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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표정 없는 얼굴.


     






1.
나는 폭포의 삶을 살았다, 고는 말할 수 없지만
폭포 주위로 날아다니는 물방울처럼 살 수는 없었을까
쏟아지는 힘을 비켜갈 때 방울을 떠 있게 하는 무지개 ;
떠 있을 수만 있다면 空을 붙든 膜이 저리도록 이쁜 것을

나, 나가요, 여자가 문을 쾅 닫고 나간다
아냐, 이 방엔 너의 숨소리가 있어야 해
남자가 한참 뒤에 중얼거린다


2.
이력서를 집어넣고 돌아오는 길 위에 잠시 서서
나는, 세상이 나를 안 받아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파트 실평수처럼 늘 초과해 있는 내 삶의 덩어리를
정육점 저울 같은 걸로 잴 수는 없을까
나는 제자리에 그대로 있는데 아이들이 마구 자라
수위가 바로 코밑에까지 올라와 있는 생활

나는 언제나 한계에 있었고
내 자신이 한계이다
어디엔가 나도 모르고 있었던,
다른 사람들은 뻔히 알면서도 차마 내 앞에선 말하지 않는
불구가 내겐 있었던 거다
커피 숍에 앉아, 기다리게 하는 사람에 지쳐 있을 때
바깥을 보니, 여기가 너무 비좁다


3.
여기가 너무 비좁다고 느껴질 때마다
인도에 대해 생각한다
시체를 태우는 갠지스 강 ;
물 위 그림자 큰 새가
피안을 끌고 가는 것을 보고
세상이 너무 아름다워
기절해 쓰러져버린 인도 청년에 대해 생각한다
여기가 비좁다고 느껴질 때마다
히말라야 근처에까지 갔다가
산그늘이 잡아당기면 딸려들어가
영영 돌아오지 않는 여행자에 대해 생각한다.
 


    - 황 지우 시'等雨量線 1' 모두 







- "실수한 거야!" 하늘님에게 이렇게 이야기 하고 싶을만큼,, 계절이 제 날씨를 찾지 못하고 휘청댄다. 3월의 말에 눈이 내렸다. 비가 섞여서 훗뿌리듯 내린 눈은 서울에도 잔디밭에는 제법 쌓여 눈이 내린 모습을 갖췄다. 어제 새삼스럽게 느낀 것이지만,, 사람들의 복장이 아직도 겨울옷 일색에 간간히 봄옷 차림의 사람들도 눈에 띄지만,, 잔뜩 어깨를 움추려 '봄'이란, 3월이란 느낌은 실종하고 겨울의 긴 연장전에서 서성이다가 "짠~" 하고 무더운 여름으로 넘어갈 듯 싶다. 나도 오늘 아침은 어제 아침길에 추위에 떨었던 터라 조끼를 하나 꺼내서 바람막이 잠바안에 껴 입었더니 적절하게 보온이 되었다. 새삼스레 주위 사람들의 옷차림을 둘러보니 아직도 패딩잠바에 모직코트,, 목도리를 두룬 사람까지... 서울에 봄은 아직은 이른 것 같다.





 대방역에서 내리면 들르게 되는 커피점, 언제부턴가 이곳에서도 아침에는 '가격파괴'가 시작 되었다. '아메리카노 커피'가 990원. 1,000원을 내면 10원을 거슬러 준다. 불면증에 혈압이 이상이 있는지라 커피를 '하루에 한잔'으로 줄였다. 개인적으로 세일할 때 사놓은 '초이스 오리지날'이 냉장고의 한칸을 가득히 채우고 있는데,, 이것도 언제나 다 먹을지 기약할 수 없다. 그런데도 대방역에서 내리면 던킨도너츠나 '띠아모'에서 커피뽑는 냄새는 공복의 속과 머리를 휘 저어서 그냥 지나칠수 없게 유혹의 손길을 흔든다. 아침에 커피내음에 끌려 아메리카노 한잔에 단호박을 넣은 파이 한조각을 아침으로 먹으며 "아, 커피를 벌써 마셔서 긴긴 시간을 어찌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오르니,,, ㅉㅉㅉ.... 하기야 속이 심하게 안 좋아서 '커피끊어라' 하는 처방을 받은 친구도 있는데,, 

'형식적인 응대'라는 말. 접대성 멘트 라는 말, 실감적으로 느끼는 요즘이다. 주위에서 어렵고 힘든일이 많아서인지 사람들이 진심으로 사람을 대하기 보다는 '그까이꺼' 하는 태도, 참 불성실하게 느껴지는 '한수 접어두고' 사람을 보는듯한 태도들이 눈에 자주 보인다. 진짜 상대방이 못느낀다고 생각할까?!,,, 그 사람의 불성실하고 대강 대강 사람을 대하는듯한 모습은 누구나 '민감'하게 피부로 느끼는 것인데,,, 지인 이라고, 친구 라고 느꼈던 사람들에게서 '불성실한 태도'를 본다면,,, 그사람은 나에게서 더 이상 얻을게 없다고 생각하는 '계산의 단계'에 접어 들었음을 말한다. 물론 이러한 상태를 미리 감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살아오면서 쌓인 정이, 친구나 이웃 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지는 순간 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먼저 자르거나 관계를 끊지를 못하니,, 유유부단인가 상처주기를, 상처받기를 두려워 함 인가?!?....






세상을 살면서,, 일년 후, 오년 후, 10년 후를 계획하며 살아야 하는데,,,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세상'을 가까이에서 보고, 경험 하다보니 사람들 마음에 '여유'가 없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 길이 있고, 내리막 길이 있으면 오르막 길이 있음이 사람의 인생 이리라. 오르는 길은 오르는대로의 노력과 보람이 있고, 내리막 길은 내려오는 대로의 여유와 정리의 보람이 존재하리라, 길지않은 인생길에서 초조해지지 말자, 현재에서 내 최선을 다 한다면,,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야 있겠지만,, '마음의 옷'을 벗어 버려야 하리라. 내것이 아닌것을 가지고 있으며 부자연스럽다. 몸도 마음도 부자유에서 벗어나는 길은 자유롭게 '놓아버림'이다. 상처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