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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금이 간 그릇.

각기 , 저마다’에 ‘수명’이 있다.




이성복 시인의 시 「소멸에 대하여」 에는
늙은 수건이 나온다.
그의 아버지보다 오래 산 수건 이야기를 읽고
집에 수건이 너무 많다는 걸 알았다.

저 먼 안데스의 나라에는
올이 빠진 수건 같은 날개로 하늘을 나는 독수리도 있고
옛 중국에서는 붉은 수건을 두르고 세상을 뒤엎고자 한 무리도 있었다.
수건을 조심해야 한다.

아내는 화장실에 늘 두 개의 수건을 걸어놓는다.
나의 얼굴이나 손이 훨씬 지저분하기 때문일 거다.

대개 새 것이거나 깨끗한 것은 무게가 없다.
그렇다고 자동차 휠이나 흘린 소변을 닦아본 수건에 대하여
내가 뭘 안다는 건 아니다.
그러나 목욕탕에 가면 사타구니와 발을 닦던 수건으로
사람들은 제 얼굴을 닦는다는 걸
수건은 다 알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는 다시 걸레라는 후생이 있고 보면
수건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 이 상국 시 ‘수건에 대하여’모두
- 『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창비, 2021)

더워도 속이 ‘꽉 차는’ 국밥 한그릇.




- 사람은 저마다의 ‘쓰임’이 있다. 하지만 사람의 삶이 어디 그리 쉽게 풀릴리 있겠는가? 중년을 넘어서 장년의 나이에 접어 들어서 구차 하게도 ‘배고픈 심정’을 다시 느끼며 ‘한끼, 한끼’의 밥의 고마움을 다시 느껴본다. 화. 목. 토, 하루건너 새벽투석을 하면서 처음에는 몸의 피곤함과 통증으로 인해 잘 느끼지 못하는 공복의 허기가 ,, 투석에 몸이 적응이 되고 2년이란 세월이 흐르자 체력이 더 떨어지고 ‘건 체중’을 맞추기가 참,, 힘이 든다.

처음에는 투석후 바로 일을 하러 나가기도 했는데,, 이제는 한, 두시간 쉬지 않으면 어지럽고 ‘진’이 빠져서 지하철에서 앉아 있어도 식은 땀에 등판이 다 젖는다. 화요일 투석 후, 배는 쓰리도록 고픈데 옆지기는 출근하여 차려 먹기가 힘들어 병웜에서 10분 이내의 탕집을 두어군데 단골로 다닌다. 평소에 하루에 두끼,, 그것도 반 공기 정도, 월요일에는 1~2시 쯤에 한끼만,, 때론 입맛에 당기는 음식을 보면 ‘악귀’가 따로 없이 집착한다. 하지만 3kg 이상이 늘면 몸이 너무나 힘들다.

잠시,, 코로나19가 주츰 하는 듯 보이고 매장이나 여러 지표가 플리는 듯 하여 마음이 조급 해 졌다. 내 체력을 어느 정도는 돌려놔야 하는데,, 보은의 유명한 한의사가 진맥을 잡더니 “왜 이리 몸을 돌보지 못했냐!?” 하던 질책이 문득 떠 오른다. “금이간 그릇도 조심히 잘 쓰면 오래간다” 하시던 노인 한의사….

오늘 허기진 배를 사탕 하나로 달래고 들어 선 국밥집에 10 시도 안되었는데 내가 두번째다. 푸근한 인상의 국밥집 사장님은 눈인사로 푸짐하게 썰어넣은 소머리국밥을 내어준다. 오늘 하루도 밥값은 하고 살자!


병원에 5분거리, 단골 국밥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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