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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3월 에는, 촉촉히 비가 내리고,,

2월의 메마른 땅에 3월의 비가 내렸다.







얼음을 깨고 나아가는 쇄빙선같이
치욕보다 더 생생한 슬픔이
내게로 온다


슬픔이 없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모자가 얹혀지지 않은 머리처럼
그것은 인생이 천진스럽지 못하다는 징표


영양분 가득한 저 3월의 햇빛에서는
왜 비릿한 젖 냄새가 나는가


햇빛을 정신없이 빨아들인 산수유나무는
검은 가지마다 온통 애기 젖꼭지만한 노란 꽃눈
을 틔운다


3월의 햇빛 속에서
누군가 뼈만 앙상한 제 다리의 깊어진 궤양을 바
라보며
살아봐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는다


3월에 슬퍼할 겨를조차 없는 이들은
부끄러워하자
그 부끄러움을 뭉쳐
새 슬픔 하나라도 빚어낼 일이다




* 장 석주 시 ’3 월‘모두
_《간장달이는 냄새가 진동하는 저녁》(세계사.2001간장달이는 냄새가 진동하는 저녁》(세계사, 2001)



2월까지 겨울가뭄에 메말렀던 산하에 3월 1일 비가 촉촉히 내렸다. 그동안 겨울이라는, 꽃샘추위라은 움추림을 떨치고 스스로 꽃을 파워야 한다. 비가 내린 동네의 오솔길을 걸어보며 떨어진 입맛을 복돋아 본다. 3월에는 더이상 인명사고는 없었으면, 2024년 12월 부터 메마르고 답답했던 마음이, 우리 모두의 삶이 오늘내린 비의 촉촉함 처럼 어떤 상쾌함으로 다가오기를, 바래본다. 오늘 3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