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에 맹인 노인들이
경주 남산을 오른다
죽기 전에
감실 부처님을 꼭 한번 보고 죽어야 한다면서
지팡이를 짚고 남산에 올라
안으로 안으로 바위를 깍아 만든 감실 안에
말없이 앉아 있는 부처님을 바라본다
땀이 흐른다
허리춤에 찬 면손수건을 꺼내 목을 딲는다
산새처럼 오순도순 앉아 있다가
며느리가 싸준 김밥을 나누어 먹는다
감실 부처님은 빙긋이 웃기만 할 뿐 말이 없다
맹인들도 아무 말이 없다
해가 지기 전
서둘러 내려오는 길에
일행 중 가장 나이 많은 맹인 노인이
그 부처님 참 잘생겼다 하고는
캔 사이다를 마실 뿐
다들 말 이 없다
-정호승시 '경주 남산'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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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기전에 꼭해야 할일은 무엇일까? 오늘은 기러기 아빠로 지내는 친구와 길게 전화를 하다가 이런 질문이 문득 떠올랐다. 친구의 길고도 오랜 전화속에서 묻어 나는 것은 짙은 가족에 대한 마음과 아빠의 사랑, 그리고 배어나오는 고독감,,.
-'가족'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서로에 대한 끝없는 관심과 배려,, 그속에 이어지는 끝없는 믿음,, 이런것이 바탕이 되어 아빠와 엄마를 그리고 자식이란 단어가 성립 되는 것이다. 무엇이든 저절로 노력없이 이루어지는 관계란 없다. 가족이란 어떤 관계 이어야 할까? 신혼때 집사람이 충주의 중학교에서 근무하고 나는 첫차로 출근했다가 막차타고 퇴근 하던 시절,큰딸 지윤이가 홍역으로 열이 나서 우유를 먹으면 토하고, 울고 보채다 보리차나 뭘 줘도 또 토해서 내마음을 아프게 했다. 차마 우는게 가슴 아파 외면하고 있는데 이놈이 누워있다 뒤집어 엉금엉금 기어서 우유병 있는데로 가서 우유병을 쓰러뜨려서 입을 대고 쭉쭉 빠는게 아닌가,,, ? 얼마나 배가 고프면,,, 그때 새끼때문에 운다는 말을 참 실감하고 집사람과 셋이서 참 많이 울었다.
-'우리는 가끔 표현 해야만 아느냐?'라는 말을 한다. 감성이 지배하는 시대, 그래서 말이 필요없고 오직 행동만이 라고 하는 이들도 많이 봤다. 하지만 살면서 깨닫는 작은것은 '한쪽만 고집 할수 없다는것' 삶에 독주와 독선은 없다. 내가 사랑하는, 아끼는 사람들에게 해줄수 있는 최선,, 그것은 관심과 사랑의 실천이다. 친구에게도 말했지만 우리가 누리길 원하는 행복은 실제로 얼마나 소박한가? 보고 싶고 그리우면 찾아가고'나를 잃지말고 가족과 더블수 있는길을 찾으라는,,'
-오늘, 가까운 사람들에게 사랑한다는 표현을 해보자. 내 자식들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거나, 어깨를 한번 안아주고, 마누라 어깨도 한번 주물러주거나 히프도 몇번 툭툭 쳐주자. 사랑이란 내가 꽃으로 피어날수있고, 때론 상대를 위해 마음으로 울어 줄수 있는 것이다. 여러분께 가슴을 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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