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 하구에는
어둠으로 몸 불리는 물고기가 산다
달빛 아래 잔비늘 반짝이며
제 몸에 꽃나무 심어 위장할 줄도 아는,
낯선 새 날아와 부리 비비면간지럼에 몸 뒤척여
웃음소리도 강물에 풀어놓으며
바다를 거슬러 오르는 우어처럼
한 번쯤 몸에 새겨진 물길을 바꾸어 보았다면
물살에 온몸 찢겨 본 일 있다면
바람의 끝닿는 곳을 알리
몸 부풀린 놈, 물이 범람하면
제 알을 풀어놓으며 바다로 간다
가끔은 우리 마음에도 물결이 일어
긴 한숨 끝에 아이를 잉태키도 하지
떠밀리는 고단한 삶 위로 붉은 해 솟기도 하지
하지만 지금은 건기의 시간
철새 빈 몸으로 떠나고
가슴에서 자라난 몇 개의 욕지거리와
비밀과 사랑과 시를 강물의 끝자락에 풀어놓는 밤
메마른 바닥을 핥는 물소리
가슴을 친다
- 이태관 시 '산란기' 모두
『사이에서 서성이다』 (문학의전당, 2010)
- 나이를 더하면서 점점 더 '소유욕'을 버리려 하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게 되는게 아닌 모양이다. 세상의 일은 이래저래 문제와 도전을 가져오고, 그 단계를 뛰어 넘을 때마다 즐기던 자세에서 '안주'의 마음을 엿보았을 때 50 이란 숫자가 앞에 와 있다. 딸자식 둘을 키우면서 나름대로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 노력 했는데,, 아이들이 자라고 내적으로 성장한 만큼 내마음의 균형추가 공정하게 아이들에게 작용했나? 하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생일날 아침에 작은딸에게, 저녁에는 큰딸에게 편지를 한통씩 받았다.
" 아빠, 저 작은딸 지연이예요. (....) 요즘 아빠께서 살이 계속 빠지시는것 같던데 건강해 지시는건지 아님 건강이 나빠지시는 건지 걱정이 되네요. ㅠㅜ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니까 밥 꼭 꼭 챙겨 드세요! 그리고 제가 가끔씩 속 썩이는 것 정말 죄송해요. 그리고 이제 좀 있으면 고등학생이 되니 더욱 공부 열심히 할께요. 요즘에는 점점 오르고 정신 차리고 있으니깐 예쁘게 봐주세요. ㅎㅎ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제가 해야 될일 다 할께요. 생신 다시 한번 축하드리고... 사랑해요."
"사랑하는 아빠! (아 오글 오글 ㅋㅋㅋㅋ) 오늘은 아빠의 생신이어요. 오늘 아침에 편지 못드려서 죄송해요. ㅠㅠ 그래도 아침에 급하게 쓰는 것 보다 차근차근 생각하면서 써드리는게 좋을것 같아서요. 이해하시죠? 으힝힝 요즘 수능이 계속 가까와워져 오고 계속되는 모의고사에 예민해져서 아빠에게 막 틱틱되고 짜증낸거 죄송해요. 음 이제 85일만 더 참아 주세요. 힝, 아 이제 85일 밖에 안 남다니.... 이제 대학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 할 일만 남았네요. 저는 이제 어른이 된다는 생각에 설레이는데, 이제 딸 하나 다 키우셨는데 어떤 생각이 드실지 궁금해요. ㅋㅋ '아 이제 짐 하나 덜었다' 생각 하시려나요? ㅠㅠ 그런데 정말 짐 이라고 생각해도 아무 말 못할 만큼 너무 죄송한게 많아요.... (.....) 아 오늘도 비가와서 분위기는 칙칙 하지만 아빠에 대한 제 마음이 담긴 편지로 보송보송한 하루가 되셨으면 좋겠어요 생신 축하드려요! 그리고 사랑해요! 귀요미 큰딸."
- 사랑은... '내리사랑'이다! 부모님이 자신의 나름대로 사랑을 주셨듯이 나 또한 '내모습'으로 사랑을 준다. 그저 바라는 하나는 아이들이 자라서 '아빠가 진짜 나를 사랑 했구나!' 하는 마음을 가지길 바라고 원한다.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사람은 온전한 사랑으로 타인을 담기가 힘든 세상이다. 자라서 성인이되고 무엇을 해도 참사람으로 성숙하기를 기원한다. 부족한 아빠의 사랑에도 불구하고 휼륭하게 자라주어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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