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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수염

격(格).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같이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 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 오리가 눈물 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 백석 시 '여승' 모두




 

* 예전에 성직자나 스님이라고 하면 경외의 대상이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분들은 인생의 어떤 계기나 뜻한바가 있어서, 인생의 모든 삶을 뒤로하고 자신에게 몰두하는 모습에서 조금은 존경과 연민이 교차 했던것 같다. 그때의 그분들에게선... 정말 가지취 같이 조금은 쓸쓸한 냄새가 났었다. 요즘은 모두 본바탕을 잃어 '진짜'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종교가도 정치가도 선생님도 학생도 부모도 자식도,,, 기본적인 '제모습'을 찾기 힘든 세상이다. 백석의 시를 읽다가 남자로서 내 모습은 과연 무엇일까?!... 하고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내모습'으로만 사는게 힘든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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