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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변혁기, 자식에게,, 정 희성 시.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 정희성 시 ‘저문 강에 삽을 씻고’ 아버지는 내가 법관이 되기를 원하셨고 가난으로 평생을 찌드신 어머니는 아들이 돈을 잘 벌기를 바라셨다 그러나 어쩌다 시에 눈이 뜨고 애들에게 국어를 가르치는 선생이 되어 나는 부모의 뜻과는 먼 길을 걸어왔다 나이 사십에도 궁티를 못 벗은 나를 살 붙이고 살아온 당신마저 비웃지만 서러운 것은 가난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 더보기
국화꽃. 국화빵은 모른대 [이규옥] 국화빵은 모른대 알록달록한 국화꽃을 모른대 알큰달큼한 국화 냄새를 모른대 불 위에서 철틀 속에서 엎어지고 젖혀지는 국화빵은 모른대 누릇한 냄새밖에 모른대 살 익는 냄새밖엔 모른대 내장마저 훤히 비치도록 바싹 살을 지져 전신에 국화 문신 새기는 국화빵은 모른대 거뭇거뭇 살을 태워 구수한 국화 냄새 풍기는 국화빵은 모른대 저만치 비켜선 채 화분 속에서 방실거리는 국화꽃은 모른대 가을볕 받아 살랑살랑 풍기는 국화 냄새를 모른대 덥석, 내장째 물려 찢기고 씹혀 감감한 미로 속으로 삼켜질 제 살 익은 냄새밖에 국화빵은 모른대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계사, 2008 귀가 서럽다 [이대흠] 강물은 이미 지나온 곳으로 가지 않나니 또 한 해가 갈 것 같은 시월쯤이면 문득 나는 눈시울이 .. 더보기
어릴적 ‘내 꿈’은,,,. 어릴 때 내 꿈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뭇잎 냄새나는 계집애들과 먹머루빛 눈 가진 초롱초롱 사내 녀석들에게 시도 가르치고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려주며 창밖의 햇살이 언제나 교실 안에도 가득한 그런 학교의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플라타너스 아래 앉아 시들지 않는 아이들의 얘기도 들으며 하모니카 소리에 봉숭아꽃 한 잎씩 열리는 그런 시골 학교 선생님이 되는 거였어요. 나는 자라서 내 꿈대로 선생님이 되었어요. 그러나 하루 종일 아이들에게 침묵과 순종을 강요하는 그런 선생님이 되고 싶지는 않았어요. 밤늦게까지 아이들을 묶어 놓고 험한 얼굴로 소리치며 재미없는 시험문제만 풀어주는 선생이 되려던 것은 아니었어요. 옳지 않은 줄 알면서도 그럴듯하게 아이들을 속여넘기는 그런 선생이 되고자 했던 것은 정말 아니었.. 더보기
‘삶의 아픔과 나눔’ - 정 호승 시.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밤 거리에서 귤 몇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값을 깍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죽을 때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주지 않은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흘릴 줄 모르는 너의 눈물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길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 정 호승 시 ‘ 슬픔이 기쁨에게‘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더보기
‘생명’의 유기적 구상화 / 정 한모 시. 맑은 햇빛으로 반짝반짝 물들이며 가볍게 가을을 날으고 있는 나뭇잎, 그렇게 주고 받는 우리들의 반짝이는 미소로도 이 커다란 세계를 넉넉히 떠받쳐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믿게 해 주십시오 흔들리는 종소리의 동그라미 속에서 엄마의 치마곁에 무릎을 꿇고 모아 쥔 아가의 작은 손아귀 안에 당신을 찾게 해 주십시오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어제 오늘이 마침내 전설 속에 묻혀 버리는 해저 같은 그 날은 있을 수 없습니다 달에는 은도끼로 찍어 낼 계수나무가 박혀 있다는 할머니의 말씀이 영원히 아름다운 진리임을 오늘도 믿으며 살고 싶습니다 어렸을 적에 불같이 끓던 병석에서 한 없이 밑으로만 떨어져 가던 그토록 아득했던 추락과 그 속력으로 몇 번이고 까무라쳤던 그런 공포의 기억이 진리라는 이 무서운 진리로부터 우리들의 이 .. 더보기
제라늄. 제라늄처럼 [황혜경] 그리 쉽게 병들지 않는다고 해서 받았다 그리 쉽게 상처받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데 까맣게 타들어가고 아껴 써야 하는데 먹는 속도가 곰팡이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자주 버렸다 버리는 나를 버릴 수 없기도 해서 독서와 식사의 습관을 되찾아야 하는데 제라늄은 장식적이고 에둘러 말하곤 해왔는데 다시는 안 그러려고 두근거리지 않는다면 잠들 수 없어 무엇으로든 무르기 시작하는 줄기들 꽃의 이미지에 기대어 질이 필요한 것들이 있지 질이 비현실적으로 거쳐서 지나가면서 끝까지 도달하지도 못하면서 통과할 수도 없으면서 생식生殖을 대하는 방식이 본질적으로 그런 거라면 등을 돌리고 형편이 좀 나아지면 손잡아줄게 지금은 눈앞에서 잠시 사라져야 할 때 질문하는 자가 보이지 않고 대답도 들을 수 없고 원하는 .. 더보기
‘국화’ - 성장한 ‘숙녀’ 같은 꽃. 현관 옆에 국화 화분 하나를 사다가 놓으니 가을이 왔다 계절은 이렇게 누군가 가져다 놓아야 오는 것인가 저 작은 그릇에 담겨진 가을, 노란 가을을 들여다보며 한 계절 내가 건너가 가져오지 못한 시간들을 본다 돌보지 못한 시간 속에도 뿌리는 있다, 모두 살아 있다 흙 속 깊이 하얀 실뿌리를 숨기고 어둔 흙 헤집어 둥근 터널 그 속으로, 먼 내 속으로 오고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쭈그리고 앉아 바라본 국화의 근본이여, 모든 계절의 초입이 나 몰래 튼튼한 뿌리를 내리고 있어 손을 내밀어 그냥 가져다 놓기만 하면 분명 한 계절의 꽃 필 법도 한 것이다 국화는 현관 앞 계절의 환한 등을 밝히고 있다 사람들이 지나가다 국화를 보며 아! 노란 국화, 하며 가을을 말하기 시작한다 내가 가져다 놓은 한 계절, 저 국화 화.. 더보기
진단적검사 용어해설 진단적 검사 ◎ 총 콜레스테롤(T-cholesterol) : 130~250mg/dl : 동맥경화의 징후와 진행을 진단. 󰋯증가- 동맥경화, 급성심근경색, 뇌경색, 당뇨병이나 신증후군 󰋯감소- 신장장애, 뇌혈전, 폐결핵, 갑상선 기능 항진증 ◎ 중성지방(TG) : 50~200mg/dl : 에너지원의 저장, 운반. 세포나 조직의 유지 등을 담당. 󰋯증가- 간질환이나 신장질환, 뇌혈전, 심근경색의 원인. 비만, 동맥경화, 당뇨병, 갑상선 기능 저하증 ◎ 고밀도 콜레스테롤 (HDL-C) : 40~67mg/dl 저밀도 콜레스테롤 (LDL-C) : 60~130mg/dl : 동맥경화증을 예방하는데 필수적인 검사 HDL-C는 혈관 안에 붙어있는 LDL-C를 끌어들여 간으로 회수하는 혈관 청소부로 동맥 경화를 억제(LD..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