주제로 애정을 풀어 놓는다. 시인이 그만큼 외로움을 타는 것인데,, 나 또한 이런 외로움이 좋다. 시사랑 정모에서 김 경미 시인의 ‘구두끈,을 낭독 했다. 대체로 읽을 시를 준비하지 않는 편인데, 많은 시집 가운데서 김 경미의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 하는지‘라는 민음사의 책이 눈에 들어 왔다. ’세계‘라는 ’바다‘와 ’빗소리‘ ’작약‘ 이라는 단어, 그리고 하드카버의 단단한 민음사의 포장이 마음에 들었다.
이제는,, 어처구니 없게도 이렇게 ’작은 인연‘에 연연한다. 이순 [耳順]을 넘긴지가 몇해 인데, 마음은 삼십대에서 노는지, 무엇이든 할 수 있고 하면 될 듯 하나, 몸도 마음도 이제는 따라가지 못하니, 그간의 사회와 만남의 인연을 정리하고 새롭게 ‘소수’로 만나는 인연이 정 겹다. 될 수 있는 한 깔끔한 차림으로, 젊고 케주얼하게 ‘건강하게’ 보이고 싶다. 몸이 아픈 내 인생에서 이렇게 ‘마음’을 나누는 인연과의 만남이 몇번이나 계속 될까? 이제는 이렇게 ’부담없는 만남‘이 좋고 편하다.
’시‘로 만나서 ’시‘로 살다가 ’시’로 떠나고 싶다. 멋진 ‘시민’ 들이여 ‘브라보!’ ‘시’로 살아서 즐겁고 감사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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