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형님 댁으로 거처를 옮긴 어머니는
석달 만에 고향집에 들어서자마자 통곡을 하셨다
안방에 들어가더니
찬 방바닥을 만지며
꺼이 꺼이 우셨다
가만히 문을 닫아드렸다
모두들 일부러 다른 곳을 보며
한동안 안마당에 서 있었다
방에 들어가려 하자
손사래를 치며
더 우시게 내버려두라고 했다
아직 일이 다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굶주렸던 집이
어머니의 울음소리를 달게 범하고 있었다
조금씩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어머니가 발그레한 얼굴로
안방에서 나오셨다.
- 고영민 시 '통정' 모두
* 세상을 살다보니,, 이런 일, 저런 일이 수도 없이, 때도 없이 발생한다. 그중에서 가장 가슴이 아프고 마음에 오래 남는것이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는 것인데,, 그것이 가장 가까운 가족일 경우에야 무어라 말을 할까?!... 상대방에 대한 삶의 비중이나 애정의 척도는 결국에는 그사람이 내곁을 떠난 '빈자리'를 통해 확연히 느끼게 된다. 상대방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얼마나 미워했는지,,, 결국에는 그 관심도, 미움도 상대에 대한 애정과 관심의 표현 이었음을,, 보이지 않으니 알게 된다는 뼈저림. 주위에 '고칠 수 없는 병'으로 매일같이 눈물짓고 사는 벗들이 몇명이 있다. 항상... 생각이 날 때마다 두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원 하지만,, '사람의 명(命)은 하늘에 달린 것' 이란 깨닳음이 가깝게 온다. 사람의 마지막 날이 부끄럽거나, 가족들에게 누가 되거나 스스로에게도 짐이 되지 않아야 하는데,, 삶이라는게 체면을 차릴만큼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는 일이 드믈다. 하루하루 몸으로, 마음으로 부딛끼며 살아내야 한다.
짧은 시간, 예상치 못한 시간과 간격으로 큰 매형과 큰 누이가 몸을 달리 하셨다. 해가 바뀌었어도 몸이 쇠약하신 어머니에겐 아직도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 작은 누이나 동생과 상의 하여 '충격'을 염려하여 말하지 못하였지만,, 언제까지 비밀로 하여야 할까?!... 한단계 걸쳐 다가온 '죽음'을 받아 들임에도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데,, 자신에게 닥치는 죽음의 그늘을 '순명'으로 받아 들이기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오늘에 충실하며 후회를 남기지 않을 일이다. 연륜을 더 할수록 '시간의 여유'란 존재하지 않으니,, 지금, 이 자리에서 모든 것을 찾아야 하리라. 오늘에 이루지 못하면 내일을 장담 할 수 없는 시절이다. 아버님의 병환으로 그 고통을 매일같이 지켜보며 마음의 준비를 하며, 눈물을 떨구는 친구도, 시시각각 진행되는 병세로 특별한 약도 치료도 할수 없이 병이 깊어짐을 아프게 바라 보아야 하는 벗도,, 내 주변에 있는 가까운 사람들, 아프지만,, 마음을 다 잡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며 두손을 간절히 모은다. 나와 인연의 끈으로 연결된 많고, 많은 소중한 인연들,, 사랑한다, 조금 더 사랑 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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