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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사는 이야기

7월의 시/ 안철주 시 ‘불행에 대한 예의’

문득,, 생각 해 본다.




경주 계림 앞에서
아내를 안고 있었을 때 나,
세상에서 잠깐 지워졌던 것 같다

아내는 계림을 등지고
나는 들판을 등지고 서로 안고 있었지만
어쩌면 그때 우리가 등지고 있었던 것은
세상이었을지 모른다

만만하게 생각한 세상이
결코 만만하지 않아서 헉헉거릴 때
나는 아내를 사랑하면서
아내는 나를 사랑하면서
이 세상을 간신히 견뎌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와 아내가 안았던 것은 어쩌면
나도 아니고 아내도 아니었는지 모른다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면
아내는 혀를 내밀며 아줌마가 되지만
오래전 나는 내가 아니었을 때가 있었고
아내도 아내가 아니었을 때가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억에 남을 시련도 없는 생을 살았다
끝까지 차례를 지켜가며 누구나
만나게 되는 불행을 겪으며 살았을 뿐이다

순서를 기다리며 불행을 겪어야 하는 생,
내 차례가 올 때까지 꾸벅꾸벅 졸다가
깜짝 놀라 맞닥뜨린 시시하고 아름다운 불행들,
내 생이 저물어도 시들지 않겠지


- 안철주 시 ‘불행에 대한 예의’모두
[불안할 때만 나는 살아 있다],문학동네, 2020.




* 지금 와 생각해보면 ‘불행하다’라고 느낀적은 없었던거 같다. 바쁘게 돌아가는 직장 생활에서 시간을 쫒기며 해외를 오가며 정신없이 세월이 흘렀고, 사회적으로 기반을 세웠던 시기에 신장병으로 투석에 이식,, 그리고 21년 후에 다시 투석 5년 차. 조금은 우울한 시기가 있었으나, 까짓거 하는 생각으로 ‘가오’를 스스로 세우며 살았던것 같다. ‘가오’란 내가 뻣뻣이, 무표정하게 세우는게 아니라 스스로 삶의 단련속에 자연스럽게 ‘서는 것’ 이란 걸, 잘 몰랐던것 같다.


시인의 말처럼 “기억에 남을 시련도 없는 생을 살았다” 하는 말에 동감이지만,,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면 눈물은 흘리지 않았으면 한다. 장마에 습기찬 열기에 숨이 막혔나 보다. 7월의 첫날, 열대야로 아직은 뜨거운 길을 걸어 운동을 마쳤다. 읽는 책 속에서 “고통에 익숙해진 사람” 이란 글귀가 눈에 남았다. 고통에 익숙 해 질수가 있을까?!.., 이직까지도, 투석시간 마다 팔에 꽂히는 작은 바늘에도 눈을 ‘찔끈’ 감거나 직시하지 못하고 외면 하고는 마는데,,


세상에 ‘고통’에 익숙 해진 사람이 존재 할까?! 왠지, 나는 자신이 서지않아 가만히 숨을 쉬어 본다. 7월, 럭키세븐.., 무더위와 장마, 폭염에 지치지 말고 병에 시달리는 모든 환우 들에게 “화. 이. 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