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여자가
포장마차에서 잔치국수를 먹고 있다
누가 신다 버린 낡은 운동화를 신고
주저앉을 듯 선 채로
때묻은 보따리는 바닥에 내려놓고
포장 사이로 그믐달은 이미 기울었는데
한잔 건네는 소주도 없이
잔치는 사라지고 국수만 먹고 있다
파를 다듬고 생선살을 발라내어
치자빛 전을 부치던 그 봄날의
잔치는 어디가고 빈 그릇만 남았는가
첫날밤을 울리던 새벽 장닭 소리는
더이상 들리지 않고
돼지우리를 밝히던 고향의 푸른 별빛은
더이상 보이지 않고
여자는 남은 국물마저 훌훌 다 들이켜고
다시 길을 걷는다
옆구리에 보따리를 꼭 끼고 느릿느릿
발자국도 안 남기고
길없는 길을
-정호승시 '잔치국수'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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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이하여 1월에 우리집에 두가지 낭보가 전해 졌는데, 모두 내자와 관계된 일이라 내 입장에서는 마냥 좋아할수 없는 일도 있지만, 2006년 새해부터 뭔가 좋은 일이 시작되고 있으니 뒷힘을 기다려 볼일이다. 두가지 일중에 하나는 내자도 이제는 연수(?)가 좀 되여 부장선생이 되었다는 승진 소식이고, 다른 하나도 부장급 선생들에게 차례(?)가 오는 금강산 관광에 순차가 되여 이달 19. 20. 21. 삼일간 나라의 보조를 받아 북한을 여행하게 됐다.
-한 사람이 좋은 일이 생기면 그 뒷감당을 한 사람이 해야 하는데, 이제는 그일을 내가 해야할 순서가 된듯,, 이제는 내가 시간을 조절할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듯, 여파도 빨리 닥쳐 2.3일 청평으로 부장 연수를 떠났다. 아이들 둘의 뒷바라지는 고스란히 내 몫,, 일이 바빠 쉬지도 못하고 종무식후 계속 일터에 나왔는데 에이구 내 팔자야!!! 누구는 마누라 없으면 기회라고 늦게까지 술도 거나하고, 느긋하게 푼다는데 새끼가 뭔지,, 차에 올라 집근처에 내려 저녘을 먹으며 술한잔 먹으려 하니 오늘따라 1200번이 먼저와 7단지에서 내리니 신규 상가라 대형음식점만 찬란하다. 만만하게 보이는 꼬치구이집으로 들어가려 하니 사람도 하나없이 쓸쓸,, 에라 집으로 횡하니 왔다.
-집에 도착하니 아이들은 모두 학원에 가고, 한놈은 8시가 넘어서 큰놈은 10시나 되어서 온다고 한다. 생협에서 배달온 야채와 생필품을 간단히 정리하고, 밥을 차려서 반주를 한잔하니 차라리 속 편하다. 어제 신문에서 글을 보고 화면상에, 자립지수와 관계지수에 대해 글을 올리고 남자들이여 변해야 산다 외쳤더니 바로 내 상황이다! 하지만 내 자립지수는 높은 편,, 홀로 되어도 먹고 입고 자는, 생활면에서는 '끄덕 마이싱'이다! 생활쓰레기도 버리는 날이라 큰박스에 재활용품과 분리수거를 하나 가득담아 적치장에 나가보니 아버님 또래의 연로하신 어르신이 추운데 고생 하신다. 이것저것 분리하여 나누어 버리고 막걸리 한통 사드렸더니 좋아 하신다.
-설것이를 마치고 이것저것 정리를 마치니 9시 30분,, 서재에 가서 컴퓨터를 켜고 일을 조금 하려니 큰딸이 들어왔다. 딸 아이 간식 챙겨 먹으라 일르며 눈이라도 마주치고, 작은 딸방에 가보니 이놈은 벌써 꿈나라다. 이도 안딱고,, 엄마가 있으면 어림도 없으련만 에라 엄마 없을 때 좀 일찍자라 하는 마음에 문을 닫고 나왔다. 내가 해 봐도 퇴근후의 가사노동이 만만치 않다. 나도 퇴근후에 이것저것 집안일을 시키면 짜증을 내는데, 내자가 퇴근후에 하는 일들을 '당연시'한 나도 문제가 많은 남편인듯,, 여자들의 '이중고'를 좀더 이해하고 도와주자. 여자들은 밥 안주냐는 소리가 제일 듣기 싫다 하는데,, 정말로 '함께 살기' 위해 남자들이 변화 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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