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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사람

진눈깨비 날리는 날에...


진눈깨비 날리는 새벽에 깨어서,,,, 얼리
조회(489)
이미지..,love. | 2007/12/07 (금)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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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좀 지워주렴
거리를 향해 창문을 열고
자욱한 안개를 방 안으로 불러들였다
안개에 지워진 신호등
안개는 창문을 넘는 순간 증발 해버렸다'
안개조차 그 방에서는 길을 잃었다
나를 좀 지워주렴
짙은 안개를 들이키고도
사물들은 여전히 건조한 눈을 비비고 있었다
 
나를 좀 채워주렴
바다를 향해 열린 창문으로
자욱한 안개가 밀물처럼 스며들었다
안개에 지워진 수평선
안개는 창문을 넘는 순간 몸속으로 흘러들었다
안개조차 그 방에서는 출렁거렸다
나를 좀 채워주렴
의자가 젖고 거울이 젖고
사물들은 어느새 안개의 일부가 되었다
 
심장속에 나란히 붙은 두 방은
서로를 깨우지 않으려고 조심스럽게 움직인다
두 방을 오가는 것은
소리 없이 서성이거나 출렁 거리는 안개뿐.
 
 
 
  -나희덕 시 '심장속의 두 방'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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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좀 재워주렴...." 밖으로 향한 문을 열고 어둠이 짙은,, 새벽의 찬공기를 가슴에 불러 들인다. 눈이 많이 내릴거라는 예보와 달리, 진눈깨비가 내려서 거리를 적시며 녹아 내리고 있다. 땅에 닿으며 녹아내리는 비를 머금은 눈은,, 어둠에 짖은 밤거리를 어지럽게 휘날리며 어둡게, 짙게 녹아 내린다. 어둠이 더욱 짙어진다. 잠을 청하려 하여도 잠을 잘수가 없다. 뒤적 뒤적 재미없는 경제잡지 한권과 시집 한권을 다읽어 내면서도 잠을 자지 못하고 새벽을 맞이 한다. 껄끄러운 식사를 넘기다가 며칠전에 본 '한끼의 식사'가 생각이 나 국에 밥을 말아 훌훌 마시듯이 식사를 마친다. 청량리역 이던가,, 평소에 눈여겨 보지 않는 맹인 한사람이 눈길에 들어왔다. 제일 앞쪽의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은 그 맹인은 지하철에서 오가며 구걸 행각을 하는 맹인인 듯 다소 어둡게 느껴지는 지하철 승강장 통로의 한끝에 흰지팡이를 옆에 슬며시 놓고,, 빨간 프라스틱 바구니도 옆에 놓고, 어깨에 맨 때묻은 비닐가방을 부스럭 거리며 무엇을 꺼내고 있었다. 김밥 한줄... 아마도 집에서 아내가 꾸려준 것인지 밖에서 파는 것에 비해서 두깨가 한배 반은 되어 보이는 커다란 김밥. 흘릴것을 염려 하는 듯 투명한 비닐봉투에서 조금씩 꺼내어 감싸쥔 채,, 물도 없이 꾸역꾸역 씹어 먹었다. 혹시 남에게 폐가 될까 싶어서인지,, 기둥에 살짝 숨어서 어깨를 구부린 채..... 10분도 채 안되는 짧은 식사,, 왠지 목이 메이고 코가 시큰 하는데 그 맹인은 차랑 안내방송을 듣고 흰 지팡이와 빨간 프라스틱 바구니도 들고, 인천행 지하철을 타더니 김밥을 꺼냈던 비닐가방에서 하모니카를 꺼내 천천히 불며 더듬더듬 지팡이를 두드리며 지하철 안으로 걸어가는 그를, 다음칸에 들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오래도록 바라 보았었다.
 
 
-때로 사람들을 보며 생각한다. 남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은 남의 이야기를 듣거나 혹은 지켜보는 것 만으로는 곤란 하다고,, 그런 의미에서 손학규 같은 정치인의 민심대장정 100일 같은 현장체험은 많은 공감대를 자아낸 것이란 생각을 다시 한다. 즉 '나'를 떠나서 '남'이 되어보지 않고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요즈음 정규직에 있거나 내 사업을 떠나서 '비정규직'의 체험을 나름대로 하는 내가 느끼는 소회이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 이것이 어려움은 명령하고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하려 하는 계층, 그리고 명령을 이행하고 선택권이 없는 계층, 이렇게 상반되는 두 계층이 서로 이해없이 대치되는 것인데,, 누루려고만 하고, 반발 하려고만 한다면,,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려는 마음이 없다면 그 회사와 조직원의 미래는 어둡고 암담할 수 밖에 없다고 느낀다. 하물며 1년마다 재계약을 해야하는 비정규직의 입장은 찰흑 그 자체이리라. "나이가 든다는 것과 그렇지 않다는 것의 차이는 용기에 있다." 라는 말은 이제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나이를 먹으면서 용기의 결과가 대개 좌절과 아품이라는 사실은 눈물겹다. 인생의 성공도, 행복도 용기와 큰 상관이 없다는 사실도 깨닫는다. 그래서 나이를 먹으면서 '주어진 대로 순응하자'하는 사고에 매몰되는 듯 싶다. "목구멍이 포도청" 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한살 한살 나이를 더하면서, 아이들이 커가면서 직업이나 경제적인 문제등 걱정거리도 많아진다. 외모도 변해가고 남앞에 서는 것도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하지만, 하지만,,, 자기 스스로 나이를 앞세워 뒤로 물러서지 않고 언제든 도전할 용기만 간직 한다면,, 매일 쓰러지고, 매일 일어서는 우리들,,, 나이 때문에 못한다고 할 일은 없으리라 다시 생각해 본다. 힘을, 용기를 내자, 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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