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 겠다
오늘도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알게 하고
남들이 내 오른뺨을 칠 때마다 왼뺨마저 치라고 하지는 못했으나
다시 또 배가 고파 허겁지겁 자장면을 사먹고 밤의 길을 걷는다
내가 걸어온 걸어온 길과 걸어가야 할 길이
너덕너덕 누더기가 되어 밤하늘에 걸려 있다
이제 막 솟기 시작한 별들이 물끄러미 나를 내려다 본다
나는 감히 푸른 별들을 바라보지 못하고
내 머리위에 똥을 누고 멀리 사라지는 새들을 바라본다
검은 들녘엔 흰 기차가 소리없이 지나간다
내 그림자마저 나를 버리고 돌아오지 않는다
어젯밤 쥐들이 갉아먹은 내 발가락이 너무 아프다
신발도 누더기가 되어야만 길이 될 수 있는가
내가 사랑한 길과 사랑해야 할 길이 아침이슬에 빛날때까지
이제 나에게 남은 건
부러진 나무젓가락과 먹다 만 단무지와 낡은 칫솔 하나뿐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 살아봐야겠다.
-정호승 시 '다시 자장면을 먹으며'모두
요즘들어 이름을 바꾸어 부르거나, 전혀 다른 이름,, 혹은 지명이나 단어등 내가 잘못 말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라고 해야 하는데 '어'라고 말하거나 '민우'라고 말해야 하는데 전혀 다른 이미지의 '동훈'이라 부르거나,,, 이런일들이 비일비재 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울적해 졌다. 방금 '향일암'이라고 들었는데도 기억이 나지 않거나 전혀 다른 이름을 떠오르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때로 시 한편을 번역 하다가도 사전이나 핸드폰사전을 찾지 않으면 나도 내 '결과물'에 안심을 할 수 없으니... 심히 우울하다. 내 걱정과 달리 마눌님은 그런 나를 발견할 때 마다 핀잔을 주면서도 '총명탕' 한접 데려주지 않으니 쓸쓸할 밖에,,, 우울한 마음에 병원의 예약도 미루어 두고 전남 여수의 향일암과 오동도, 여수에서 하루 유하고 순천으로 넘어가 순천의 낙안읍성과 선암사를 한바퀴 돌아 밤 늦게 돌아왔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학원을 운영하는 작은처남과 술도 진하게 한잔하고,, 모두들 불경기에 나름대로의 집안일로 스트레스가 많다. 그래도 학교와 학원을 유명 수학강사로 이름을 날리다, EBS 에서 강의를 하다가 학원을 차렸는데,, 제법 기반이 잡힐만 하니, 여러가지 악재가 겹치는 모양이다. 그동안 여러번 학원의 영어나 논술강사로 부탁을 하였는데,, 내 몸의 상태나 다소 체력을 요하는 일이기에 사양을 해왔다. 이제는 다른 부탁이라며 2년을 기약하며 2년후에는 자신의 학원에서 경영을 부탁하는데,, 이도 거절할 수 없어 2년후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도와주마 하고 말았다. 남을 가르치는 일이나, 학원을 운영하는 일이나 모두 중요한 일인데,, 그래도 일주일, 한달 삼개월... 이런식으로 목표를 정하며 남을 가르쳐 일전한 수준에 끌어 올리는 일은 이제는 지겹다.
여수의 한적한 바닷가에서 평일이라 손님도 없는 한적함을 맛보며,, 마눌님의 잔소리도 안듣고 회에, 매운탕에 곁들여 파도 소리를 벗삼아 잎새주를 한병 비우니,,, 안주가 좋아서인지 술은 취하지 않는데, 피곤이 쌓이는 듯 몸이 무겁다. 바닷가 부표 위에 작은 새 한마리가 내마음 같아서 멀리서 잡아 보았는데 이곳에 옮기니,,, 조금 외로워 보인다. 카메라도 이제는 무거운 것이 귀찮아지니,, '덕순'이가 서럽다 한다. 꾸준히 체력을 키우며 운동을 해야 하는데,, 요즈음 알게 모르게 시간에 쫒긴 모양이다. 여행을 떠나 산길을 오르거나 술한잔 생각이 나서 술잔을 채우다가도 '내일'이 걱정이 되니,, 뭐든지 "체력이 국력이다" ㅎㅎㅎ,,,, 내일은 미루어 두었던 병원의 검사도 마치고, 구정에 연이은 아버님 제사에,,, 여행길에 임실의 아버님 묘소인 '호국원'에는 들려서 마음이라도 다소 가벼워 졌지만,,, 그래도 깨닿건데 '내리사랑' 이라는 말은 정답인 것 같다.
많지도 않은 나이에 점점 더 '총기'를 잃어가는 내모습을 스스로 보면서,,, 그래도 하나하나 더 체크하고 점검하며 할 바를 다하는 하루하루를 살자고 조금은 초라해진 마음에 스스로 위안을 갖는다. 자, 화이팅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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