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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카오스‘ - 이제, 다시 시작할 시간.

‘꽃’을 피웠다.






 
여기에 앉아보고 저기에 앉아본다
컵에 물을 따르기도 하고 술을 따르기도 한다
 
누구와 있든 어디에 있든
무언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저녁이다.
무언가 부족하다는 것이 마음에 드는 저녁이다.
 
저녁에 대한 이 욕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교차로에서, 시장에서, 골목길에서, 도서관에서, 동물원에서
오래오래 서 있고 싶은 저녁이다
 
빛이 들어왔으면,
좀더 빛이 들어왔으면, 그러나
남아 있는 음지만이 선명해지는 저녁이다
 
간절한 허기를 지닌다 한들
너무 밝은 자유는 허락받지 못한 영혼들이
파닥거리며 모여드는 저녁이다
 
시멘트 바닥에 흩어져 있는 검은 나방들,
나방들이 날아오를 때마다
눅눅한 날개 아래 붉은 겨드랑이가 보이는 저녁이다
 
무언가, 아직 오지 않은 것,
덤불 속에서 낯선 열매가 익어가는 저녁이다
 
 
 
- 나희덕 시 ’무언가 부족한 저녁
  * 말들이 돌아오는 시간, 문학과 지성사.2014.




* 사월은 꽃리 피어나고, 그러나 그 봄을 시샘하는 바람과 비와 돌풍,, 걔절의 변화는 오묘 하면서도 안타까운 것, 그 속에도 묵묵히 봄은 우리의 곁에 왔다. 옷을 바꿔입고, 안경을 자꿔 끼면서 나만의 4월을 준비하고 맞이 한다. 지날때 마다 아름답다 감탄하던 Apt 입구의 벗꽃나무도 사진을 찍어 본다. 투석 7년차에 ’바늘의 공포‘가 다시 찾아왔다. 팔에 1, 2, 3, 4 번을 다시 먹이고 새로운 투석자리를, 혈관의 위치를 다시 잡았다. 그렇게 사월을 보냈고, 마눌님은 베트남 으로 보름살이를 떠났다. 퇴직 선생님 들과 함께.., 함께 떠날 수 없으니 응원해 줄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