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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숲에 들다

눈이 내리면,, 길을 걸어 나아가리라,

 


 

 

 

 

어제를 동여맨 편지를 받았다

 

늘 그대 뒤를 따르던

 

길 문득 사라지고

 

길 아닌 것들도 사라지고

 

여기저기서 어린 날

 

우리와 놀아주던 돌들이

 

얼굴을 가리고 박혀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추위 환한 저녁 하늘에

 

찬찬히 깨어진 금들이 보인다.

 

성긴 눈 날린다.

 

땅 어디에 내려앉지 못하고

 

눈 뜨고 떨며 한없이 떠다니는

 

몇 송이 눈.

 

 

 

 

- 황동규 시 '작은 사랑의 노래' 모두

 

 

 

 

* 매년 겨울이면, 눈이 기다려지면 입속으로 중얼중얼 이시를 외우곤 한다. 내 어린날의 동심은 어느덧 사라지고,, 눈이 내리면 우산을 펼쳐 머리를 가리고 퇴근길을 걱정하는 늙스레한 중년이 되었다. 올해는 제법 눈이내리는것 처럼 첫눈이 내렸는데, 난 그시간에 야작을 하느라고 눈이 내리는 풍경을 창으로만 보았다. 아침에 길을 나서니 눈은 거짓말처럼 녹아 사라졌고,,,, 12월, 2010년의 끝자락에서 다시내릴 함박눈을 기다린다. 다시 눈이 내리면 우산도 접어둔채 옷깃을 세우고 눈내리는 서울의 산책로를 정처없이 걷고 싶다. 그래서 어깨와 머리에 눈사람처럼 눈이 수북히 쌓이고 다리가 아프면,, 허술하지만 불빛이 따스한 찻집에 들어가 창가에 앉아 아주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슈베르트를 듣고 싶다, 눈이 내려 쌓이고, 사람들이 환하게 미소지으며 걸어가는 풍경을 보며 나도... "사랑한다, 사랑한다" 하고 가만히 말하고 싶다.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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