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공부지요’
라고 말하고 나면
참 좋습니다.
어머님 떠나시는 일
남아 배웅하는 일
‘우리 어매 마지막 큰 공부 하고 계십니다’
말하고 나면 나는
앉은뱅이책상 앞에 무릎 꿇은 착한 소년입니다.
어디선가 크고 두터운 손이 와서
애쓴다고 머리 쓰다듬어주실 것 같습니다.
눈만 내리깐 채
숫기 없는 나는
아무 말 못하겠지요만
속으로는 고맙고도 서러워
눈물 핑 돌겠지요만,
날이 저무는 일
비 오시는 일
바람 부는 일
갈잎 지고 새움 돋듯
누군가 가고 또 누군가 오는 일
때때로 그 곁에 골똘히 지켜섰기도 하는 일
‘다 공부지요’ 말하고 나면 좀 견딜 만해집니다.
- 김사인 시 ‘공부’모두
*시집, 『어린 당나귀 곁에서』 중에서
* ‘공부’란 시를 옮겨 적으면서, 나는 무엇을 공부하고 삶에 적응하며 살아왔나? 스스로에게 다시 되물어 보는 사간이 되었다. 시인은 “ 공부란 단어에 어쩌면 생명의 모든 답이 있지 않을까” 라고 적어 놓았는데,, 살다보니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하는,, 코로나 시국에 마스크를 쓰고 살아가다 보니 말을 잊으며 살아간다. “ 말을 안해 버릇하면 성대가 말라서 말을 더듬을 수 있다” 하던데,, 그래서 그러한지 ‘단어’도 잘 떠오르지 않고, 말을 천천히 하는 버릇이 생겼다.
투석을 2년이 넘게 하면서 한 병원의 투석환자들 끼리도 말 섞을 일이 별로 없다. 모두 힘든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들의 모습에서 내 모습을 다시보며 의식적이라도 친절해야 한다고, 웃어야 한다고 다짐 해 본다. 삶이란, 어떻게든 의미를 지니고 계속되야 한다고 믿는다.
기운을 내자, 힘 차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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