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이미 끝나버린 아침 같았다
어디, 평화 같은 곳을 찾아보면 영영
오지 않을 것 같은 하루가 나만 모를게 지나가버린
공기도 꿈도 보이지 않는 카페에 앉아 우리
그 이름의 커피를 마신다
너무도 구체적인 카페인데 공기와 꿈을 분쇄하는 기계가 있다
간밤 귓속을 헤집던 해로운 곤충들
내 잠 속을 갉아먹던 가려운 입술과 열매를 따는 소녀들
불빛 시름한 농장에 누워 빈 자루처럼 가벼운
수확량의 무게가 쥐똥처럼 귀여워 우리는 곧 타 죽을 거야
드럼통 속의 원두처럼 쪄 죽을 거야, 늙은 나귀가 두드린다
땅은 무르고 발굽은 부드러워 서로를 아파하지 않고
분쇄되는 중이다
찻잔은 고요하고 입김을 바라지 않으며 차분히 식어가는 중이다
무릎 위에 작은 머리를 하나 앉히고 쓰다듬는 여자를 본다
아이는 울다 지쳤고 제 얼굴보다 슬픔이 커
흐르는 눈을 감아야 했다
눈을 처음 봤다는 남자가 주머니 가득 담으려던 마음을 헤아리면
물은 탁하고 바지를 적시며 벌컥 마시지 못한다
머리맡의 베개만이 내 무릎을 베고 자던 날이 많았다
해진 무릎을 안고 저물어가곤 했다
하루가 모두 닳아 만질 것이 없었다
주인의 죽은 손을 핥다 끝내 하늘을 보던 늙은 개도 그랬다
당신은 해야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원두처럼 단단한 아침이다
도무지 내일이 살아질 것 같지 않아, 어디에 뒀지,
어제 버린 약
벌써 지겨워요, 무엇이
나를 달래겠지요, 내가
무엇을 달랠 수 있을까요,
입술은 녹지 않고
커피를 머금고서
꿈을
마시지 않는다
내버려 둬요, 제발
가만히 두지 말아요
원두는 입술이 가진 채
영원히 말하지 않는다
당신은 해야 할 말이 있다고 했다
- 오병량 시 ‘원두를 보는 아침‘ 모두
* [고백은 어째서 편지의 형식입니까?], 문학동네, 2024.
** 투석 만 6년 차에 전문직 투석 간호사에게 ’ 믿지 못할 말’을 들었다. 바늘을 잘못 찔러서 바늘 찌른 부분이 아픈데, 바늘을 조금 빼달라는 부탁’에 ‘그럴 수 없다 ‘란다. 두 곳을 다 찌르고 테이핑을 한 이후에도 통증이 심해서 재차 ’ 조금만 빼달라고 ‘ 이야기했는데, 단호한 태도로 ’안된다 한다 ‘ “이건 뭐지?!..,” 하는 생각으로 4시간을 고통 속에 투석을 하고 바늘을 빼는데,, 그 고통이, 바늘을 오후 팀장 간호사가 빼는데 놀라며 “아프시면 얘기를 하시지~” 하는데, 어느새 옆 환자 침대에 ’ 당사자’가 붙어 서 있다.
다음 날, 일정상 월요일에 오후 투석애서 새벽 투석으로 바꿔야 하기에 수간호사와 통화로 일정을 바꾸다 어제 투석일로 ‘이해할 수 없는 간호사 태도‘를 이야기하니 명백히 간호사의 ‘직무유기‘라며, 간호사들 재교육을 하겠다며 사과를 한다. 금요일 오후 투석에 침대에 누우니 잘 아는 간호사들의 ’ 태도‘부터 조심스럽다. 30분쯤 지나, 오후 팀장 간호사가 다가와서 ‘수 간호사‘에게 ‘주의’를 받았다며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오후 ‘투석 간호사’들 에게 ‘재 교육‘ 하겠다며 ‘죄송하다 ‘ 하는데,, 그 간호사 얼굴 볼 자신(욕이 나올 것 같아)이 없어서, 그 간호사에게는 투석받지 않겠다(바늘을 꽂지 않겠다) 하니, “잘 알겠다” 하며 ’ 죄송하다’ 한다.
6년을 한 병원을 다니며, 6년을 투석을 하며 봐온 간호사인데, ’ 직업윤리’도 없는 아마추어였다니,, 나름 친근감이 있어서 때때로 커피도 인원수 대로 돌리고, 과일도 나눠 먹으라고 ‘호의’를 나타 낸 적도 있는데.., 다 ’ 쓸데없는 짓’ 인가하는 생각도 들고,, ‘일을 크게 만들지는 말자 ‘ 생각은 하는데, 당사자는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다. 사는 게 참 씁쓸하다. 두고 볼 일이지만, 직업에 ’ 윤리의식‘이 없는 사람은 이렇게 본색을 드러낸다. 그 가식의 가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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