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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IMAGE/Poem -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샤갈의 마을에는 삼월에 눈이 온다.봄을 바라고 섰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새로 돋은 정맥이바르르 떤다.바르르 떠는 사나이의 관자놀이에새로 돋은 정맥을 어루만지며눈은 수천수만의 날개를 달고하늘에서 내려와 샤갈의 마을의지붕과 굴뚝을 덮는다.삼월에 눈이 오면샤갈의 마을의 쥐똥만한 겨울 열매들은다시 올리브빛으로 물이 들고밤에 아낙들은그 해의 제일 아름다운 불을아궁이에 지핀다.- 김 춘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모두* 김춘수 시선집 / 현대문학, 2004*이 시를 읽다보면,, 샤갈의 그림들이 궁금해 진다. 시와 연관 지여지는 샤갈의 ’나와 마을‘ 이란 그림에서 시를 통한 아련한 그리움의 이미지가 잘 그려진다. 샤갈의 그림과 시인의 초현실주의 적인 창작기법이 서로 잘 맞물렸다고 할까. 화가로서 프랑스에서 대부분을 .. 더보기
’나‘ 로서 자유롭게.., 심장의 노래를 들어보실래요?이 가방에는 두근거리는 심장들이 들어 있어요건기의 심장과 우기의 심장아침의 심장과 저녁의 심장두근거리는 것들은 다 노래가 되지요오늘도 강가에 앉아심장을 퍼즐처럼 맞추고 있답니다동맥과 동맥을 연결하면피가 돌 듯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지요나는 심장 을 켜는 사람심장을 다해 부른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지만증은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지만심장이 펄떡일 때마다 달아나는 음들,웅크린 조약돌들의 깨어남,몸을 휘돌아나가는 피와 강물,걸음을 머추는 구두들,짤랑거리며 떨어지는 동전들,사람들 사이로 천천히 지나가는 자전거바퀴,멀리서 들려오는 묵소리와 기적소리,다리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얼굴이 점점 희미해지고허공에는 어스름에 검은 소금처럼 녹아내리고이제 심장들을 담아 돌아가야겠어요오늘의.. 더보기
아제아제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룸비니에서 사온흙으로 만든 부처님이마루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산산조각이 나얼른 허리를 굽히고무릎을 끓고서랖속에 넣어두었던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불쌍한 내 머리를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부처님이 말씀하셨다산산조각이 나면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산산조각이 나면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 정호승 시 '산산조각' 모두오래전부터 장인, 장모님 께서 불공을 드리시던 가족의 절, 나도 모르게 이름이 등록되여 부처님께 치성을 드렸다 한다. 그래서인지 스님들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두손을 모아 합장을 하게 된다. 더보기
가족이라는 초상. 옛날 밥상머리에는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어머니 아버지 얼굴과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먼 친척들이 와서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이런 얼굴들이 풀잎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밥상머리에 얼굴반찬이 없으니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공광규 시 ‘얼굴반찬’* 첫째가 작장의 위치에 따라서 출퇴근의 사간을 아끼고자 안국동의 근처로 독립을 해 나가고, 둘째도 언니와 비슷한 논리로 독립해 나가더니, 몇 해 지나서 언니보다 먼.. 더보기
’카오스‘ - 이제, 다시 시작할 시간. 여기에 앉아보고 저기에 앉아본다컵에 물을 따르기도 하고 술을 따르기도 한다 누구와 있든 어디에 있든무언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저녁이다.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이 마음에 드는 저녁이다. 저녁에 대한 이 욕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교차로에서, 시장에서, 골목길에서, 도서관에서, 동물원에서오래오래 서 있고 싶은 저녁이다 빛이 들어왔으면,좀더 빛이 들어왔으면, 그러나남아 있는 음지만이 선명해지는 저녁이다 간절한 허기를 지닌다 한들너무 밝은 자유는 허락받지 못한 영혼들이파닥거리며 모여드는 저녁이다 시멘트 바닥에 흩어져 있는 검은 나방들,나방들이 날아오를 때마다눅눅한 날개 아래 붉은 겨드랑이가 보이는 저녁이다 무언가, 아직 오지 않은 것,덤불 속에서 낯선 열매가 익어가는 저녁이다 - 나희덕 시 ’무언가 부족한 .. 더보기
8인 전원일치 “윤석열을 파면한다” AM 11:22 분. 신새벽 뒷골목에네 이름을 쓴다 민주주의여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내 발길은 너를 잊은 지 너무도 너무도 오래오직 한가닥 있어타는 가슴속 목마름의 기억이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 민주주의여아직 동트지 않은 뒤골목의 어딘가발자국소리 호르락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외마디 길고 긴 누군가의 비명소리신음소리 통곡소리 탄식소리 그 속에 내 가슴팍 속에깊이깊이 새겨지는 네 이름 위에네 이름의 외로운 눈부심 위에살아오는 저 푸르른 자유의 추억되살아오는 끌려가던 벗들의 피 묻은 얼굴떨리는 손 떨리는 가슴떨리는 치 떨리는 노여움으로 나무판자에백묵으로 서툰 솜씨로쓴다.숨죽여 흐느끼며네 이름을 남몰래 쓴다.타는 목마름으로타는 목마름으로민주주의여 만세- 김 지하 시 ‘타는 목마름으로’ 모두- 이제야 체증이 내려 앉습니다. 국민 모.. 더보기
3월 에는, 촉촉히 비가 내리고,, 얼음을 깨고 나아가는 쇄빙선같이치욕보다 더 생생한 슬픔이내게로 온다슬픔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모자가 얹혀지지 않은 머리처럼그것은 인생이 천진스럽지 못하다는 징표영양분 가득한 저 3월의 햇빛에서는왜 비릿한 젖 냄새가 나는가햇빛을 정신없이 빨아들인 산수유나무는검은 가지마다 온통 애기 젖꼭지만한 노란 꽃눈을 틔운다3월의 햇빛 속에서누군가 뼈만 앙상한 제 다리의 깊어진 궤양을 바라보며살아봐야겠다고마음을 고쳐먹는다3월에 슬퍼할 겨를조차 없는 이들은부끄러워하자그 부끄러움을 뭉쳐새 슬픔 하나라도 빚어낼 일이다* 장 석주 시 ’3 월‘모두_《간장달이는 냄새가 진동하는 저녁》(세계사.2001간장달이는 냄새가 진동하는 저녁》(세계사, 2001)2월까지 겨울가뭄에 메말렀던 산하에 3월 1일 비가 촉촉히 내렸다. 그동안.. 더보기
사랑아 안녕 …,?! 낮과 밤이불 속으로 눈이 내린다귓속엔 자벌레들이 혀 짧은 소쩍새 털 많은 사내가 살아가려운 것 투성이​아이비 이파리는 심장 모양사람 눈에는 그 사람의 심장이 올라와 있다는데​마스크를 쓰고부터는웃음 비웃음을 다 가릴 수 있고연습하지 않았는데 연기가 늘고​유일하게 늘지 않는 것이 시와 사랑이다안 풀리는 4번 문제를 종일 풀고 있다꿈에서도 현실에서도 시를 망친다​마음을 먹는 대신미움을 먹으려 하지만마음과 미움은 한 끗 차이지만​땡감이 비에 떨어지고 무화과 열매가 익고잠글 수 없는 냄새처럼 열병이 퍼지고모르는 순간 내게로 건너온 참혹은물혹이 아니라서 칼로 도려낼 수도 불로 지질 수도 없다​씹다 붙인 껌처럼사랑만큼 근력이 필요한 종목도 없다- 김 안녕 시 ’사랑의 근력’ 모두* 사람은 살아가면서 몇번의 사랑을 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