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춥고 눈이 쌓이는 날엔
신부야 가난한 우리가 더 깊은 산골로 가서
산골로 가서 눈에 묻혀
한 스무 살 쯤으로 살면 좋겠다
지하수 펌푸가 얼어서
내가 장작을 패고 있는 사이
계곡물을 길러 가는 신부야
네 귀가 추위에 빨갛게 얼었구나
나는 패던 장작을 내려놓고
털 부숭한 산토끼나 한 마리 잡아서 그놈의 가죽으로
신부 귀를 감쌀 귀덮개를 만들어 주어야겠다고
가만가만 토끼 발자국을 찾아 나서겠지
토끼 발자국 따라가면
눈 속에 먹을 것을 찾아
아, 거기 눈처럼 하얀 토끼가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애처로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것인데
그 놈의 귀가 내 사랑하는 신부의 귀처럼 빨갛구나
나는 토끼와 토끼의 신부와 그 어린자식들이 안쓰러이 떠올라서
마른 풀이라도 뜯어 먹으렴 하면서
언덕에 쌓인 눈을 파헤쳐 주곤 모른 척
돌아서 내려오겠지
자꾸만 내 신부의 빨간 두 귓볼이 생각나서
나는 내 겨드랑이 아래 두 손을 묻고
아직은 더운 체온으로 내 손을 데워서
가만 물 긷고 있는 신부의 두 귀를 감싸 주겠지
그러면 내 손을 타고 내 심장 뛰는 소리가
먼 우레 소리처럼 건너갈까
네 달아오르기 시작하는 피의 온도가
내 손을 타고 건너오겠지
소주병이 비어갈수록
눈은 스무 살 적 그 빛깔로 내리고
내려 쌓이고 오늘은
군불을 조금만 넣어도 밤이 더울 것만 같고.
- 복효근 시 ' 눈, 스무 살로 내리다' 모두
* 곧, 사월인데 제주도나 강원도에 가면 행운처럼 아직도 눈을 볼 수 있다. 새벽같이 길을 나서고, 나도 모르게 지쳐서 집에 돌아가면서 "사는게 뭔가?!" 하고 바보같이 스스로 에게 묻는다. 한때는 '사랑'만 있으면 살 수 있을것 같았는데,, 산다는 게 좀 더 많은 것을, 좀 더, 더, 더 를 요구 하는 것을 그때는 몰랐었나!?... 스스로를 돌아 보며 묻는다. 돈에 쫒기고, 사람에 쫒기고, 시간에 쫒기며... 사랑한믄 이의,, 서로의 심장 뛰는 소리를 들어 본지도 오래. 하나, 둘씩 내 가진 것을 나누어 주고 가벼운 빈몸으로 남으면 내 영혼도 젊은 날의 그때처럼 자유롭고 순결 해 질수 있을까!?!...계절이 바뀌고 풍경이 변하여도 내가 좋아하는,,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때로, 눈으로 내린다면,, 나는 조금 더 그대를 사랑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나는 이런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점막하종양?! (0) | 2012.06.15 |
---|---|
그대가 떠나간 날, 꽃비가 내립니다. (0) | 2012.04.21 |
맑은하늘. (0) | 2012.03.13 |
그대를 사랑합니다. (0) | 2012.03.08 |
'산다'고 하는 것. (0) | 2012.0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