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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뜨거운 커피를 내려 놓고,,

                                                                                                                              




원두를 넣고 물을 부어
커피를 내린다
기다려 커피 한 잔을 받아와 창가에 앉았다
꽃나무들이 물을 부어
꽃을 내린다
한 철 허공에 필터를 받쳐놓고
꽃차를 우려낸다
몇 차례 뜨거운 비가 꽃가지 사이를 왔다 갔나
올봄 당신은 저 나무에게서
몇 잔의 뜨겁고 진한 꽃차를 얻어 마셨나
어제는 먼지 이는 꽃나무 밑으로
외국인 노동자 몇명이 흰이를 드러내고 웃으며 지나갔다
걸으면서 자꾸 자꾸 자꾸
입맞춤을 하던
달콤한 연인이 지나갔다
유치원생들이 줄지어 지나갔다
전동휠체어를 탄 뇌성마비 여자가
얼굴을 묘하게 일그러뜨리며
미끄러지듯 지나갔다
중년의 여자가 큰 개를 끌며,
끌려가며 지나갔다.


- 고 영민 시 '원두' 모두





 

*생각이 모아지지 않아, 도망치듯 4박 5일의 일정으로 길을 떠났었다. 일을 마치고 19;55분 제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오후 10시 반이 넘어서 숙소로 예약한 제주시내버스 터미널의 '유정'에 짐을 풀었다. 미진한 저녁을 간단한 빵으로 보충하고 피곤한 몸을 뜨거운 샤워로 달랜다. 아침일찍 조식이 되는 식당에서 든든히 아침을 먹고, 성판악쪽으로 오르기로 했던 일정을 급 조정 하여 영실 코스로 올랐다. 이유는 간단했다. 영실코스가 오르는 인원이 많았던 까닭이다. 풀리지않은 몸을 조절하며 어느덧 정상에 올랐다. 3시간 30 여 분.... 마음이 조급함에 몸도 따랐던 것일까?!... 서서히 걷히는 눈앞의 안개처럼, 사는 일들이 사람들의 마음의 안개가 걷혀서 뚜렷히, 밝고 환하게 보며 살고 싶다는 어린애 같은 생각을 해보다, "픽~" 하고 웃고 말았다. 내려오는 길은 그야말로 '간세다리'로 게으름을 한참 피우면서 싸갔던 군것질 거리를 모두 비우고 가볍게 내려왔다.

 

유정에서 2박을 했다. 전년 2월 봄에  눈과 비로, 도보 중에 접었던 19코스의 북촌포구로 이동을 했다. 20코스를 내쳐 걸었는데 항상, 식당이 문제다. 간단하게 준비했던 간식으로 틈틈히 쉬면서 속을 채우고 중식은 간단히 요기 만 했다. 월정 해수욕장 부근부터 여기저기에 게스트 하우스가 들어서는지 공사하는 곳이 많았다. 이동네 사람들은 전형적인 제주남자가 많은 듯, 인사를 해도 퉁명스럽게 받고 감정이 묻어나지 않는다. 올레길이 열린지 얼마되지 않아서 일까?!... 올레길을 걸으면서,  내가 '이방인'이란 느낌이,, 이질감이 강하게 느껴지기는 처음이다, 다소 내가 피곤한가? 하고 스스로에게 물었다. 행원포구에 도착하니 다리에 '데드라인'이 딱 왔다. 쥐가 오는듯한 다리를 버스 정류장으로 나와 한참 주무르다 , 숙소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터미널 근처의 식당을 두리번 거리다가 '간장게장'에 필이 꽂혀 식당에 들어섰다. 제주도민들이 '흰둥이'라고 애칭하는 '한라산' 소주도 곁들여 밥을 두공기(?)나 과식을 했다. 피곤하니 술도 받지 않아 석잔을 마시고 잔을 접었다.

 

행원포구에서 다시 걷기 시작하여 20코스를 마치고 백련사에서 21코스를 내쳐 걸었다. 21코스는 11킬로가 안되는 짧은 구간 이었지만,, 오밀조밀하고 아름다운 코스 였다. 하루 코스로 1코스와 이어서 걷는다면 적절 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평일에 나선 올레길 이어서 였을까? 얼마전에 개장한 올레라 곳곳에 화장실이 잘 갖춰져 있었는데 가는곳 마다 문이 잠겨 있어서 유감 이었다. 걷고 또 걸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정리 하려고, 한적한 곳을 찾아서 왔는데,, 그저 무념무상... 생각을 텅 비우고 그저, 묵묵히 걸었던 듯 싶다. 부서지는 다소 거세 파도도, 몸에 다소 강하게 부딪치는 바람도,, 아무런 '장애'를 느끼지 못했으니,,,, 곳곳에 피어난 꽃들과 한적하게 날아 오르는 갈매기... 바람이 거센 코스라 복장을 단단히 하고, 선크림도 단단히 발랐는데, 따스한 햇빛과 시원한 바람이 적절히 어울려서 나름댈 상쾌함을 느끼며 걸었던것 같다. 전직 대통령이 들러서 점심을 먹고 가서 유명 해 졌다는 '석다원'이란 곳에서 유명한 칼국수도 맛보고, 주인여자가 자랑하는 막걸리도 맛보고 싶었으나 유혹을 뿌리치고 지미봉을 오르고 종달바당에 이르러 21코스를 모두 마쳤다. 한치를 말리는 해녀 할머니 휴계소에서 먹고 싶었던 제주막걸리를 한병 따서 할머니 김치를 안주 삼아 두어잔을 비웠다. 긴장이 풀리니 다리도 아프고, 취기가 올라왔다. 사이길을 통해 종달초등학교를 지나 정류장에 도착하니 몸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일주버스에 올라 뒷자석에 깊게 앉아, 피곤함에 버스의 흔들림에 따라 몸을 흔들리며 숙소로 향했다.

 

전날에 숙면을 한 탓일까?!... 몸이 많이 가벼워 졌다. 제주 특산품이라는 옥돔을 이번 도보 여행중에 두어번 다시 맛볼 기회가 주어졌는데, 구이는 괜찮듯 싶었는데 조림은 비린내가 나는 듯하여 다 먹지를 못했다. 아직도 비위가 약하다. 그래도 일정을 생각하여 밥을 한그릇 다 비우고 오늘은 그야말로 '간세다리(게으른 걸음)'로 쉬며, 놀며 걸어 보자고 다짐해 본다. '비자림'에 도착하니 더덕 향기가 참 좋다. 수백년된 비자나무가 천여그루,, 비자나무 외에도 수백년 묵은 여러나무들이 어우러져 산림욕 하기에는 참 좋다. 욕심을 부려 짧은코스로 한바퀴 더 돌고 나오니, 이제는 숙소로 향하는 것이 문제다. 매표소에서는 1시간 마다 버스가 있다고 하는데,, 밭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의 말에 의하면 '대중'이 없다고 하니,, 이왕 걷기로 한것 올때 보았던 길에 대한 기억과 지도를 보고 길을 찾아 나아 가는데,, 산등성이를 깍아 길을 낸 곳이라서 비슷한 모습의 길이 한정이 없이 이어진다. 오래전에 들러보았던 '미로랜드'에 다시 들렀다가 '한동'을 물어, 물어 찾아서 고개를 넘고 넘었다. 3시간을 넘게 걸어 숙소를 찾아 들어왔다. 오면서 그리도 식당을 찾았는데 식당이 없다. 미로랜드에서 맛없는 비싸기만 한 비빔밥이라도 먹고 나섰어야 했는데.... 거의 '데드라인'이 온 다리를 질질 끌고 숙소에 돌아와 라면으로 허기를 채웠다.

 

돌아가는 비행기는 09:55 인데,,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베낭을 꼼꼼히 싸고 레인커버도 쒸우고, 하드셀 자켓에 모자도 둘러쓰고 빗속에 버스에 올랐다. 흔들리는 버스속에 들려오는 제주 사투리가 이제는 정겨운데,, 제주를 떠나야 한다. 제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비가 더욱 굵어졌다. 어쩔수없이 긴 우산을 하나 구입하고 제주공항에 택시로 도착하니,, 어느덧 09시를 넘겼다. 바람으로 연착하여 다소 늦게 출발 하였으나,, 김포에 도착하니 12시가 안된 시간,, 중간에 쌍용 아파트에 도착하여, 간만에 미용실이 아닌 이발소에서 머리도 깍고, 일주일 만에 면도를 한다. 말쑥해진 내모습을 보고 한번 환하게 웃어주고,, 집에 도착했다.

 

 

* 열심히 살자. 비록, 아푼 몸이지만,, 약을 잘 챙기고 잘 달래고 추스려가며 사랑하며 인생을 잘 마무리 하고 싶다. 결국에는 모든 일이 내탓이다.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남 탓하지 말고,, 온전히 100% 내 것 으로 받아 안는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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