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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끊긴 전화...

‘시사랑’ 나마쓰떼 옛글.




전화벨이 울렸다
수화기를 들었다
말이 없었다
잠시 그렇게 있다 전화가 끊어 졌다
누구 였을까 깊은 밤 어둠 속에서
아직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가
두근 거리는 집게 손가락으로 내 가장 가까운 곳까지 다가와
여보세요 여보세요 두드리다
한발짝을 더 나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그냥 돌아선 그는 누구 였을까

나도 그러 했었다
나도 이세상 그 어떤 곳을 향해 가까이 가려다
그만 돌아선 날이 있었다
망설이고 망설이다 항아리 깊은 곳에 버린 것을
눌러 담듯 가슴 캄캄한 곳에
저 혼자 삭아 가도록 담아둔 수많은 밤이 있었다
그는 조금도 눈치채지 못한 채 나혼자만 서성거리다
귀뚜라미 소리같은 것을 허공에 던지다
단 한마디 던지지 못하고 돌아선 날들이 많았다

이세상 많은 이들도 그럴 것이다
평생 저혼자 기억의 수첩에 썼다 지운
저리디 저린 것들이 있을 것이다
두눈을 감듯 떠오르는 얼굴을 내리 닫고
침을 삼키듯 목 끝까지 올라온 그리움을 삼키고
입술 밖을 몇번인가 서성이다 차마하지 못하고 되가져간
깨알같은 말들이 있을 것이다
한발짝을 더 나아가지 못하고
넘어서지 못하고.


  -도종환 시 '끊긴 전화'모두






*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모습도,, 떠오르지 않는다. 20년 넘게 세월이 지난 지금, 그 때의 약속도, 눈물을 흘리던 그 언약도,,, 부드럽게 웨이브진 머리결도,,, 눈이 하얗게 쌓였던 장흥의 그 추웠던 시골길도,,, 쓸쓸하게 단 둘이던, 주인마저 자리를 피해 줘, 황량한 겨울의 어둠의 끝자락에 절망의 끝자락에,  단둘이 만 남은듯 느껴지던,,, 그리하여 흐르던 비예니옙스키의 누에의 실을 뽑듯 가냘프게 뽑아져 올라오던 바이올린의 선율, 그 가냘픈 현의 울림,,,

그때 마시던 한잔의 쓰디 쓴 커피도 맛을 느끼지 못했다. '끊긴 전화'를 다시 읽으며 그 황량하고 추웠던 그 겨울의 까페촌이 왜 떠오르는 것일까???,,,

너의 모습은 이제 기억속에 서만 희미해져 이름 만이 남아 있는데,,,


그 입술, 그 눈동자 만이 내 가슴에 있는데,,,,



- 작성자:홍수염
작성시간:2009.07.13  조회수: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