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속초 바닷가를 혼자 헤맨적이 있을 것이다
바다로 가지 않고
노천횟집 지붕 위를 맴도는 갈매기들과 하염없이 놀다가
저녘이 찾아오기도 전에 여관에 들어
벽에 옷을 걸어놓은 적이 있을 것이다
잠은 이루지 못하고
휴대폰은 꺼놓고
우두커니 벽에 걸어놓은 옷을 한없이 바라본 적이 있을 것이다
창 너머로 보이는 무인등대의 연분홍 불빛이 되어
한번쯤 오징어잡이 배를 뜨겁게 껴안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다가 먼동이 트고
설악이 걸어와 똑똑 여관의 창을 두드릴 때
당신도 설악의 품에 안겨 어깨를 들썩이며 울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아버지같이 묵묵히 등을 쓸어주는
설악의 말 없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것은
바다가 보이는 여관방에 누더기 한 벌 걸어놓은 일이라고
걸어놓은 누더기 한 벌 바라보는 일이라고.
-정호승 시 '누더기'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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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고, 지하철을 타고선 지하철의 흔들림에 몸을 맞기며,, 차창 밖을 바라본다. 12월 3일, 어느덧 날짜는 일년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몇번의 전화에도 가보지 못했던 주거래은행의 미처리 사항을 처리하고 여러가지 상의할 일들은 다음으로 미룬다. 새로운 거래를 시작 하기에는 내게 정보가 너무 없다. 잔뜩 흐린 날씨는 눈이라도 내릴 듯 찌푸려 있는데,, 간간히 빗방울이 보인다. 거리에도, 버스에도, 지하철에도 사람들로 넘쳐 난다. 이처럼 12월을 의식하듯 사람들의 발걸음은 바쁜데,, 사람들의 얼굴에는 미소보다는 지친 기색이 엿보이니,, 내가 지친 탓 일까?! ㅎㅎㅎ.... 오래간만에 건물의 청소하는 아줌마에게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먼저 건네니,, 당황하며 반가워하며 "출장 다녀 오셨어요?" 하고 되묻는다. 간만에 얼굴을 보이니 반가운 상가의 사람들,,, 모두 내가 먼저 인사를 건넨다.
-다소 밀린 일을 처리하고,, 반가운 사람을 만나고, 돌아가는 차안에서 노래를 들으며 눈을 감는다. mp3에 오래전에 다운 받아놓고 업데이트를 못하여 98곡의 노래는 일년이 가깝게 지나도 그 노래들이 그대로이다. 이런 쓸쓸하게 바람이 부는 날에는 김광석의 노래나 사이먼 가픈컬의 노래가 편하게 다가온다. 불현듯 박인희의 노래가 생각이 나고, '겨울바다'라는 박인희의 노래를 입속으로 중얼거려 본다. 거리에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세 차량들이 확성기를 틀어 놓고 여러 흥겨운 노래에 맞추어 아줌마들이 색색의 옷들에 율동을 맞추어 기호를 외쳐댄다. 지나치는 사람들의 표정엔 변화가 없는데,,, 날짜는 가깝게 다가오고 있다. 사람들로 넘치는 곳을 떠나니,, 바람이 거세게 불어온다.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차가운 바람... 한해를 마감 하면서 우리들의 가슴에 소망을 품을 수 있어, 새해에는 모든 사람들이 꿈과 희망으로 사랑을 품어 더욱 따스하게 서로를 안을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올해는 겨울바다를 볼수 있을까?!... 어둠을 뚫고 벌겋게 희망을 잉태한 겨울바다의 힘찬 산고를 느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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