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이 어찌 도를 살찌게 하겠느냐
만 냥 빚을 얻어 과일과 말총 장사로
수천 빈민을 구제했던 허생은
오십만 냥을 바다에 던져 버리고
다시 초가집 선비로 돌아왔다
아이들은 혀를 찬다 아까와라
허생의 꿈은 돈이 아니었다
너희는 어떠냐
아이들은 망설임 없이 외친다
돈!
혹시 도는 없느냐
한두 아이의 얼굴이 조금 붉어진다
주책스런 질문을 했구나
감히 무엇을 돈에 비길 것인가
선비가 말총 장사를 시작하면서부터
도는 이미 찌그러진 갓이 되었다
도는 돈을 살찌우지 못하므로
부모님도 선생님도 나라님도 도를 권하지 않는다
가정도 학교도 국가도 시장이 된 세상
맹렬히 돈을 꿈꾸는 것이 가장 옳은 도다
아이들의 돈의 도를 위하여
밑줄 긋고 별표 치며 허생전을 읽는다
허생은 찌그러진 갓을 쓰고
휘적휘적 모르는 곳으로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쫒는 한두 아이
외롭고 맑은 눈이 보였다.
-조향미 시 '허생전을 읽는 시간'모두
* 3년 가까운, 코로나의 악령에서 벗어나기가 힘이 드는 게 지금의 서민 경제인 것 같다. 집을 살 때도 대출, 직장에서 퇴직하여 무언가 꿈을 이루기 위해 시작을 할 때도 대출, 심지어는 학업마저도 ’ 국가 장학금‘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대출,, 졸업과 동시에 대출금을 빚으로 떠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음도 있다.
문제는, 경제가 순탄하고 원활하게 이어지면 좋은데 악재가 겹치니,, ’ 사람이 돈에 치인다 ‘ 작년부터 많은 개인사업자들이 폐업을 시작하더니 이제는, 중소기업, 이제는 대기업도 서로가 어렵다고 난리, 회사의 규모를 줄인다고 감원, 신입사원 공채도 없애거나 인원을 삭감하고 있다. 그럭저럭 삶의 기반이 있는 사람들은 버티고 있으나, 퇴직한 노인들이나 빚만 쌓인 체 문을 닫은 개인사업자, 대학을 졸업하고도 수없이 이력서를 돌리는 젊은이들이 너무나 많다.
허생은 “ 재물이 어찌 도를 살찌게 하겠느냐 “ 외치며 수천 빈민을 구제했던 허생은 그 당시 남은 돈, 오십만 냥을 바다에 던져 버리고 다시 초가집 선비로 돌아갔다.‘ 하던데 , 그 당시 아이들처럼 우리는 “아까워라 ‘ 혀를 차겠지,, ’ 가난구재는 나라도 못한다?‘라는 말. 아프게 주위를 돌아보며 느끼는 요즘이다.
진정, 삶의, ‘생활의 도‘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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