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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빈 자리...

남은 의자, 비어있는 자리..




더블어 살면서도
아닌것 같이,
외따로 살면서도
더블음 같이,
그렇게 사는 것이 가능할까?....
간격을 지키면서
외롭지 않게,
외롭지 않으면서
방해받지 않고,
그렇게 사는 것이 아름답지 않은가?....

두개의 대나무가 묶이어 있다
서로간에 기댐이 없기에
이음과 이음 사이엔
투명한 빈자리가 생기지,
그 빈자리에서만
불멸의 금빛 음악이 태어난다
그 음악이 없다면
결혼이란 악천후,
영원한 원생 동물들처럼
서로 돌기를 뻗쳐
자기의 근심으로
서로 목을 조르는 것

더블어 살면서도
아닌 것 같이
우리 사이엔 투명한 빈자리가 놓이고
풍금의 내부처럼 그 사이로는
바람이 흐르고
별들이 나부껴,
그대여, 저 신비로운 대나무 피리의
전설을 들은 적이 있는가?....
외따로 살면서도
더블음 같이
죽순처럼 광명한 아이는 자라고
악보를 모르는 오선지 위로는
자비처럼 서러운 음악이 흘러라.....


-김승희 시 '萬波息笛'모두




* 거세게 부는 바람에도 자잔히 훗 뿌리더니,,, 갑자기 더하여 퍼붓듯이 내려 긋는 비는,,우산으로도 막지 못하고 온몸을 고루 적신다. 건물의 한 귀퉁이 처마밑에 비를 긋다가 비에젖은 내 얼굴이 낯설게 느껴진다. 유리창에 비친 피곤한 얼굴,,, '무언가'로 인해 경직된 얼굴,, 보다, 절실한 생의 주인이 됨으로 인해 무거운 어깨. 그 어떤 강한 절제를 요구 할 때,, 사실 누구보다도 자유롭고 따스한 인간이 될수 있어야 하는데,,, 내를 이루듯 모여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보다가 눈에 보이는 다방에 들어가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신다.

따스하고 달게 탄 다방커피,,,, 나이먹은 언니들이 타주는 다방커피에는 아릿하고 몽롱한 느낌과,,, 이처럼 비오는 날에 맡아지는 지하실 곰팡이의 눅눅함, 습기찬 향기,,, 거기에 더하여 무심하게 틀어놓은 TV의 소리와 유행지난 유행가 가사의 음악,,,, 아직도 이런곳이 서울에도 남아 있다니, 옆에 와서 커피를 타주며 "한잔 마셔도 될까요?" 하는 옛스런 영업 스타일까지,,, ㅍㅎㅎ,,,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드는데,,, 옆에서 커피를 타주는 언니의 눈가에 주름이 짙다.


시간이 정지한 듯,,, 나른하게 젖어오는 피곤함에 커피를 한잔 더 청하여 곱배기로 마시고,,, 쓰잘데 없는 사람들의 농담을 귓가에 날리며 축축한 거리를 걸어간다. 비에 젓은 얼굴,, 땀에 젖은 얼굴,,, 갑자기 미칠듯이 열정적인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건반의 울림이 그립고,,,
멜라니의 음색이 그립고,,, 한잔의 술이 생각나고,,, 이런 날에는 한잔 마셔 주어야 하는데!?!,,,,누군가 한소리 하겠군, ㅉㅉㅉ,,, 하고.




# 오래전에 한 카페에 남긴 글인데 이곳에 옮겨 놓자 관리자에 의해 글이 삭제 되었다. 누드 작품사진이 눈에 거슬렸던 모양인데,, 엠파스나 다음에서 다 썼던 사진인데 티스토리가 카카오로 넘어가며 심의기준(?)이 ‘꼰대’가 된 모양이다. 그림만 바꿔서 다시 남긴다. 글의 내용이 저속(?!)한가,,, 남이 내 글과 남긴 사진에 태클을 거니,, 기분이 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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