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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11월의 어느 날에,

소소한 일상에.., 고맙다.





국을 끓어야겠다 싶을 때 국을 끓인다
국으로 삶을 조금 적셔놓아야겠다 싶을 때도
국 속에 첨벙하고 빠뜨릴 것이 있을 때도

살아야겠을 때 국을 끓인다
세상의 막내가 될 때까지 국을 끓인다

누군가에게 목을 졸리지 않은 사람은
그 국을 마실 수 없으리
누군가에게 미행당하지 않은 사람은
그 국에 밥을 말 수 없게

세상에 없는 맛으로 끓인다
뜨겁지 않은 것을 서늘히 옹호해야겠는 날에
뭐라도 끓여야겠다 싶을 때 물을 받는다


- 이 병률 시 ‘11월의 마지막에는‘




* 11월 7일, 집에 돌아와 달력을 보니 붉게 동그라미가 쳐서 표시가 되어있다. 생일 때마다 오후에는 성의껏 표시는 하였지만,, 새삼 퇴직하고 두 번째인 생일에 미역국이라도 끓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Apt에 있는 여러 곳의 반찬가게에 전화를 돌려 마지막 남은 미역국을 구했다. 좋아하는 잡채도 한 팩사고 냉장고에 깊숙이 넣어두고, 시침을 땠다.

Am06:00에 일어나 전자밥솥에 밥을 앉치고, 미역국을 냄비에 따라서 끓이다가 간을 맞췄다. 긴 세월 따라 내가 생일 상을 차려준 게 몇 번이나 되나? 왠지, 그간의 마눌님 과의 생활에서 따스한 고마움에,, 내가 직접 한 ‘따뜻한 밥과 미역국’을 끓여 주고 싶었다. 마눌님도 좋아하고 정말 고마워하니. 당분간은 훈풍이 불 듯,, 마눌님에게는 항상 죄인이다. 미안하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