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있다면, 어디 두천쯤에나 가서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의
버려진 너와집이나 얻어 들겠네, 거기서
한 마장 다시 화전에 그슬린 말재를 넘어
눈 아래 골짜기에 들었다가 길을 잃겠네
저 비탈바다 온통 단풍 불 붙을때
너와집 썩은 나무껍질에도 배어든 연기가 매워서
집이 없는 사람 거기서도 눈물 잣겠네
쪽문을 열면 더욱 쓸쓸해진 개옻 그늘과
문득 죽음과, 들풀처럼 버팅길 남은 가을과
길이 있다면, 시간 비껴
길 찾아가는 사람들 아무도 기억 못하는 두천
그런 산길에 접어들어
함께 불 붙는 몸으로 저 골짜기 가득
구름 연기 첩첩 채워넣고서
사무친 세간의 슬품, 저버리지 못한
세월마저 허물어버린 뒤
주저앉을 듯 겨우겨우 서 있는 저기 너와집,
토방 밖에는 황토흙빛 강아지 한 마리 키우겠네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아주 잊었던 연모 머리 위의 별처럼 띄워놓고
그 물색으로 마음은 비포장도로처럼 덜컹거리겠네
강원남도 울진군 북면
매봉산 넘어 원당 지나서 두천
따라오는 등뒤의 오솔길도 아주 지우겠네
마침내 돌아서지 않겠네
-김명인시 '너와집 한 채'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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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더하면서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느끼게 되는 소감은 무엇일까? 이마나 눈가의 주름, 머리를 잠식해오는 흰서리, 와이프의 잔소리에 웃으며 한귀로 흘릴수있는 여유, 주위에 누가 있어도 시원하게 발사하고 생리현상인데 하고 배시시 웃을수있는 두꺼움,,,
-실질적으로 내가 느끼는 감정은 '다시 무엇을 시작하기엔 이미 늦지않았나?' 하는 자괴감 이다. 살다보면 하루하루 유사한 일상중에서 문득 '떠나고 싶다'라는 감정,, 생활의 매마름이 새로운 자극과 미지의 새로움에 갈증을 느끼는듯,, 솔로이고 내 식솔들이 단촐할땐 훌쩍 떠나보기도 했건만, 나이를 더하고 경제적으로 자리가 잡히니 할일이 더 많아져 떠나기가 쉽지가 않다.
-언젠가는 내자신이 너무 싫어서, 현재의 모든것을 버리고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한적이 있다. 내 삶이 팍팍하고 건조하며, 나는 뭔가 하는 생각,, 어리석지만 이런 상념에 사로 잡힐때가 있다. 정말 첩첩산중 아무도 날 모르는 곳으로 가서 "부뚜막에 쭈그리고 앉아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되여" 세상을 살고픈 뜬금없는 생각,,
-예수 그리스도는 32세의 나이에 "다 이루었다! "라고 했는데 인간의 아들인 나는 몇세에나 다 이룰수는 있을까?,, 나이를 먹을수록 선택할수있는 '범위'가 줄어들고 그 선택에 대해 되 돌릴수있는 힘도 적어진다. 바라옵건데 나이를 더할수록 내가 더 낮아져 가슴으로 안을수있는 따스함이 충만해지기를, 인생의 경륜이 더해져 나이가 추함이 아니라 지혜로 충만해 지기를,, 사랑도 나이를 더한만큼 튼튼해지고 흔들리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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