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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때로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들.







나폴리에서 폼페이로 가는 기차에서 나는 영원에 도달 했다
달리는 스크린의 끝에서 끝으로 천년의 바다가 대기를 밀어 올리고
미완성의 연애처럼 아련하게 퍼지는 막막함,
형태없는 아름다움이 하늘까지 피어올라,
목적지를 향해 돌진하는 20세기의 바퀴 소리를 잠재웠다
흐린 분홍의 수증기가 슬며시 토해낸 추억의 소란함이여


내가 읽은 만권의 책을 불살라도,
단단한 강철의 창틀을 밀어내며
내 눈을 적시는 부드러움을 만들지 못하리라
나와 바깥이 구분되지 않았던 찰나였지만,
우주가 내게 팔을 벌렸다
바람과 빛과 물이 포개지며,
生과 死가 맞닿고,
순간이 영원이었다
내가 지중해이며 내가 노을이였다


번호표가 붙은 좌석의 안락을 거부하고
창가에 서서 술렁이던 그리움이여,
추억에 갇힌 그를 황혼의 바다에 풀어주며
나는 돌아섰다
허렁허랑
빈손으로 품페이를 찾아가는 이몸도,
달리는 폐허인 것을.....




  -최영미 시 '지중해의 노을'모두





         
         - 봄, 산의 나무는 소월의 詩를 닮았다. 누군가를 애타게 부르면,, 대답할 것 같은 적막함,  불귀, 불귀, 다시 또 불귀....




근래에 친구들의 좋지 않은 소식이 하나, 둘씩 전해져 온다. 대부분이 대기업의 부장급 간부이거나 나름대로 '성공한' 삶의 모습을 보여왔던 친구들이기에, 물론 대분이 대학의 동기들이기에 친구들이라 말하기에는 그러하지만,,, 동문회를 통하여 나름대로 '명성(?)'을 떨치던 친구들의 얹잖은 소식은 화사한 봄날의 봄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없는 우울모드로 다가와 요 며칠 BAR에 들러 술잔을 기울였다. 몇가지 되지않는 소식에 의해서도,, 미루어 충분히 짐작할 내용으로,, '이심전심(以心傳心)의 마음'으로 같은 또래의 아픈 마음을 헤아려 본다. 남자들은,, 여자도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평생을 바쳐온 직장에서 퇴직하거나 사업에 실패하여 손을 놓게 되면, 말할 수 없는 상실감이 자신을 휩쓴다. 사회에서 밀려난 퇴물이라는 느낌.... 그간에 집에서 사회에서 나름대로 애정을 쌓고 친구를 사귀어 마음 둘 곳을 배려해 놓은 사람이 아닌, 그야말로 일만을, 회사만을, 사업만에 '올인' 한 사람이라면,,, 그 상실감은 겪어 본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다.


나름대로 간판있는 대학을 나오고, 사회에서 나름대로의 체면치례를 해 오며 살아온 사람들이, 그 이후의 퇴직을 준비하지 않으면 비참할 수 밖에 없는 세월을 우리는 살고있다. 예전에는 퇴직하거나 사업에 실패해도,, 무엇이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자신을 낮춰서라도 재기할 수 있는 기반이 사회에 놓여 있었는데,, 이제는 그 기반도, 사회적 안전망도 찾기에 어려운 시대를 우리는 살고있다.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가족'의 울타리라도 단단하다면 나름대로 미약하나마 기회를 잡을 수 있는데,, 이마저도 외면 당하고 '홀로' 남겨진 듯한 처지에 놓이면 그 사람은 갈 곳이 없다. '사람이 사람을 피하고, 사람이 사람에게 구차해 질 때' 가 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주위에서 전해지는 동문 친구들의 안좋은 소식이나 현실에서 보고, 느끼게 되는 일상에서,,, 산다는 것의 '냉정한 현실'을 다시금 실감한다.


누구나, 돌아보면 어려운 시절을 살아왔고 어려운 시대를 살고있다. 태어나서 죽음을 향해 달려가지만,, 그 삶을 갖가지의 색으로, 어떠한 충실감으로 채울지는,,, 각 개인의 능력과 판단이 좌우한다. 살아오면서 그렇게 '선몀'한  정답이 언제 우리에게 주어 졌던가?!?... 장담 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있는 사람으로서 내 지금의 할 일은 끊임없이 자신을 단련해야 하고 공부해야 하며,, 그것이 후에 쓰이지 않아 시간낭비인 것처럼 느껴질지라도 그 '순간'은 유용한 것이니,, 무엇이든,, 지금의 처지에서 할수있는 것이 있다면 "하라" 고 나자신에게 주위에게 말하곤 한다. 우리는 알고 있다. 내 인생은 누구도 대신 할 수가 없고, 그 결과에 대해서도 '나 자신' 만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인생에, 삶에 정답은 없다." 라는 말을 실감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있다. " 1%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도전하고, 또.... 도전하며 살아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