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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老後 ,,, 미래의 '내모습'은 어떠할까....?!






흰눈이
소리도 없이 땅을 덮던 날,
세종로 경복궁 벤치에
머리 허연 노인 하나 앉아
말없이 웃고 있다

두툼한 마고자에 새 모자 새 신...
"할아버지 여기 왜 계세요?"
"미, 미안 합니다"
"할아버지..."
노인은 대답한다
"난, 배, 배가 고픕니다, 밥 좀 주세요"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리는
찬송가 소리

고궁의 관리인, 방송하며 한마디,
"아무도 찾으러 오지 않을 겁니다"
두어 시간의 정막.
정말, 아무도 오지 않는다
관리실엔 새 옷을 쭉 빼입힌 아이 둘....
울다 지쳐 잠이 들고,,,

노인에게 난, 망설이다 손을 내민다
"전, 갑니다'
"고맙습니다"
노인은 그저 입술을 벌리고 웃는다
행복한 미소...?!
노인은 왜, 울지도 않는 것일까?
난, 아무런 죄가 없어,
"미안 합니다'
"배, 배가 고픕니다, 밥 좀 주세요"


아아, 난 죄(罪)를 지었다
나쁜 사람일 뿐이다 !!!



  -홍수염 시 '유기(遺棄)'모두



  









예전에는 동네의 공원이나 휴일 아침의 산책길에서 마주치던 노인들을 지하철 정류장에서 흔하게 만나게 된다. 동네의 산책길이나 운동중에 만나는 노인들이 멀쩡하고 윤기가 있는 반면에, 이곳에서 보게되는 노인들은 삶에 지치고, 초최하며 허스름 하다. 모두들 누군가의 아버지 셨고, 어머니 였던 노인들,,, 이제는 일할 기력도 없는 노인도, 일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서서히 노인화 되어가는 중년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오래전에 비원이나 경복궁에 가면 때로 혼자 하염없이 앉아있는 노인이나 어린이를 볼 수가 있었다. 예외없이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동자에는 '겁'을 잔뜩 머금은... 때로 어떤 노인이나 아이들은 새옷을 깨끗이 입고 있었는데,,, 그 사연을 미루어 짐작할 때에 눈물만이 흐를 뿐이다. "가난구제는 나라도 못한다" 는데,,, 이렇게 위안으로 삼기에는 그곳의 버려진 사람들의 처지는 너무 비참했다. 노인들은 '치매끼'가 있는 분들이 많았는데,,, 그 사정을 누가 이해 할 까?!?....

IMF 보다 더 하다는 올해의 경기가 걱정이다. 적은 도움을 주고 가끔, 아이들을 안아주고 씻어주는 봉사를 하는 보육원에서도 매년 더욱 어려워지는 손길에 겨울철에는 아이들 목욕도 자주 시킬수 없어,, 젓병을 물리는 아이들의 몸에서는 쿰쿰한 구린내가 나기도 하는 현실이다. 우리가 나고, 자라고, 병들고 늙어가고 죽어가는 모든것이 '준비된 과정'에서 평탄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절감한다. 어른들이 말하는 "늙어서 자식고생 시키지 않으려면,,," 하는 말의 뜻을 아프게 가슴으로 느낀다. 내가 몸이 좋지 않아서 병원에 정기적으로 가서인지,, 주위에서 보는 풍경들이 다소 슬프고 눈물 겹기도 하는데,, 그래도 모두들 제 나름대로의 모습으로 이겨내며 살아가고 있다. 딸 둘을 키우다 보니 생전에 아버님이 "아들이 하나 있어야지" 하신 말씀을 이해하지만,, 그저 내 놓인 순리에 따라 열심히 살아간다. 



누구나, 나이가 들어가면 미래가 불투명하고 걱정이 된다. 나역시 장담할 수 없는것이 내 '노후'이고 앞날 이지만,, 그저 지금같이 '열심히' 나름대로 준비하고 헤쳐 나가는 수 밖에는 없다는 생각이다. 아아, 바라고 기원 하건데,, 내 자신이 아이들에겐 '짐' 으로 남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