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그늘 내린 밭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 것 같다.
한 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쏳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도시에서 십 년을 가차이 살아온 나로선
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가며 몇다발이고 연이어 털어댄다.
사람도 아무 곳에나 한번만 기분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까지 털어져선 안되느니라"
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김준태시 '참깨를 털면서'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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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년을 16일 남겨두고 많은 생각이 오고 간다. 언제부터 하루하루가 이토록 빨리 흘러갔던가? 이제 나도 '삶의 시간'을 느끼며 생각하는 나이가 된듯,, 많은 일들과 많은 사건들, 돌이켜 보면 아쉬움도 남고, 잘 고비를 넘기고 견디었구나 하는 대견함도 있다. 이제 얼마후 나이를 더하고 쌓이는 나날만큼 인생의 연륜이 얼굴에 쌓이겠지,,
-여기까지 오기까지 나를 도와줬던 많은 사람들, 가족과 직장동료들, 이러저러한 인연으로 만난 거래처 사람들,, 그리고 여러모로 나에게 자극과 인내와 삶의 방향을 바르게 잡는데 도움을준 경쟁자와 비판자들,, 그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그들이 있어 오기와 도전으로 더 굳세게 설수 있었다. 나혼자는 살수없고, 더블어 더욱 살맛나는 세상을 위하여 한걸음 더 걸어나가기 위해서 아자 아자!
-제야의 종소리를 듣기전에 내가 마쳐야할 일들을 하나하나 적어 열거해 본다. "이승을 떠날때는 재물도, 자식도 심지어 몸뚱이 마저 내놓고 가야 하지만 지은 업은 그림자처럼 따라 다닙니다. 부자가 되기보다 잘사는 사람이 되여야 합니다." -법정 스님의 말씀. '잘사는 사람' 참 나같이 아둔한 사람에게는 어려운 말,, 내 가진것이 많든 적든, 덕을 쌓으며 '나누는 삶'이 중요하리라.
* "사람들은 이 진리를 잊어 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넌 그것을 잊어서는 안돼.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하는거야. 넌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잘 기억하기위해 어린왕자가 되뇌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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